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타 가이토(일본 임상심리사) / 심리학관
치료는 상처와 마주보는 일이다.
아픈 곳을 직접 건드린다.
돌봄은 상처 입히지 않는다.
그때그때 욕구에 대응하며
상대의 의존을 받아준다.
돌봄의 원리에 의존이 있다면,
치료의 원리에는 자립이 있다.
돌봄과 치료는 당분과 염분처럼
(단짠단짠한 음식처럼)
그때그떄 비율이 다를뿐
언제나 섞여서 존재한다.
둘사이 우열은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압도적으로 치료에 우호적이다.
돌봄의 대상,
즉 '그저 있을 뿐'인 사람은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이나 돌봄 시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가만히 '있기'보다는 무언가 '하기'를
당연시 여기는 세상이다.
도하타 가이토 씨는
누구든 가족에게, 동료에게, 친구에게,
온전히 의존하고 돌봄을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있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 있기 힘든 사람들 -
돌봄, 의존 그리고 지켜져야 할 우리의 일상에 대하여
도하타 가이토 (지은이),김영현 (옮긴이)
다다서재 / 2025-07-21.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노력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쉬지 않고 경쟁만 벌일 수는 없다. 육상 선수만 해도, 경주 전후 대기실에 머물려, 스태프들의 이런저런 돌봄을 받는다.
사람이 노력할 수 있는 것은, '있기'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노력할 수 없을 때 생존을 위협받는다면, 그 공포 때문에 노력할 수 없게 된다.
'있기'를 긍정하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취약성이 있다는 사실을 긍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사람들이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돌봄을 하는 것은, 돌봄을 받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돌봄론의 본질이다.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지탱해준다. 고독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요즘 나는 기업가와 연예인을 상담하고 있다.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 어째서 마음의 고통을 떠안고 있을까. 무언가를 쟁취하는 인생 속에서 고독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독해지면 주위의 모든 사람이 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어디에도 '있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고독하게 만든다. 인간이 상품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준다. 돌봄이 밑받침해주는 '있기'란 타인과 함께 '있는 것'이다. 상호교환성이야말로 돌봄의 본질이다."
"돌봄은 유별난 일이 아니다. 자녀의 옷을 세탁기에 돌리고 건조대에 너는 것도 돌봄이고, 직장에서 화분을 배치하는 것도 돌봄이다.
'매출을 창출하지 않는 조용한 일'들이 얼마나 인간의 근본적인 부분을 밑받침하는지 전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그리고 내가 실은 사소한 돌봄에 둘러싸인 덕분에 어떻게든 숨쉬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그 역시 근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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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기' 힘든 시대, 돌봄으로 건너기.
임상심리사 도하타 가이토 씨의
첫번째 업무는 이들 곁에
'대충 앉아 있기'였다.
* 임지영 기자님(toto@sisain.co.kr)
* 시사IN /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