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리드의 '우주는 네가 시작하기만 기다리고 있어'
저는 새해 첫날이 되면 하는 일이 있어요.
올해의 첫 곡, 플레이리스트를 고르는 건데요.
새해의 첫 곡이 그 해의 운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죠.
그래서인지 우주소녀의 이루리, 엑소의 로또
퍼렐윌리엄스의 해피 같은 곡들은
단골로 새해가 되면 인기순위가 높아지던데요.
꼭 그런 미신을 믿어서는 아니지만
노래에 의미를 담아 한해를 계획하니 좋더라구요.
여러분들은 1월 1일에 어떤 곡 들으셨나요? ^^
그런데 오늘은 노래 말고
새해 첫 날, 제가 읽은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우주는 네가 시작하기만 기다리고 있어' 라는 책인데요.
사실 이 책은 비단 새해라서 읽은 건 아니고
늘 책상 가까이 책꽂이에 꽂아놓고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응원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들춰보곤 하는 친구 같은 책이예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와
짧지만 알맹이가 있는 글귀들로 가득한 이 책은
랜덤으로 어떤 페이지를 들추든 간에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기분 좋은 힘이 있지요.
잠깐 책 속을 보여드리면, 이런 분위기랍니다.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나요?
참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이지요?
여기서 반전은
이 책의 작가 샬롯 리드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합니다.
항우울제로 근근히 삶을 버텨나가던 그녀는
우울증 극복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자신의 행복한 생각들을 매일 적기로 결심하는데요.
내가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는지, 환기하며 글을 쓰고
내 글이 친구들에게도 유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페이스북이 한 장씩 글을 남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2년간 계속되었고
샬롯은 우울증을 이겨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글을 좋아해주는 많은 팬들이 생겼지요.
그 결과가 바로 115개의 글을 담은 이 책입니다.
우울증이 있던 작가의
자신이 자기 스스로를, 세상을, 타인을,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하면 좋겠다,
라는 소망과 기대가 담겨 있어서 그럴까요?
복잡한 세상사와 인간관계에 치이고
나도 싫고 너도 싫고 다 싫어지는 우울한 날
마음이 지쳐 흠뻑 위로 받고 싶은 날
그런 날들에는 이 책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힘내, 괜찮아, 잘 할 수 있어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볼래? 그럼 한결 나을꺼야
사는 건 생각보다 멋진 일이야, 그리고 너도 멋져
라고 힘을 팍팍 넣어주는 메세지들 덕분에
딱딱했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곤 하거든요.
칙칙한 현실 세계에서 상처 받고
무지개빛 동화 세상에서 위로 받는 느낌이랄까요.
마음의 비타민 같은 책이 필요하신 분들께
이 책 한 번 읽어보시라고 강추드려요^^
올해의 첫 날, 이 책을 다시 보며
2021년의 모토로 삼아야겠다, 하고
유독 눈에 들어왔던 글이 하나 있었는데요.
삶이 진짜 너무하네 싶은 순간이 있죠.
'왜 나한테만 그래' 하고 악쓰고 싶고
때로는 무자비한 삶 앞에 저항할 힘도 없어서
될때로 돼라, 포기하고 무력해지기도 하죠.
저 같은 경우는 난청이 왔던 때가 있었어요.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어제까지 잘 들리던 소리가 안 들리는거예요.
갑자기 고장난 라디오가 지지직거리는 것처럼
세상 모든 소리가 웅웅거리는 잡음으로 들렸어요.
나에게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보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거죠.
인생이 참 코너 돌면 막다른 골목에
뭐가 숨어 있을지 진짜 모르는구나,
불행은 항상 내가 상상하고 우려했던 모습이 아닌
예상도 못한 모습으로 불쑥 찾아오구나 싶었어요.
이러다 영영 소리를 못 듣는 거 아닐까
몹시 불안하고 무서웠지요.
아침마다 오늘은 귀가 제기능을 찾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일어났던 기억이 나요.
작년에는 또 다른 건강상의 문제로
엄청 혼란의 날들을 겪었는데요.
인생에서 손에 꼽게 힘든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책 속의 글처럼 뭔가 잘못되어 가는 것 같던 일들도
삶의 커다란 계획 속에서 이해가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그동안 내가 나를 잘 돌보지 않아서
잘못했다고 벌을 받는건가, 싶어 서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 화도 났구요.
사는 동안 또 어떤 불행이 닥칠까
앞으로 살 날을 걱정하며 겁 먹기도 했는데요.
이제와서 보면,
삶이 나를 골탕먹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삶을 배우라고 기회를 준 게 아닐까 싶어요.
그 시간들을 겪으면서
나의 몸과 마음에 더 관심을 갖고
잘 보살필 수 있는 연습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살지도 더 진지하게 성찰하게 되었거든요.
삶이 유한하고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그저 머리로만 아는게 아니라 절실히 느끼면서
더 즐겁고 의미있게 살고 싶다는 다짐도 했구요.
사람들의 진심어린 위로를 받으며
사람에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다정함이
얼마나 커다란 선물인지 눈물나도록 느끼고
내가 받은 이 사랑의 마음들을
사는 동안 아낌없이 베풀어야겠다 싶었어요.
역경 앞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고
그러므로, 서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감도 배웠어요.
가장 위안이 되었던 산책을 자주 하며
초록초록한 것이, 자연과 가까이 하는 것이
얼마나 인간의 마음에 치유가 되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불안에 떨고 있는 환자에게
의사의 태도는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상담자로써 여러 통찰을 얻기도 했지요.
어쩌면 삶은
제게 더 좋은 것들을 주려고
그 혼돈의 시간들을 계획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여러분들도 각자 삶의 고민들이 있으시겠지요?
어느날 갑자기 날벼락처럼 닥친 불행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겪어온 골치아픈 일일 수도 있구요.
슬프거나 고통스럽거나 우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여러 상황들이 있으실거예요.
그런데, 잠시만 지금 나의 그 힘듦과 거리를 두고
이렇게 한 번 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경험이, 나에게 무얼 말하고 싶은걸까"
나에게 일어난 그 일은
나의 힘든 상황은, 힘든 마음은
나에게 어떤 메세지를 주고 싶은 걸 수도 있어요.
그 메세지에 귀를 잘 기울여보면
지금의 경험에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거예요.
그리고, 언제라도 삶이 나에게 좋은 걸 줄거라는
삶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가져보세요.
삶은 그런 식으로 나를 벌주지 않는다는 걸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든 게
과거에 내가 뭘 잘못 살았기 때문이거나
뭘 잘못 해서가 아니라는 걸 믿어보세요.
온통 가시밭길에 암흑 같아도
지나고 보면 또 알게 되는 게 있더라구요
그 때가 있었으니, 지금이 있구나 싶은.
힘들었지만 이걸 배웠구나, 얻었구나 싶은.
물론 너무 힘이 들 때는
배움이고 나발이고, 더 좋은 거 안 줘도 되니
그만 힘들고 싶다, 싶을 때도 있지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역경 후 성장은 개뿔,
성장 안 해도 되니 역경 그만주세요!!
하고 외치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그래도
또 속는셈 치고 더 살아보세요.
삶이라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로
그저 필요한 하나의 조각일 뿐이라고
언제나 삶은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갈거라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더 잘 수용하고 또 다른 삶의 기회로
만들어볼 수 있을테니까요.
2021년의 시작을
행복과 긍정이 가득한 책으로 했는데요.
그 기운을 받아서 올 한 해 어떤 일을 겪더라도
경험 속에서 빛나는 메세지를 발견하시길 바랄께요.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얼른 화해하고 더 좋은 걸 줄거라 믿으며
한 번 잘 살아보자구요!
저도, 여러분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