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 심리학관
한때 의미에 대한 선조들의 갈증을 잠재워줬던 거대한 이야기와 관계가 단절되고 난 뒤, 우리는 심리학적 고찰을 통해 인간의 존재 상태를 '고통을 회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단순한 모델'로 축소시켰다.
행복은 노력해서 거머쥘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유일한 목표가 되어, 과거 초월적 가치가 채우던 공간을 차지했다. 오늘날 행복은 서구 문화에서 가장 칭송받는 삶의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누구나 지금 이 순간 좋은 기분을 만끽할 권리가 되는 평등주의에 기반한 오늘날의 행복 개념은 거의 집착의 대상이 되어, 이제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는 개인의 권리일뿐 아니라 책임이라는 식으로 과대포장되고 있다.
'행운' 또는 '기회'를 뜻하는 중세 영어 단어 'hap'에서 유래한 행복이라는 단어는 원래 내적인 안녕보다는 상황이 좋아짐과 행운에 더 가까운 의미였다.
그런데 17세기와 18세기를 지나면서 행복은 외적인 번영에 대한 것에서 내적인 감정 혹은 존재 상태로 서서히 진화하기 시작했다. 토머스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에서 '삶과 자유, 행복의 추구'에 대한 유명한 말을 한 이후로, 행복은 긍정적인 내적 감정, 또는 긍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경험하는 경향을 일컫게 되었다.
처음에는 미국 독립선언문에서 성문화했듯이, 행복은 사회의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로 서구 사회에서 행복은 점점 개인의 목표이자 책임으로 인식되었다. 우리가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 문화가 우리에게 행복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우리 시대의 숭배의 대상이자,
우리 모두가 손에 넣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이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문제가 한가지 있다. 행복은 그저 감정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행복은 다량의 긍정적인 감정 또는 자신의 삶의 조건과 경험에 대한 일반적인 만족감이다. 불쾌한 인생 경험보다는 유쾌한 경험을 많이 하는게 좋긴 하지만, 행복은 그 자체로 지속적인 의미를 제공하지 않으며 실존적인 문제를 피하는 방법도 아니다.
행복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중요한 삶의 목표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사랑, 우정, 성취, 자기표현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것들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기분을 주어서가 아니라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들이 그 자체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행복은 충분히 좋은 경험이지만, 그것을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삼는 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의 풍요로움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 문화에는 행복해야 한다고 자꾸 일깨우는 메시지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이라는 목표를 포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거짓 예언자에게 속아서는 안된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헛된 희망 때문에 인생에서 좋은 것들을 희생해서는 안된다.
행복은 감정에 불과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자체로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가치 있는 무언가를 손에 넣었을 때
딸려오는 사은품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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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 무엇이 인생을 의미있게 만드는가.
* 저자 : Frank Martela
(인생의 의미에 관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핀란드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