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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09. 2021

[은비의 마음책방] 문요한의 '오티움'

제대로 놀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처방전

여러분은 잘 놀고 계신가요


호모루덴스(Homo Ludens) 

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문화인류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처음 쓴 용어로 

'놀이하는 인간'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징 중 하나가 

놀이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놀이 덕분에

인류 문화와 예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주장했죠.


여기서 놀이란 생존 및 일과 관련된 활동을 제외한

모든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뜻합니다.


목적성이 없고 결과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우며

누가 시켜서가 아닌 억지로 하는 게 아닌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행위이기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데요. 


놀이는 우리의 마음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답니다. 

어떤 사람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삶을 얼마나 적응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음건강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어려움과 고민들로 내방한 분께

여가시간을 얼마나 갖는지, 무얼 하는지,

일과 놀이 사이에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지 등을

의미있게 확인하고 평가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놀이'의 중요성을 

잘 설명한 책이 있어 소개하려 해요


바로 정신과의사이자 작가이신 문요한 선생님의

'오티움' 이라는 책입니다.




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 오티움


오티움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시지요?

오티움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능동적인 여가활동'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보통 '논다' 라고 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걸 떠올리곤 하는데요.

특히나 늘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일하는 시간 외의 모든 시간을 논다고도 생각하지요.


하지만 진정한 휴식 혹은 놀이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능동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마냥 가만히 쉬는 것만이 좋은 게 아니란거죠. 


작가는 오티움의 기준으로 5가지를 말하는데요


첫째, 자기목적성


놀이의 결과나 보상에 상관없이 

그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일을 할 때 과정보다는 보상과 결과를 따지고

생산성과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는게 익숙해서

많은 분들이 놀이도 똑같은 방식으로 보곤 해요. 


즐겁게 놀거나 새로운 취미 활동을 즐기다가도

'내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나'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남는 게 없는데'

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불안해하기도 하고


놀더라도 제대로 놀아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운동을 하면 체중감량 등의 목표가 있어야 하고

취미를 통해 자격증이라도 따야한다는 식이지요. 


하지만, 진짜 놀이는 그 순간을 즐기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순수한 몰입의 경험에 가까운거지요.


둘째, 일상적


아무리 좋아하는 여가 활동이어도 

일 년에 한 두번 하는 활동을

오티움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오티움은 매일, 매주 혹은 최소 매달이라도 

일상에서 즐기는 여가활동을 말합니다.



셋째, 주도적


좋은 놀이란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즐기고 배우고 심화시켜가는 것을 뜻합니다.

먹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요리를 배우고 직접 해보기도 하고

관련한 블로그를 운영해보는 식인거지요. 


비슷한 맥락에서 많은 어른들이

술 마시고 노래하는 걸 잘 논다 생각하는데요.

혹은 TV와 인터넷, 쇼핑 등을 떠올리기도 하구요.


물론 재미를 느끼기에 놀이라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유사놀이' 라고 할 수 있어요.


유사놀이란 놀이의 능동성과 창조성은 빠져 있고

유희성만 남겨놓은 것을 말하는데요.

놀이를 상품으로 구매하여 소비할 뿐 

주도적으로 놀이의 주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깊이


잘 노는데는 지속성과 깊이도 필요합니다.

영화 감상을 좋아하다 보면

좋아하는 장르와 배우, 감독이 생기고

시간을 내어 영화평을 쓰거나 모임에 참여하는 등

보다 깊이 있는 배움과 실험을 통해서

스스로의 내/외면이 성장하는 경험을 하지요.

이렇게 좋은 놀이는 배움의 기쁨이 함께 합니다.


다섯째, 긍정적 연쇄효과


아무리 앞의 네 가지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긍정적 연쇄효과가 없으면 오티움이 아닐 수 있어요.

그러므로 중독과는 구분이 되지요.


중독에 빠지면 삶이 피폐해지고 

기존의 대인관계에도 갈등을 낳지만

오티움이라고 할만한 여가 활동은

삶과 관계에 더욱 활기를 준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나만의 오티움을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잘 놀기도 쉽지가 않지요?


실제로 취미나 좋아하는 게 뭔지

일 안 할 때는 주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변변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코로나 후 상담하시는 분들이 종종 그러시더라구요.

이전에는 퇴근하고 술 한잔하고 사람들 만나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뭘 할지 모르겠다고.


내가 이렇게 혼자 놀 줄 모르는 사람이었는지

제대로 즐길 취미 하나 없는 사람인지 몰랐다구요.


혹은, 거리두기로 바깥 활동이 줄고

굳이 안 만나도 될 관계들은 정리가 되다 보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졌고

이 참에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하다 보니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고 하는 분도 계시구요.


여러분도 자신만의 오티움을 찾아보시면 어떠실까요?




책에서는 몇 가지 오티움을 찾는 법을 제안합니다. 


우선은 지난 나의 삶을 돌아보세요.

우리가 좋아하는 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

지금껏 한 번이라도 관심 갔던 것일 수 있으니까요.

이전의 내가 뭘 하면 즐거웠었는지

과거에 어떤 모임, 활동에 참여했는지 되돌아보면

꺼져가던 오티움의 씨앗을 싹틔울 수도 있을거예요.


혹은 지금 나의 일상을 살펴보세요.

지금 읽고 있는 책, 자주 가는 장소

즐겨찾기 한 웹페이지나 유튜브채널 등

지금 내 일상을 구성하는 활동이나 관심사를

더 깊이 파고 들어가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다양한 실험을 해보세요.

친구 따라 우연히 따라간 화실에서

그림그리기에 푹 빠질 수도 있고

선물 받은 화분 하나에 화초키우기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어요. 


혹은 막상 괜찮을 것 같아서 시작한 취미가

해보면 나를 안 맞는 경우도 있고

전혀 재미없을 것 같았지만 한 번 해봤더니

의외의 즐거움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여러 경험에 대한 개방된 마음이 필요해요. 


잘 노는 어른이가 되기를


어쩌면 우리 사회의 마음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특히나 불행한 어른들이 늘어나는 건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좋아하는 걸 탐색하고

순수하게 그런 대상이나 활동에 몰입하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이러한 제대로 된 놀이의 결핍 때문은 아닐지요.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면

몇 가지 도구만 쥐어줘도 온갖 놀이를 창조해내고

발 밑에 물덩이가 있어도 첨벙첨벙 거리는 등

별거 아닌 걸 가지고도 그 순간에 푹 빠져

놀이 자체를 즐기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어른들도 그런 놀이하는 능력을 잃지 않는다면

사는게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요즘 시대는 내가 하는 일이나 지위로

나란 사람을 규정짓고 설명하기 보다는

내가 가진 '취향'이나 '선호' 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열심히 놀고, 제대로 노시기를 바랄께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고

그런 대상과 활동에 열정을 가진 사람

잘 놀 줄 아는 사람은 정말 매력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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