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의 소소
있잖아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 녀석이요.
나 혼자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진득하게 투자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보기에도 아름답고 쓰기에도 멋지며,
생산성과 효과성, 수익 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는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얼마 전에
JTBC의 영화 프로그램 ‘방구석 1열’을 보았더니
드림웍스의 ‘슈렉’의 첫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공주와 멋진 왕자가
결혼해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이야기가 실린
그림책 페이지를 부욱 찢어서
화장실 휴지로 쓰면서
슈렉이 말하더군요.
“히힝. 씨나락 까먹는 소리!”
앞에서 이야기했던,
일에 대한 우리의 로망에 대해 듣는다면,
아마도 슈렉은 똑 같은 반응을 보여줄 겁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내가 담당한 일을 마무리하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아주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누군가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
우리 일터의 현실이지요.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과
손을 잡고 일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보니,
덜컹덜컹 삐걱삐걱 잡음이 생기고,
투닥투닥 푸악푸악 충돌이 만들어지는 것이구요.
하지만,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일터에서의 관계란
Connection
-> Disconnection
-> Reconnection 이니까,
잡음과 충돌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문제는
Disharmony를 건강하게 잘 통과해서
생산적인 Repair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나 상대방은 서로에게
퉁퉁거리고, 시비걸고,
투정부리고, 땡깡부리면서
불필요하고 소진만 되는
비효과적인 행동들을 많이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 중에서도
오늘 잠깐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것은,
‘부탁’이라는 행동을
우리는 얼마나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간단한 부탁 한마디 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해서,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전화통화를 하지 않고 미적거리는 분도 뵈었었구요.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웬지 자존심 상하고
내가 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어울리지도 않게
뻣뻣한 목을 고수하는 분도 뵈었었습니다.
요새 일터에서는
상대방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OOO하셔야 돼요!”
“OOO하세요!”라고
명령과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보이는 분들이
종종 계시다고 합니다.
급해서 우물을 파야 하는 것은,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 경우 아쉬운 것은
내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다소 공격적이고 무례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표현 때문에,
상대방이 불편하거나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
“왜 저래?”
“CEO/임원/팀장 회의에서 정해진 건데,
뭐가 불만이야?”
“내가 뭐 이상한 거 시킨 거 아니잖아!”
“그냥 해달라는 거 해주면 되잖아”
“왜 인간이 저렇게 비협조적이야”
"OO팀 인간들은 하여간~"라고
투덜대는 분들도 계시다네요. ㅠㅠ
협업을 잘하는 분들이
어떻게 행동하시는지,
그리고 어떤 언어표현을
쓰시는지 들어보면,
역시 ‘부탁’에는
예전에 이야기했었던
‘감사’와 ‘사과’의 표현,
그리고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의
'명확성'의 표현이
꼭 포함되어야 하는 듯 합니다.
[감사]
“OO님. 이번 일에서
AAA 작업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OO님이 힘을 보태주셔서
저희가 일하는 데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사과]
“죄송하지만, 이번 일의 순서에 대해
한번 고려해봐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상황이 이러이러하게 변화하게 되어서요.
정말 죄송하지만,
일정조율에 대한 의논을 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의견 부탁드립니다."
[명확성]
"이번 일에서 OO님께 부탁드릴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설명이
필요하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이번 협업과정에서 OO 팀의 상황에 대해
저희가 알고 있어야 하는 점이 있으면
이야기해주십시오.
일을 진행할 때 잊지 않고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와 사과의 표현을 한다고 해서
내 가치가 낮아지는 것도 아니고,
굽신대면서 구걸을 하는 치사함을
느껴야 하는 일도 절대 아닙니다.
상대방의 상황과 생각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되,
함께 할 일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하고
유연하게 조율해나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효과적인 ‘부탁’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제와 오늘,
여러분이 동료들과 함께 하셨던 일에서,
상대방에게 배울만한 부탁의 표현,
또는 저런 건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는
부탁의 표현이 기억나시는지요?
그리고 내가 했던 부탁의 표현들 중,
조금 더 강화하고 다듬어볼 것과,
사용을 그만두어야 할 것들이 있는지도
한번 점검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언어 습관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완성이 될 일은
절대 아니므로,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깎아내고
다듬고 문질러 다듬는 작업을 통해,
나의 ‘부탁’ 언어는
훨씬 더 아름답게 빛을 발할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