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말들 / 심리학관
저자(중년 남성)이 아내와 떨어져 거주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들 중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물음.
"그러면, 지금 혼자 사세요?"
혼자가 아니라고 하면 사람들은 놀라면서,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만한
이유를 애써 찾는데,
대단히 전형적임
"우와, 밥도 다 하신다는 거에요?"
"요리를 엄청 잘하시나 봐요"
(저자) "그냥 하는 거죠, 뭐"
- 가사 노동으로서의 요리를
누가 더 잘해서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으니까
- 여성들이 가족들의 밥을 챙겨줄 때,
요리 잘해서 좋겠다고 누가 감탄한단 말인가
- 어떤 여성도 요리를 잘해서 그 일을 하지 않았음
(저자의 투덜댐) "어휴, 밥하기 싫어 죽겠어요"
(좋은 평가) "그래도 자상하시다.
밥하시는 게 어디야?"
투덜거림과 자상함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남자는 밥하는 행위로 가정적이라는 소릴 들음
-> 남자가 아이까지 돌보면서 밥도 하면
단지 그 사실 두개만으로 귀감적 인물이 될 수 있음
"그 나이 때 여자아이면,
엄마가 굉장히 필요한 나이인데"
Q. 그런가?
* 아이에게 언제나 엄마가 필요하다고 하는 건
엄마와 함께 공유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서임
* 아이에 대해서 아빠가 모르는 걸
엄마가 많이 아는 건 여성의 호르몬과 상관없음
* 재미있는 게
"아들이 고등학생이면,
아빠가 굉장히 필요한 나이"라는
말은 좀처럼 들어볼 수 없음
* 저자(중년 남성)가 청소하고 빨래하고
육아하고 밥하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 중 일부는
분명 저자에게 특별한 상황이 있을 거라고 짐작함
-> 아내가 돈을 잘 벌고, 저자는 집에서 글이나 쓰면서
빈둥거릴 거라고 생각함
-> 아내의 직업을 노골적으로 묻는 사람도 이음
* 아내의 경력 단절 기간에 들었던 말
"아내가 집에서 놀면서 밥도 안 차려줘?"
* 저자의 아내가 경력 단절을 끊고 일을 시작하자,
달라진 생활 패턴으로 몇 번 아팠는데,
적잖이 가까운 사람이 이런 소릴 했음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놀았으니
힘들 만하지"
* 이 구태의연한 언어 습관은 여성도 마찬가지
-> 여자가 일을 안한다면 당연히 밥을 차려야 한다고
설파하는 여성들도 많음
-> 이들은 '집에 있다'라는 변수를
'한가하다'로 해석하며 전통적 성별 분업을 유지시킴
* 육아와 일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워킹맘들의 고군분투가 담긴 글들에는
'집에서 놀고만 있을 수 없어서'
'더 이상 퍼져서 살 순 없다고 결심하고'
'애들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전업주부의 상태를 결핍이나
탈출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가득함
-> 카페에서는 누구나 이야기를 주고받고,
또 그 이야기들은 싱거운 경우가 많지만,
'전업주부처럼 보이는 여성'이라면
매우 부정적으로 각인됨
이 경험이 누적되면
누구는 카페에서 이야기 좀 했다고
'남편이 뼈빠지게 고생해서 벌어온 돈을
흥청망청 쓰는 아주 나쁜 여자'로 일반화됨
-> '맘충'이란 단어가
불쑥불쑥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여성들은 늘 누구를 도와주는 역할을
맡아야만 했는데,
대단한 일을 하는게 아니라고
하찮은 대우를 받았음
그리고 현대 사회의 자기 계발 패러다임은
그 하찮음을 더 하찮게 찌그러트림
-> 성차별은 별거 아니라는 느낌을 가진
알파걸, 수퍼맘과 같은 단어로 수식되는
여성들의 성공 사례들은
'애 키운다고 투덜거리는 보통 여자들하고는
다르다'고 해석됨
이 흐름이 누적되면,
전업주부는 '남들 일할 때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이미지로 보편화되어 상시적으로 혐오에 노출된다.
맘충 되는 건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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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말들>
차별에서 고통까지,
"어쩌라고"가 삼킨 것들.
* 저자 : 오찬호(사회학자)
*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