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 / 심리학관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무기력은 나태한 것이 아닙니다.
무기력은 탈진이며, 비명이고, 절망입니다.
결과로서 무기력해진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는 것은 다시 상처를 받으라는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절망했고 좌절했는지를
이해하고 감싸주고 함께 궁리해야만
아이들의 마음이 열릴 틈이 생길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
“포기했어요" "다 싫어요" "나좀 그냥 내버려두세요"
"곧 망할 세상, 사라질 지구.
그런 판에 살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어차피 몇 명의 천재가 돌리고 있는 사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없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제가 부지런하게 뭔가를 해봤자 표시도 나지 않을 일을요.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대보세요"
(1)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어른들
텅 빈 상태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주로 잠자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
->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상태로 지내본 경험이 별로 없는 개발도상국 시절에 성장한 부모 세대와 교사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
(2) 배신은 어른이 먼저 시작했다
"어릴 때는 수영, 축구, 피아노, 영어, 수학 다 시키면서 모든 것을 잘했으면 하고 바라더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까 다 필요 없고 영어, 수학만 하라는 거에요. 축구를 잘해서 클럽 대항전에서 우승할 때는 좋아하더니 영어, 수학만 하라니 배신은 엄마 아빠가 먼저 한 것 아닌가요?"
* 무엇이든 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모두 시킨 사람은 부모였음
->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부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것은 많은 대한민국 부모가 보여주는 일반적 행태
-> 아이는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으니 자신은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지낼 생각'이라고 부모한테 이야기
(3) 어른들이 만든 오래된 시스템
* 요즘 아이들과 청년들의 무기력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
->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음
*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온 시스템
-> 승자독식 / 획일성에 따른 평가 / 끝없는 서열화
(ex)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학교 독서실 이용 가능 / 전교 1등-50등까지만 햇살이 잘 드는 교실에 앉아 온갖 서비스를 받는 학교도 있음 / 성적에 따라 급식 순서를 달리는 학교도 있음
* 이 혹독한 차별과 경쟁은 단 한명의 생존자만 남는 헝거 게임과 다름없는 분위기
-> 살아남는 자만이 영광을 차지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무기력해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
* 우리 사회는 아동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아주 부족할 뿐더러,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아주 미약함
* 한 아이가 무기력해졌다는 것은 실로 큰일 : 아동기와 청소년기 몇 년을 무기력하게 지낸다는 것은 한 아이의 인생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는 뜻
-> 우리는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거나, 무기력해진 뒤에야 발견하고, 그제야 아이들의 아픔, 슬픔, 문제를 알게 됨
* 하나의 큰 사건이 아이의 무기력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작은 이들의 반복이 쌓여 무기력해지는 사례가 더 많음
-> 그렇지만, 어른들은 잘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고, 어느 날 '이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하고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객관적으로 묻고 있음
* 대부분 어른들이 하는 일 :
무기력한 아이를 혼내는 것
-> 이미 무기력해진 아이에게
부모 자신의 끓어오르는 열과 화를 못 참고
실컷 쏟아낸 다음에는
아이를 비난하기 시작함
-> 아이들은 이미 무기력해졌기 때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음
-> 그러면 어른도 덩달아 무기력해져서
이제 아이를 포기해야 하나, 자포자기하게 됨
* 무기력한 아이들의 침묵은 비명이요,
더 큰 마음의 목소리
-> 희망 없음(hopeless) /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태(helpless)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다 싫어' '나 좀 그냥 내버려둬'
-> 어른들은 이렇게 듣습니다.
: 불복종 / 게으름을 허락해 달라는 투정 /
회피하고 싶다는 비겁함 / 제정신이 아닌 헛소리
"그러면 숨은 왜 쉬고 밥은 왜 먹냐?"
*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영혼과 마음을 살펴주어야 다시 파릇파릇하게 살아날 수 있음
-> 그러지 않으면, 아이들의 무기력은
영혼의 빈곤을 낳고, 결국 삶의 빈곤을 만들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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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
우리 아이들의 의욕과 활기는
왜 사라졌을까.
* 김현수 선생님
안산 마음건강센터 센터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