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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은 좋아서 일하는 거니까 노동자가 아니다?

이상원 기자님 : 시사IN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분야는 없다. 예술계의 소문이 흉흉한 건 사고 자체보다 처리 방식 때문이다. "악기 연구가가 출퇴근하다 중상해를 입었는데, 지도교수가 사업주라 은퇴를 택했다" "공연 준비 중 다쳐 책임을 묻자 '예술가가 나선다'라며 힐난을 들었다" 등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입에서 입으로만 떠돈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김현주 교수(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면 보통 노조나 업계 동료들이 나서는데 예술계에는 노조도 없고, 한 다리 건너면 선후배, 사제지간으로 묶인 관계라 섣불리 이야기하지 못한다."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어렵기에 동등하고 공식적인 계약관계를 요구하기 어렵다. 다치는 건 불운, 개인의 책임이 되기 쉽다.



또 공연/예술 분야 대다수는 프리랜서, 단기계약 노동자이다. 이들은 산재보험 혜택도 보지 못한다. 다치면 그날부터 바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공연/예술계는 사고의 타격은 치명적이지만 집계되지 않는 영역이 지나치게 넓은 분야다.


법과 행정 체계뿐 아니라 '예술인은 노동자가 아니라 좋아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사회 전반의 인식도 벽이다. 그런데 성악가 출신인 한빈만 에술인연대 사무처장은 "특히 순수예술 분야에 있는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의 정체성'이 자리 잡다 보니, 공식적 계약 관계나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익숙치 않다"라고 덧붙였다.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예술계 내부에도 권익을 찾으려 목소리 내는 것을 터부시하는 흐름이 있다. 미숙한 개인과 좁은 사회, 헐거운 사회보장제도와 예술인에 대한 자타의 편견이 불협화음을 내는 셈이다.



공연/예술계에서는 피해 보상이나 안전교육과 더불어 근본적/장기적 해결책을 이야기한다. '제작 극장'이다. 예술인들이 직접 극장을 운영하면서 안목을 발휘한다면 더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산업을 수출해 엄청난 수익을 내는 걸 넘어서, 순수예술 지원에 국민적 공감이 모이는 데까지 나아가야 진정한 문화강국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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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스러진다. 예술가란 이유로.

무대에서 사고를 당한 안영재씨가 숨졌다.

시민단체는 제도개선을 요구한다.

예술계에서는 더 장기적 해결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 이상원 기자님

* 시사IN /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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