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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자랑(Stress Bragging)

이윤수 교수님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나 요즘 너무 스트레스 받아!

바빠 죽겠어.


이 글을 읽고 나면,

아마 스트레스 자랑은 멈추고 싶어질 겁니다.

요즘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그 부정적 감정마저

자랑으로 포장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스트레스 받는 게 멋있어 보인다

(chic to be stressed)는 말까지 돌고,

스트레스 자랑(stress bragging)

하나의 유행처럼 언급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입니다논문에 있는 내용은

아니고 AI로 재밌게 만들어본 예시들입니다).

“슬랙 답 늦어도 이해해주세요.

이번 주 회의만 11개예요.

숨 돌릴 틈도 없지만, 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
“어제 코멘트 200개 다 반영하고

세 시간 자고 출근했습니다. 저 좀 대단하죠? 하하.”
“이번 주 풀북이라 숨 쉴 틈이 없네요.

이번 달은 집보다 회사에 더 있었어요.

그래도 일이 굴러가잖아요.”

그런데 학술적으로 보면 이 현상은 다소 기이합니다. 스트레스는 분명 부정적 정서인데, 굳이 이를 홍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성취나 장점을 과시하지만, 과시는 인간적 따뜻함과 호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놓고 자랑할 때보다 담백하고 겸손할 때 더 호감을 얻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고로 “왜 다들 저를 AI 전문가라고 생각하실까요…?”와 같은 겸손을 가장한 과시는 긍정적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가장 좋은 전략은 제3자의 입을 빌리는 것입니다.

중립적인 중개자가

당신의 강점을 소개할 때가 효과가 가장 큽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스트레스가 무슨 자랑거리라고 그걸 자랑할까요? 조지아 대학의 로델 교수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공유하는 것은 약점을 인정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호감을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마치 회사에 대한 불평을 통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일부 동료들과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연구 결과는 냉정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스트레스를 자주 자랑하는 직원은 동료들에게 유능하지도, 따뜻하지도 않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다행히(?) 무작정 자기과시만 하는 사람보다는 호감도 하락폭이 덜하긴 했지만요. 자연스레 동료들은 유능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스트레스 예찬론자들을 기꺼이 돕고 싶어 하지 않았고(시민행동 감소), 스트레스 자랑을 자주 접한 동료의 스트레스 수준도 함께 높아지기까지 했습니다(전이).

직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불가피하고, 감정을 풀어낼 배출구도 필요합니다. 다만 ‘나 바쁘다’는 식의 신호가 자랑으로 읽히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정말 힘든 일이 있다면,

과시의 포장지를 벗겨내고

솔직하게 하소연하세요.


이런 정직한 감정 표현은

카타르시스를 통해 스트레스를 낮추고,

개인적 행복감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스트레스 자랑은 당신의 역량과 이미지를 소모시키고 주변에까지 부정적 정서를 퍼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늘 스트레스를 과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절한 거리 두기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 참고문헌:
Rodell, J. B., Shanklin, B. C., & Frank, E. L. (2024). “I'm so stressed!”: The relational consequences of stress bragging. Personnel Psychology, 77(4), 1441-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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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교수님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LinkedIN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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