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교수님 / 심리학관
인터넷과 SNS가 등장하며 음모론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원래 음모론은 나름의 이론 체계를 가진다. 음모론을 알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보화시대의 사람은 공부하지 않는다. 지금은 새로운 이론을 이해하려 할 때 깊이 생각하기보다 유튜브 요약본을 찾아 본다.
사람들은 정보를 검증하고 진위를 판단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음모론에 구멍이 있다면 그곳을 채울 울정보를 인터넷에서 금방 찾을 수 있다. 그것이 진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참, 거짓과 무관하게) 당신이 믿고 싶은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수많은 음모론을 퍼뜨리며 단지 "사람들이 그러는데"라고 말할 뿐이다.
이런 빈약한 음모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반복'이다. SNS 시대에 중요한 것은 합리성이 아니라 좋아요, 리트윗, 공유하기의 횟수다. 이제 사람들은 팩트를 체크하거나 내용의 정합성을 따지기보다, SNS에 자주 보이는 정보나 구독하는 유튜브 영상을 그냥 믿는다. 논리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가짜뉴스가 메워준다.
최근에는 가짜뉴스보다 '개소리(bullshit)'가 더 큰 문제다. 분석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에 따르면, 거짓은 진실을 의식하며 만들어지지만, 개소리는 진실에 관심이 아예 없다. 개소리는 그냥 둘러대며 내뱉는 말이라 틀리지조차 않는다. 따라서 개소리는 가짜뉴스보다 대응하기 힘들고, 대응하는 사람이 만드는 사람보다 수십 배 노력해야 한다. 명백한 거짓보다 어이없는 개소리에 사람들이 좀 더 관대하다는 것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개소리는 듣는 이가 말하는 이에 대해 '특정한 인상'을 가지게 하려는 목적을 띤다. 즉, 개소리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상관없이 자기의 영향력 확대만을 꾀한다는 것이다. / 망상의 전쟁터 앞에서 언론이 가야 할 길' /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 시사IN, 2025.01.21 / p14-16)
음모론이 판칠수록
과학적 사고방식이 더욱 중요해진다.
격물치지(格物致知)가 필요한 시대이다.
* 格物致知 : 실제(實際) 사물(事物)의 이치(理致)를
연구(硏究)하여 지식(知識)을 완전(完全)하게 함.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이다.
***************************
<시작은 음모론, 끝은 개소리>
* 저자 : 김상욱(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 시사IN / 2025.01.21 / p4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