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카 히로시의 '사람은 누구나 다중인격'
여러분은 부캐가 있으신가요?
작년 '놀면뭐하니'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트로트가수 유산슬, 요리사 라섹
음반기획자 지미유 등으로 대활약했죠.
그가 결성한 싹쓰리와 환불원정대는
음원차트를 휩쓰는 등 그야말로
부캐가 각광받는 시대를 열었는데요.
이런 부캐열풍과 더불어서
요즘은 일반인들도 부캐 만들기에 적극적이지요.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진 N잡러,
본업을 유지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활용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이드프로젝트 등이 유행인건
그만큼 누구나 나의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꽃피우며 살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일거예요.
저 역시도 심리상담자가 저의 본캐라면
심리학관의 은비는 부캐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
여러분은 이런 부캐가 있으신가요?
사실 최근에 유행하는 부캐는
주로 직업이나 활동, 역할 등을 통해 구분짓지만
성격으로도 규정지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따뜻하지만 차가운 사람
칼같이 정확하지만 헐렁한 사람
부끄럼 많고 소심하지만 대범한 사람 등
사람은 하나의 성격만 지닌 게 아니라
다양한 면을 가진 복합적인 존재이니까요.
마치 부캐를 여럿 가질 수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렇게 성격적으로
내 안에 일치하지 않는 면들을 발견할 때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혹시 내가 이중인격자인가, 한결같지 않은 사람인가
하고 고민하면서 불일치를 불편해합니다.
"저는 평소에는 조용하고 주로 듣는 편인데
발표하거나 마이크만 잡으면 말이 터져나와요.
이런 제가 사람들이 보기에 이상할까요? "
"저는 좀 재미없고 무뚝뚝한 사람인데
일 할 때는 엄청 친절하게 말하는 편이예요.
제가 너무 가식적인가요?" 등
하지만 부캐를 통해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다면
내 안의 성격도 다양한 모습들로 가꾸고
그 때 그 때 상황이나 역할에 맞게
끄집어 내어서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사람 안의 여러 인격의 공존이
모순이 아님을 주장하고 이를 잘 활용하면
건강하게 자아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다중인격 관리법에 관한 책이 있어 소개하려해요.
사람은 누구나 다중인격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람에게는 크게 3가지의 인격이 있다고 해요.
첫째, 표층인격
이미 밖으로 많이 드러나 있는 인격으로
'나는 낙천적이야', '우리 엄마는 고집이 세셔' 등
사람들이 흔히 성격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말들은 이 영역에 속합니다.
표층인격은 일상에서 본인이 대표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인식 가능해요.
둘째, 심층인격
숨어서 쉽게 표출되지 않는 인격이지만
입장이나 상황이 바뀐다거나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자기 안에서 자라나
겉으로 드러날 수 있는 성격을 말합니다.
가령, 자립심이 부족했던 사람이 리더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독립심과 과감성이
길러질 수 있다는 말이지요.
셋째, 억압인격
어떤 이유로 강하게 억압되어
거의 표출되지 않는 인격입니다.
이런 억압인격의 힘이 클 경우에는
전반적인 인격 성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억압인격은 생겨난 원인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심층인격의 확장을 중요하게 봅니다.
한 사람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며
이미 충분히 잘 사용하고 있는 인격도 있지만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이 있는 인격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잘 사용하자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 몇 가지를 전제하는데요.
우선, 사람 안에 다양한 인격이 있는 걸
부정적으로 보거나 정신병리적으로 보지 않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봅니다.
즉, 사람은 누구나 다중인격이라는 말이지요.
그리고, 다중인격을 가능성 및 잠재력으로 여깁니다.
여러 개 인격이 일관되지 않더라도
굳이 그것을 억누르고 일관성을 가지려하기 보다는
각각을 그 자체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새로운 환경이나 기회들을 통해서
기존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필요에 따라 새로운 인격을 개발하는 것은
정체성의 상실이 아닌 자아의 건강한 확장입니다.
저는 저자의 이런 주장이 신선하고 좋더라구요.
사람은 누구나 다중인격, 이라는 말이
은근 안심과 위로가 되기도 하고 말이예요.
그러고 보면 오직 하나의 인격만으로 살아갈 때
오히려 여러 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종종 자녀문제로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이
집안에서 아이와 어떤 식으로 대화하는지 여쭤보면
지시하고, 성과 체크하고, 평가하고
꼭 회사에서 신입사원 대하듯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랑 대화하고 싶을리가...
회사에서 철두철미하고 유능한 선배로
집 문을 여는 순간은 수다스럽고 다정한 부모로
자신의 다양한 인격들을 스스로 잘 인지하고
자기 상황과 필요에 맞게 판단해서
가장 적합한 인격으로 대처할 줄 아는게
훨씬 유연하고 적응적인 삶의 태도이지 않을까요?
건강한 멀티 페르소나를 장착해보세요
종종 상담을 하다 보면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예요"
라고 스스로를 한정 짓는 분들이 계세요.
물론 누구나 타고난 성향이라는 건 있지만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성격도 분명 있음에도
나는 변하지 않을 거다, 라고 선을 긋는 것 같아
때로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는 "원래" 라는 건 애초에 없다고 믿어요.
나라는 유기체는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변화하고 적응하고 성장하는 존재이니까요.
심리학자인 칼 융은
인간은 천개의 페르소나를 지녔다고도 했지요.
그만큼 우리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고
이런 멀티 페르소나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은
특히 지금처럼 빠르게 바뀌는 복잡한 세상에서는
굉장히 필요한 능력일 거예요.
그러니 원래라는 말로 자신을 규정 짓지 않고
내가 하나의 '나' 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나들로 조화롭게 모여서
더 큰 '나'를 만들어 나간다고
아직은 모르는 '나'가 있을 뿐이지
절대 될 수 없는 '나'는 없다고 믿어보세요.
그런 유연하고 열린 마음이
정말로 나를 더 확장시켜 줄테니까요.
그리고, 조금 두렵고 겁이 나더라도
새로운 상황 속으로 자신을 던져보기도 하시구요.
익숙한 일상과 늘 만나던 사람들 속에서는
익숙한 내가 발현될 수 밖에 없어요.
해보지 않았던 경험, 새로운 만남, 새로운 공간 등
새롭다는 게 늘 기대와 함께 두려움도 생기지만
그럼에도 일상에서 벗어났을 때
평소의 나와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거예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여러개의 페르소나가 있더라도
그 페르소나들을 관장하는 '나'도 있어야 해요.
건강한 멀티 페르소나는
각각의 인격들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마치 좋은 무대감독처럼
어떤 인격을 무대 위로 올릴지 결정하고
조절하며 관리하는 역할 역시도
스스로가 할 줄 아는 것이니까요.
다시 말해, 여러 상황에서 유연성을 갖고
내 모습을 달리 할 수 있는 능력은
나의 의도와 필요에 의해서
그 주체가 반드시 내가 되어야 함을 잊지마세요.
이제 정말 봄인데요.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에
여러분들도 내 안에서 싹틔우기를 기다리는
여러 씨앗들이 무럭무럭 잘 자랄 수 있도록
나의 내면을 잘 관찰하며 보살피시기를
여러 시도와 도전을 해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씨앗들을 싹틔울 컨트롤키는(control key)
꼬옥- 내 손에 쥐고 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