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먹는다고 배가 부르지는 않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 저자 : 조영근

(배우 겸 연출, 극단 폼 대표)


"네가 얼마짜리 배우라고 생각해?"

동료 배우가 작품을 하자고 연락 온 선생님에게 출연료를 물어봤을 때 받은 질문이라고 합니다. 실제 아직도 무명 연극배우들이 급여를 물어보거나 계약서를 요구하면 불편해하고 불쾌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은 돈을 감수하고도 활동하는 배우들로서는 김빠지는 현실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열악한 임금 조건입니다. 우선 공연 연습시간은 급여 지급 대상이 아닙니다. 보통 작품 하나를 준비하면 이삼개월 동안 하루 최소 네시간에서 여덟시간, 많게는 '텐 투 텐'으로 종일 연습해야 합니다.


작품을 언제 시작할지, 상황이나 배역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고정적인 아르바이트를 잡기도 애매합니다. 작품 준비에 이렇듯 많은 연습시간이 필요하지만, 급여 지급은 실제 공연시간 기준이기에 연습 중간에 공연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면 연습시간은 헛일이 돼버립니다.


애초 공연자 출연료와 스태프 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은 공연시간만이 아니라, 그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포함돼야 합니다. 무대에 서는 시간은 두시간에 그칠지 모르지만, 그 두시간을 위해 한달, 두달, 석달씩 육체, ㄱ마정 노동을 하는 예술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너는 좋겠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잖아"


자주 듣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배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을하려고 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열악한 현실을 견디다보면 이 일을 선택한 내가 싫어질 때가 많습니다.


개선을 위해서는 연극인들의 노력이 우선해야 합니다. 서로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하고 선진적인 작업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자생적으로 생존하기 힘든 기초예술 영역인 만큼,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연극이 가난한 예술이 아닌, 만드는 이도 보는 이도 마음이 풍요로운 예술이 되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창작자의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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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노회찬재단과 한겨레가 손잡고 2022년 5월부터 '6411의 목소리'를 매주 연재해왔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탔던 6411번 새벽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던 이주민과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투명인간'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래에서, 노동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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