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선생님 / 심리학관
박강수라는 가수가 부른 오래 된 노래가 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 노래에는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오로지 주려고만 하랬지'라는 부분도 나온다. 뭐 그저 그런 뻔한 내용이고, 사랑의 희생성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중요한 법칙이 여기 숨어 있다. 사랑은 내가 상대에게 무언가를 받을 때 커지지 않는다. 나를 희생해서 상대에게 무언가를 줄 때 사랑이 커진다. 사랑에 배신당한 사람들 중에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내가 그 사람에게 해준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이 불쌍한 친구는 모른다.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주면서 자신의 사랑은 점점 커졌을 것이고, 상대의 사랑은 변화가 없거나 어쩌면 더 작아졌을 수 있다.
나쁜 남자들이 나쁜 남자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쁜 남자는 어지간하면 주지 않는댜. 대개 받기만 한다. 주는 사람의 사랑 내지 집착은 커져 가고 받는 사람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아니 변화가 없어야 더 꾸준히 받을 수 있고, 상대가 주는 행위흘 더 열정적으로 하도록 만든다. 가끔 부정기적인 강화만 주면 상대는 더 열심히 정성을 다한다. 나쁜 남자가 혹시라도 상대에게 감동해서 자신도 사랑을 주기 시작하는 순간 놀랍게도 상대의 사랑, 그중 열정적 사랑은 커지지 않는다. 오히려 멈추거나 제자리걸음을 한다. 물론 나쁜 남자는 그러지 않기에 나쁜 남자다. 그저 받기만 할 뿐 고마워하거나 돌려주지 않는다. 가끔 아주 적게 반응을 해줄 뿐이다.
사랑은 나의 일부를 떼서 상대에게 던져넣고 내가 던져넣은 시간과 노력, 즉 나의 일부를 사랑하는 면이 있다. 결국 자기애다. 이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랑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내줄 때 사랑이 커진다. 받는다고 커지지 않는다. 고마움은 느끼고 미안함도 느끼지만, 고마움과 미안함은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다. 다른 주소를 갖고 있다. 연결되기 어렵다.
물론 가장 행복한 사랑은 서로 주려하고, 주는 행위에서 기쁨을 얻고, 마음이 깊어지는 것이겠지만 인간사가 그러면 얼마나 쉽겠는가? 그저 받으면 편하고 좋은 것이 또 사람의 마음이다. 주지 않고 받기만 하면 사랑은 식고 열정은 약해진다. 그때 상대는 자신이 준 것을 오롯이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서운함을 느낀다. 그 서운함이 균열을 만들고, 균열은 그렇잖아도 약해진 사랑에 파열의 명분을 만든다. 혹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라면 우습게도 자신이 열정을 들일 다른 곳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 도파민을 터뜨린다. 그렇게 사랑이 움직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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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선생님
(소아정신과전문의)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