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관계에서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꾸 잘못한 것 같은 기분
사례1)
최근 부쩍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 김사원은
일주일에 2번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정시 퇴근을 하다가 이부장을 마주칩니다.
이부장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일찍 퇴근하네? 그래, 요새 사람들은 워라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이해해. 퇴근하고 운동하나? 건강도 잘 챙겨야지. 요새는 건강도 경쟁력이야~ 하아~ 난 언제 칼퇴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몸도 예전 같지 않고 말이야. 그래도 별 수 있나. 상무님이 아직 퇴근을 안하셨으니 나도 더 남아있어야지. 워낙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 계실 때 많이 배워둬야지 하는 마음으로 남아있는거라네. 내가 원해서 남는거니 자네는 신경쓰지 말게. 아, 자네도 나한테 배울게 있단 생각이 들었다면 좀 더 남아있었겠지? 허허~ 내 부족이라 생각하네. 허허허~ 그럼 운동 잘하게."
김사원은 찝찝합니다.
퇴근을 해도 된다는 얘기일까.
퇴근을 하지 말라는 것일까.
헷갈립니다.
(아 근데 진짜 쓰면서도 짜증이 나네요ㅎㅎ)
사례2)
박남편은 결혼한지 이제 막 6개월이 되어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에게 전화가 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주말에는 집에 와서 밥을 먹었으면 좋겠구나. 반찬도 좀 가져가고 말이야. 아무리 결혼했다지만 너무 안 보고 사는 것 아니니? 혹시 새아기가 못가게 하는 것은 아니지? 엄마 안 보고 싶니? 엄마가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이 많이 허전하구나. 귀찮으면 안 와도 된다. 하지만 나도, 니 아빠도 늙었고... 앞으로 본다면 얼마나 더 보고 살겠니?"
박남편은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맞벌이인 부부에게 주말은 함께 쉬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온전히 둘이서
주말을 보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어머니에게
바로 거절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교묘하게 협박을
하며 상대방이 두려움과 죄책감, 의무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리전문가인 수잔 포워드는
이것을 '감정적 협박'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감정적 협박의 형태는 다양하나
핵심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너는 심리적인 고통을 겪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감정적 협박은
가까운 사이에 더 잘 통합니다.
가깝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협박을 당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협박을 당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내가 희생을 해서라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게 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물론 상대방이 내 생각과 다른 요구를
한다고 해서 모두 감정적 협박은 아닙니다.
수잔 포워드는 어떤 것이 감정적 협박인지
알 수 있는 여섯 가지 정보가 있다고 말합니다.
감정적 협박은 다음과 같이 6단계를 거쳐
진행된다고 합니다.
1단계 - 요구하기
어머니가 아들인 박남편에게 전화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집에 왔으면 좋겠구나. 주중에는 너희도 일을 해야하니 주말이 좋을 것 같다. 토요일에 오면 여유있게 놀다 갈 수 있으니 좋을 것 같구나."
어머니는 제안 또는 부탁하는 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듣는 아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어머니 혼자 다 정해놓고
요구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2단계 - 저항하기
아들인 박남편은 주말에는 조용히 집에서 쉬고도
싶고 아내와 단 둘이 보내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바로 거절 의사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너무 자주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쩐지 어머니를 실망시키고 배신하는
불효자가 되는 것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상황을 보겠다고 하며
일이 너무 많이서 쉽진 않을 거라고 둘러댑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전화를 조금씩 피합니다.
3단계 - 압박하기
자신의 이야기가 통하지 않게 되자
어머니는 자신의 입장을 다시 전달합니다.
마치 아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어머니의 요구는 매우 건강하고,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지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반찬도 가져가면 좋잖니. 맞벌이라 집밥도 못 먹을텐데. 집에 제대로 된 음식은 있니? 맨날 시켜먹고 사먹으면 잔병 걸린다. 요새 같이 면역력이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그리고 가족끼리 얼굴은 보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 혹시 오는 것이 귀찮니? 엄마가 너네를 귀찮게 하는거니?"
4단계 - 위협하기
그래도 아들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그래, 오지마라. 나도 나이 들어 몸도 힘들고 음식하기도 힘드니 안 오는게 좋겠다. 너도 바쁜데 전화할 필요 없다. 나도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하지 않으마. 몸도 안 좋은데 너희 아빠는 관심도 없고. 이렇게 살거면 왜 사는지 모르겠다.참 인생이 허무하구나"
5단계 - 굴복하기
아들은 어머니를 사랑하고 위하며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순간 자신이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며
불효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에 집에 가는 것이 뭐 힘든 일이라고
이렇게 어머니를 속상하게 하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죄책감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결국 아들은 주말마다 가겠다고 말합니다.
6단계 - 반복하기
어머니는 다시 아들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사이는 좋아집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도
밝아졌습니다. 아들인 박남편은 마음이
개운하진 않지만 어머니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와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무겁고 불편한 마음도 어느 정도 사라졌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죄책감을 갖게 하는 것이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됩니다.
아들은 어머니의 요구대로 하는 것이 빠른
문제해결 방법이라 여기며 점점 더 본인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지 않게 됩니다.
감정적 협박이 진행되는 과정을
박남편의 사례를 통해
6단계로 나누어 살펴 보았습니다.
감정적 협박은 가족 뿐만 아니라
연인, 친구, 직장 내 대인관계 등
다양한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혹시 글을 읽으시면서 생각나는
사람이나 상황이 있으신가요?
그럼 감정적 협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이 내용은 다음 시간에 이어서
더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분량 조절)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