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을 가로지른 하루
버스를 타고 하얗게 눈 덮인 길을 올라가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숨을 삼켰다.
도야마 알펜루트.
이름부터 뭔가 웅장한 그 길은, 실제로도 나의 일상 감각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풍경이었다.
일본 북알프스를 가로지르는 다테야마(立山)는 '일본의 지붕'이라 불린다.
그곳엔 4월부터 6월 사이, *눈의 대협곡(유키노오타니 雪の大谷)*이라는 이름의 길이 열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것은 믿기 어려울 만큼 두꺼운 눈벽.
사람 키의 두세 배는 족히 넘는 높이였다.
걸었다.
바람이 불면 눈 조각들이 날렸고, 그마저도 환상처럼 느껴졌다.
왼쪽, 오른쪽, 순백의 벽이 서 있었다.
세상이 모두 하얀 물감으로 덮인 듯한 풍경 속에서 나는 아주 조용한 사람이 되었다.
그저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눈 사이를 조심스레 걸었다.
정상에 도달했을 때, 그 고요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였다.
말소리보다 눈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는 곳.
온몸이 차가워지는 걸 느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했다.
다테야마에서 느낀 것은 '자연이 거대하다'는 감탄보다도,
'나는 지금 어떤 거대한 존재의 품에 안겨 있다'는 안정감이었다.
도야마 알펜루트를 오를 때는 여러 교통수단을 번갈아 탄다.
케이블카, 고원버스, 트롤리버스, 로프웨이.
그 모든 이동이 번거롭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여정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이,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그 길에 나를 맡기는 것임을 다시 배웠다.
다테야마에서 내려오는 길,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눈의 벽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 계절의 끝자락,
삶이 조금 버거워질 때
이 설산을 다시 기억해보겠다고.
그 조용하고 거대한 흰빛 속을 걸었던 나를, 그때의 나를.
눈은 조용하지만, 깊다.
그 길을 지나온 사람은 누구나 조금은 바뀌어 있다.
도야마 알펜루트. 꼭 한 번, 가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