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선생님 / 심리학관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 늘 이야기한다.
시야를 넓혀보자.
네가 보는 것만 보면
지금 기분이 달라지지 않아.
조금 더 넓게 보면,
지금 보지 못하는 것도 보이고,
그래야 마음의 풍경도 달라진다.
바라보는 세상이 달라야
기분도 달라지는 거야.
우물에서 보면 우물만 보이지만
우물 밖엔 또 다른 세상이 있잖아.
아이들은 몰입하고,
자신이 몰입한 대상이 세상에서,
또 자기 인생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걸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그것이 없으면
지금 자신의 삶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까지 생각한다.
그 삶을 만들어온 시간이 아직 길지 않고
무엇보다 부모가 아닌 스스로 결정한 것은
얼마 없기에 이게 당연한 면도 있다
(사실 살아온 삶이 짧지 않은 어른들도
종종 몰입한 순간
합리적 판단력을 잃기 마련이다).
아이들과의 대화는
이를 둘러싼 전쟁터가 되기 쉽다.
이에 대해 조금 벗어나자고 하면
자기를, 자기 바람을, 자기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다 말한다.
치료자는 아이의 현재에 머물면서도,
시야를 넓혀 주려 해쓴다.
지금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보여주려 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꼭 벗어나야 하나?
이렇게 몰입한 순간이 더
없이 행복하다는 것을 나도 아는데.
그냥 시간을 천천히 살아가게 두면 안 되나?
아이가 몰입으로 괴롭지 않다면
가는데 까지 둬도 좋지 않을까.
그러다 시간을 낭비해도 삶이 그리 짧지 않은데.
어쩌면 몰입이 해로운 쪽은 어른들이다.
몰입은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자신을 소모할 수 있으니.
여러 고려할 일이 많은 상황이라면,
안정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몰입은 엉성한 판단으로 우리를 이끌고,
결국 삶을 흔들 수 있다.
한번 삶이 흔들리면,
살아갈 시간이 많지 않기에
회복할 시간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라면 뭐 그런 위험까지는 없다.
가볼 수도 있는 길이다.
물론 쉽지 않다.
이 시대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더 큰 절제를 요구하고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주지 못하고,
나중에 배워야 할 것부터 주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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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선생님
(소아정신과전문의)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