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과 변명 / 심리학관
이때 흥미롭게도 주식은 우진에게 우울, 강박, 불안을 치료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는 수능을 통해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 이 정도 된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사고력을 포함해서 그냥 모든 것에 대한 능력의 증명이 여기에 압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우진은 다른 증명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것이 주식이었다. 주식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면, 수능으로 말미암은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왜 하필 주식이었나? 우진은 주식이 짧은 시간 안에 성취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p166)
수험 생활에 실패했다고, 같은 나이대 남성들에게 뒤처진다고, '1인분'을 못한다고 느끼던 그에게, 주식은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세계였다. 하지만 증명은 끝나지 않았다. 한 번의 시험으로 결과가 나오는 수능과 달리, 주식은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알 수도 없는 계속되는 증명의 과정이었다.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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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과 변명>
죽음을 계획한
어느 청년 남성이 남기는 질문들.
청년의 삶에서 우울과 강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저자 : 안희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작가이자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