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대표님 / 심리학관
“일 맡기면 참 잘해.”
이 한 문장에 담긴 신뢰는 어디서 올까요? 똑똑하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기는 합니다. 오히려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에게는 지능과는 조금 다른, 어떤 공통된 감각이 있습니다.
AI 시대가 오면서 이 “일머리”의 본질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를 조금 정량적으로 고민해본다면 “단위시간당 내리는 판단의 수”가 중요한 KPI가 될수 있습니다.
AI가 실행을 대신하면서, 일의 병목 지점이 바뀌었습니다. “얼마나 빨리 실행하느냐”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느냐”. 어느 방향으로 갈지, 무엇을 만들지, 언제 방향을 바꿀지. 일머리 좋은 사람은 이런 의사결정을 정확하고 빠르게 내립니다. 그리고 틀렸을 때 더 빨리 인정하고 피벗합니다. AI가 즉각 재실행해주기 때문에 시행착오의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졌고, 판단의 반복 주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습니다.
그렇다면 판단의 수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요? 두 가지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1. 시간을 입체적으로 쓰는 사람
전통적인 일머리는 시간을 선형적으로 최적화했습니다. ABC를 AC로 바꾸거나,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하거나. 하지만 AI 시대의 일머리는 시간을 ”입체적으로“ 사용합니다.
A, B, C를 동시에 굴리면서, 본인은 그것들이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겁니다. 이건 단순한 멀티태스킹을 넘어 “병렬적 깊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I에게 세 가지 다른 전략 시나리오를 동시에 만들게 하는 동안, 본인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의 숨은 의도를 파악합니다. 시나리오 A는 CFO가 좋아할 것이고, B는 실행 팀이 선호할 것이며, C는 가장 혁신적이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AI 결과물이 도착했을 때, 어떤 시나리오를 어떻게 조합해서 밀지 이미 판단이 서 있는 상태입니다.
진짜 시간 최적화입니다. AI에게 작업을 맡기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대기 시간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AI가 실행하는 동안 인간은 더 높은 레이어에서 움직이고, 결과물이 나오는 순간 다음 판단으로 즉시 넘어갑니다. 시간은 여전히 24시간이지만, 판단의 밀도는 10배가 됩니다.
2. 맥락의 복리 효과를 만드는 사람
이상적인 인재상은 I자형 보다는 T자형이었습니다. 한 분야는 깊게, 여러 분야는 넓게. 하지만 AI 시대에는 게임의 룰이 바뀔 수 있습니다. “넓게만 알아도 깊이를 빌려올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마케팅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이 AI로 데이터 분석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간단한 코딩까지 합니다. 각 영역에서 80점짜리 결과물을 병렬적으로 뽑아내면서, 본인은 그것들을 연결하는 전략과 맥락에만 집중합니다. 전문가의 독점적 가치였던 “깊이”를 AI가 민주화하면서, 진짜 희소한 능력은 “연결”로 이동한 것입니다.
복리 효과가 발생합니다. 각 맥락이 다음 맥락 학습의 레버리지가 되고, 동시에 기존 맥락들도 새로운 맥락 때문에 더 강력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를 키우는 구조입니다
물론 중요한 건, 그냥 “다양하게 안다”라기보다 “다양한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본다”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 사이의 패턴과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AI는 도구를 주지만, 무엇과 무엇을 연결할지는 여전히 인간이 판단해야 합니다.
무엇을 AI에게 맡기는지가 곧 판단력이고, 결국 일머리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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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대표님
Global Brain Corporation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