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m Grant 교수님 / 심리학관
“My grade doesn’t reflect the effort
I put into this course.”
“No, you don’t get an A for effort.”
대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20년 간 가르치면서, 저는 ‘좀더 좋은 학점을 받고 싶어하는 학생들’로부터 가능한 모든 종류의 항의를 받아보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한 학생이 정말 신선한 불만을 이야기하더라구요. 일주일동안 진행된 강의였고, 과제가 그다지 많은 경우는 아니었는데요. 그 학생은 이렇게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저는 이 강의를 듣는 데에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교수님이 주신 점수는 제 노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셨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높은 점수란 훌륭한 성과(excellence)에 부여되는 것이지, 끈기나 투지(grit)에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그래도 학생들이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A를 받을 수 없으며, 정말 근사한 과제를 해내야만 A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했던 것 같은데요.
요새의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얻은 지식의 높은 수준(quality)’보다는 ‘자신의 노력의 양(quantity)’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는 듯 합니다.
한 연구결과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의 2/3가 ‘내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은 성적평가요소들 중 하나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1/3의 대학생들은 ‘내가 강의에 성실하게 출석을 했다면 최소한 B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Z세대’의 잘못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교육이론에 대한 오해가 빚어낸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겁니다.
십몇년 전, 심리학자 Carol Dweck가 발표한 정말 의미 있는 연구결과 덕분에, 많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
(연구자의 주장) 아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 칭찬을 하는 행동은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우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했을 때 아이가 금방 좌절하거나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연구자는 우리에게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으로 알려진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 인간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아이가 도전적인 과제를 견뎌내고 그 과정에서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내 스킬은 변화할 수 있다’라고 믿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요.
결국 고정 마인드셋이 아니라 성장 마인드셋(growth-mindset)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칭찬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와 같이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곧바로 유명신문의 기사에 실렸고, 베스트셀러 책으로 팔렸으며, 유명한 TED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개신교의 근면한 노동윤리에 잘 맞아서, ‘열심히 일하기만 한다면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American Dream을 다시 한번 되살리기도 했지요.
심리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노력에 대해 보상을 하게 되면 강력한 노동 윤리를 만들어내게 되고, 지속적인 학습을 강화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왔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종종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타고난 천재를 더 선호하는’ 인간세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또한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거나, 제대로 된 성공경험을 아직 해보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지요. (물론, 참가하기만 하면 상을 주면서 아이를 격려해줘야 한다는 참가상 문화라는 부정적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태도를 칭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리가 없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노력했으면 된 거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거죠. 최근 십여년 간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의 가치는 ‘네가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좋은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가르쳐온 겁니다. 그러면서, ‘열심히 한다고 해서 꼭 훌륭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은 거에요(좋은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은 열심히 했으니 A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는 항의성 질문을 하게 된 것이구요.
어떤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끈기(grit)을 측정하는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반드시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퍼즐을 완성해보도록 했지요. 자신의 끈기 점수를 높게 평가한 참가자는, 시간 제한만 없다면, 아무리 불가능한 과제라도 해결 가능할 거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끈기와 노력’을 중시하는 가치관에 대해 가장 염려하는 부분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투자한 노력만을 중요시하다보면, 더 나은 해결책을 개발하는 대신, 현재 쓰고 있는 익숙하지만 비효과적인 도구와 전략에 집착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며칠에 걸쳐서 시험 주제에 관련된 자료들을 찬찬히 공부하는 것보다, 하루 딱 날을 잡아 밤을 새면서 요약된 족보를 달달 외우곤 하지요. 그 결과 A를 받지 못하면, ‘저는 열심히 했다구요!’라며 항의를 하게 됩니다.
물론,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성적에 대해 항의를 한다고 해서, 스스로에 대해 지나친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도 있거든요. 담당 교수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거나, 말도 안되게 많은 과제를 주었거나,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맞추기 불가능한 평가기준이나, 불공정한 평가 정책이 존재할 수도 있지요.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조금 더 균형잡힌 메시지를 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올림픽의 메달은 가장 빨리 헤엄친 수영선수에게 수여되는 것이지, 가장 열심히 훈련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중요한 것은 노력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성장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인 것이지요.
‘동기(motivation)’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수많은 변인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성취경험을 하려면 능력도 있어야 하고, 좋은 기회도 있어야 하고, 행운도 당연히 필요하지요. 우리는 어떤 것을 다른 사람보다 더욱 잘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다 잘할 수 없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게 되었을 때, ‘제 노력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잖아요’라고 불평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성적평가란 학생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의 투자를 통해, 다른 학생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는가’에 대한 측정이니까요.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태도가 항상 모든 문제를 풀어주지는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조금 효율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거구요, 또 다른 경우에는 기존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요구되기도 할 겁니다.
모든 선생님의 목표는 학생들이 건강한 성공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제가 강의하는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에세이, 수업 출석, 소그룹 발표, 최종 보고서나 시험을 통해 평가를 합니다. 저의 목표 또한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A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을 했다고 해서 A를 받을 수는 없는 거죠. 우리가 같이 공부한 자료에 대해 얼마나 숙지했는지에 따라 평가될 테니까요.
학습의 진정한 평가도구는 ‘학생이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가 아니라, ‘학생이 능숙하게 사용 가능한 지식과 스킬’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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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You Don’t Get an A for Effort>
Adam Grant / 조직심리학자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교수
OPINION : GUEST ESSAY
The New York Times
202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