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 심리학관
* 장애인 혐오,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인가
* ‘혐오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화합하며 살아갈 것인가
Q. 당신은 ‘병신’이 장애인 혐오라고 생각하시나요?
‘병신’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안 들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혹시 무슨 뜻인지 설명할 수 있겠나.
[병신]
신체의 어느 부분이 그 기능을 잃어버리거나 기능에 제약이 있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주로 남을 욕할 때에 쓴다. - 표준국어대사전
당신이 사람을 욕할 때, 어떤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하나. 후자일 것이다. 당신이 욕하는 대상이 장애인이 아니라면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차별적이다. 사전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지만, 이러한 정의 자체가 장애를 비하의 대상으로 만들어 오기도 했다.
그럼 이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도 살펴 보자. “하, 진짜 너 병신 같다.” 이 문장에서 해당 표현은 ‘우스운 사람’을 나타낸다. 즉, ‘장애인은 우스운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해야 가능한 비유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장애인은 부족하거나 웃음 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는 거다.
“와..결정 장애 온다...”
결정 장애, 요즘 많이 쓰이는 신조어이다. 메이저 언론 사이에서도 많이 보이는 단어이지만, ‘결정 장애’, ‘선택 장애’ 등의 표현은 '정상인', '비정상인'과 같은 이분법적 구분을 만들고, 장애를 '결핍'으로 인식하게 하여 사회적 차별을 강화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말도 실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가볍게 여기고, 농담거리로 소비하여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부적절한 표현일 수 있는 것이다.
“쟤 진짜 장애 아니야?”
요즘은 아예 ‘장애’라는 단어를 비하의 뜻으로 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장애는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장애는 나쁜 말이 아니다. 장애는 누군가를 설명하는 수많은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장애인이 피하거나, 꺼리거나, 배제해야 할 존재로 남는 것은 우리 사회에 장애에 대한 무지와 혐오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머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장애인 혐오를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니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 가야 하는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누구한테 ‘병신’이라 하는 것을, ‘정신병자’라고 하는 것을 방관한 우리도, ‘장애인 혐오’의 주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지금을 ‘혐오의 시대’라고 부른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자극적인 것이 온 세상을 지배한 지금, ‘혐오’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다. 장애인 혐오도 그중 일부일 뿐이다. 혐오가 사람 사이를 오가는 사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장애인 혐오는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일까.
혐오의 시대를 바꾸는 일은 거창한 행동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말, 웃자고 던진 한마디를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웃자고 한 말이
누군가를 웃게 하지 못한다면,
그건 유머가 아니다.
말을 바꾸는 작은 행동이
혐오를 멈추는 시작이 될 수 있다.
화합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말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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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조준수 기자님.
2025.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