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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08. 2021

[박정민의 수다다방] 친밀감을 표현하고 싶을 때

리더를 위한 표현도구상자

갓 승진하신 리더분들과 이야기하면서,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어떤 것을 원하세요?”라고 여쭤보면,

이렇게 대답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사라고 해서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구성원들과 친밀하고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좋은 말씀이고,

너무나 좋은 의도죠.

“와아, 이런 상사분과 함께 일하는

구성원분들은 정말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안타까운 것은 

리더분들이 그러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삐걱거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ㅠㅠ.


그래서 오늘은

“내가 당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라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내가 평소에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한번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주위 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분명히 친절하게 대해 주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굳이!

왜 저렇게 이야기하시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밖에 잘 나갈 수 없는

요새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

배달을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살고 있어서

항상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배달기사님들이 계세요.


“내가 전에 여기 왔었죠!”

“전에도 이거 시켰죠!”

 

네에 대답을 하면서도,

“어? 저런 말씀은 왜 하시는 거지?”

라는 의문점이 고개를 듭니다. 


벌써 십몇년이 넘은

오래된 일이지만

떠오르는 기억도 있네요. 

꽤 인상적이었나봅니다. 


박사논문을 쓰려고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였습니다. 

(대학졸업 이후로 처음 맞는 백수의 시절인데다가

안되는 실력으로 논문과 격투하느라 

뾰족해져 있을 때였죠 ㅎㅎ)


대낮에 동네 슈퍼마켓에 갔더니

(평소에 잘 아는체도 안하시던)

사장님이 이렇게 말을 거셨습니다.


“요새 일 안해요?”


쿠궁!

"아~ 예에~” 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아니, 나한테 그런 말씀을 하실만큼

우리가 친한 사이가 아닌데?”라는

의문점이 뭉클뭉클 솟아올랐었습니다. 


이와 같이 

일터에서의 상사분들도

구성원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구성원들이 듣기에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표현을 쓰시는 때가 

종종 있는 듯 합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이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위의 배달기사님이나 슈퍼 사장님과 같이

매우 거리감이 없이 구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죠.


관심을 보여주려면

내가 너의 뭔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 리더분들도

종종 뵙니다. 


네에. 당연히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지금부터는 그 좋은 의도를 

표현하는 도구를 선택하실 때 

조금만 더

세심하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내가 허물없이 군다고 해서

상대방이 기뻐할지에 대해서는

상황과 대상의 특성마다,

그리고 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저는 독자분들과 함께 

이 노래가사를 읽고 싶어졌습니다. 


양희은 가수님의 “엄마가 딸에게”라는 노래에요.



가사 1절은 김창기 선생님(정신과 의사, 

前 동물원 멤버)가 쓰셨구요. 

2절은 양희은 가수님이 직접 쓰셨다고 해요. 

노래가사와 예쁜 그림이 실린 그림책도 나왔습니다. 


엄마가 딸에게 / 사진 : MONICA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 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 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나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효과적인 표현들 중

가장 적절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르고 선택해서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 표현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내 언어표현 창고를 뒤지고 뒤져서

겨우겨우 찾은 말을 하지만,


그 표현의 적절성은 

보장되지 않은 거라는 거죠. 


“할 말이 없으셔서 

하시는 말씀이라는 건 알겠는데,

하고 많은 말 중에 참.....”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명절에 친척어르신분들을 만났을 때잖아요. 


사실

일년에 한두번 만나는 사인데

무슨 할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서로에 대해 기억하는 바도 없구요. 

공통 관심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르신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친척의 얼굴을 봤으니

뭔가 이야기를 하긴 해야 하는데, 

할 이야기가 딱히 없으니까,

그때 그냥 머리에 쉽게 떠오르는 표현을

툭 던지게 되시죠.


“학교는?” “취직은?” “결혼은?”

“아이는?” “주택구입은?” “재테크는?”


그리고, 그 다음에 또 할 말이 필요한데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으니까

가장 쉽게 떠오르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조언을 또 투욱 던지십니다.


“OO해야지” “OO하면 쓰나”

“네가 잘 몰라서 그런데

OO해야 하는거야.”

"왜 그렇게 해!

이렇게 하면 되는데!"


그때부터 우리는 귀를 닫고,

입으로만 “예, 예”하게 되잖아요. 

누군가 나를 그 상황에서

꺼내주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요. ㅠㅠ


이와 똑 같은 상황이

일터에서의 리더-구성원 관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요새 저는

“건강한 거리감”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여기까지는 타인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심리적 공간이 있지요.

그 공간의 넓이와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요.


상대방이 그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예의를 갖추려는 태도가


오히려 

"내가 너와 친하다.

내가 너를 잘 알고 있다”를 

과하게 강조하는 태도보다 

훨씬 더 관계에서의

친밀감을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상담을 처음 배우는 

초보 상담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담 스킬은 “해석(interpretation)”이라고 하죠.


Client가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을

족집게 도사같이 짚어내고 싶은 

로망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섣부른 해석을 남발하다보면 

선무당 사람 잡는 경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Supervisor 선생님들은 주의를 많이 주십니다. 

해석에 앞서야 하는 것은 공감적 이해라구요. 


일터에서도 마찬가지죠.

상사분들은

“나는 너를 생각해서 한 건데 

왜 화를 내냐?”라고 하시고,


구성원분들은

“언제 나한테 물어봤어요?”라고 

불편감을 표현합니다. 


우리가 “깜짝쇼”에 대한 로망을

좀 줄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한방에 “빵!!”하고

상대방의 친밀감과 신뢰를 얻고 싶은 욕심을

우리는 누구나 갖고 있으니까요. 


“어느 상황에도 귀신 같이 들어맞는

황금 열쇠”를 원하는 거죠. 


무리, 무리,

무리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피아노 조율사의 이야기가 담긴

“양과 강철의 숲”(미야시타 나츠)을 보면,

선배님이 초짜 후배에게 이야기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양과 강철의 숲 / 사진 : MONICA


 (선배)

"차근차근 수비하고

차근차근 히트 앤 런입니다”


(후배)

“홈런은 없네요.”


(선배)

“홈런을 노리면 안됩니다”



이 대사를

조급한 마음을 자꾸 가지게 되시는

리더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일터에서의 친밀감에 대한

표현, 구축, 유지에 대해서는


보다 천천히,

조금 더 정성껏

한 발짝씩

꾹꾹 밟아가며

나아가려는 노력만이

기대하는 결과를

리더분들께

더 확실히 가져다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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