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심리학관
2025년 가을, 김연경은 배구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이하 <신인감독>·MBC)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이름값으로, 국내 4대 스포츠 중 유일하게 단독 예능과 2부 리그가 없고 팬덤이 작다는 평가를 받는 배구를 공중파 스포츠 예능에 꽂아 넣으면서. 김연경이 왜 이렇게 배구를 사랑해. 9월28일 첫방송된 <신인감독>은 현재 3화까지 방영되었으며,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골 때리는 그녀들>처럼
여성 선수들이 주축인 스포츠 예능뿐만 아니라
여자배구, 여자야구, 여자축구, 여자농구의 감독
또한 전원 남성이거나 대부분 남성이다.
지도할 자격과 권위를 지닌 여성은
왜 이토록 보기 힘든 것일까?
운동을 둘러싼 젠더적 제약 때문에
여성 운동 선수의 풀 자체가 적고,
여성을 지도자로 육성하는 인프라가 부재하며,
여성 지도자를 향한 강도 높은 검열과 낮은 신뢰 등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저 그런 선수들도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동안, 여성 감독은 ‘김연경 정도는 되어야’ 기회를 얻는 것이다. 김연경이 처음인데도 감독으로서 빛나는 것은 경이롭지만, 동시에 안타깝기도 하다. ‘신인감독’이 종종 ‘신(God)인 감독’의 말장난처럼 보일 정도로 우수해야, 여성 감독에게는 실패하고 헤맬 기회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뚫고 나올 수 있나 싶다.
이 여성 지도자가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과 태도는 <신인감독>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선수 시절부터 감독과의 충돌도 피하지 않고, 분하면 거침없이 욕을 내뱉는 모습으로 ‘식빵언니’라고 불린 김연경은 감독으로서는 또 다른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매섭게 선수들을 질책하고,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며 밀어붙이고,
묵묵히 선수를 응원하고,
예민해지거나 무뚝뚝하게 굴고,
서포트 역할을 맡은 남성(부승관 매니저)이
눈치 보는 모습이 주는 해방감이란.
여성은
어떤 정체성을 입고
어떤 업적을 이룩하든
여성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그 사실은 운동 선수마저
여성성의 틀에 묶어두었다.
배구계의 영웅인 김연경의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우리 누나, 김연경>(SPOTV)인 것은 두고두고 비판받았으며, 여성 운동선수를 조명한 <다큐 인사이트>(KBS)의 이은규 PD는 “과거 운동하는 여성을 다룬 다큐들을 보면, 꼭 여성 선수들이 수를 놓거나 뜨개질하는 모습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신인감독>의 공식 소개나
<나 혼자 산다>(MBC) 등의 미디어가
김연경을 ‘배구 여제’가 아닌
‘배구 황제’로 부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지난하고 ‘유난스러운 이의제기’를 했던가.
만듦새를 놓고 보더라도 <신인감독>은 준수한 프로그램이다. 배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지식을 적절하게 제공하는 방식이나 언더독과 성장을 다루면서도 신파로 빠지지 않는 연출, 월드 아이돌이지만 배구를 향한 열정으로 몸 사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세븐틴의 부승관 매니저와 김연경 감독의 케미, 세 번째 경기를 바로 한·일전으로 끌고 가는 패기 등은 숨가쁘게 날아다니는 배구공처럼 시선을 사로잡는다. 새로운 막이 열리는 여성 스포츠 예능의 세계, 김연경의 등에 업혀 배구에 빠져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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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 아닌 황제
여성 스포츠 예능을 넘어
‘지도자로서의 여성’으로
*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 2025.10.18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