‘민폐 끼치지 않기’가 만드는 엄마의 외로움
일본에서의 육아는 조용하다.
정확히 말하면, 조용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이루어진다.
처음 아이와 함께 일본 마트에 갔을 때, 그 조용함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다.
장난감 코너에서 아이가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외쳤을 때,
옆에 있던 할머니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그 시선 하나로 나는 바로 아이에게 “쉿”을 외쳤다.
그 순간부터였다.
아이보다 내가 더 작아지는 기분.
‘울어도 되는 공간’이 사라진다
일본의 공공장소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도 ‘민폐’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
버스 안, 도서관, 심지어 공원에서도
아이의 큰 소리에 빠르게 반응하는 건 늘 엄마들이다.
아이를 데리고 급히 자리를 피하거나,
수줍은 듯 연신 “스미마셍”을 반복하며 고개를 숙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엄마는 아이가 울기 전에 늘 ‘긴장’한다.
울지 않게 하려 애쓰고,
무언가를 원하기 전에 먼저 눈치를 살핀다.
결국 아이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은 막히고,
엄마의 마음엔 말할 수 없는 고립감이 차오른다.
엄마들의 목소리도 작아진다
일본 엄마들과 처음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엄마들끼리의 대화도 조용하고,
아이에 대한 고민도 쉽게 털어놓지 않는다.
어떤 날은 유치원 앞 벤치에 앉아
조용히 각자 도시락을 먹는 엄마들을 보며
‘여기선 마음을 나누는 법도 조용해야 하나 보다’ 생각했다.
누군가의 육아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마치 ‘민폐’처럼 들릴까 봐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은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마음을 나누기 시작하면 일본 엄마들도 다르지 않다.
공감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오간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울음을 터뜨린 날,
유치원 앞에서 마주친 엄마가
말없이 작은 초콜릿을 건넸다.
그 한 조각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마음이 울컥했다.
‘괜찮아, 나도 그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조용한 육아의 장점과 그림자
물론 일본식 육아는 배울 점이 많다.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
질서를 지키는 공동체 감각.
하지만 그 안에는
말 못할 외로움이 섞여 있다.
특히 초보 엄마들에게는
그 조용함이 ‘나만 힘든 것 같다’는 착각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심스레 주변을 살핀다.
내 아이가 크레파스를 떨어뜨릴까 봐,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를까 봐,
웃는 소리조차 조용히 해야 할까 봐.
그 조용함 속에서
내 감정의 소리마저 잃어버릴까 봐.
조용한 육아 속에도,
엄마들의 마음엔 여전히 수많은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 마음에, 누군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준다면
그건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