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방어는 무엇인가!
여기 A,B,C,D,E
다섯명의 친구 무리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날씨도 따뜻해진 김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습니다.
하지만 D와 E는 싸우고 냉전 중인 상태…
마침 5인 이상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니
A,B,C,D만 만나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저녁을 먹으며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A가
D와 E가 싸운 이야기를 꺼냅니다.
A : “사실 오늘 나오기 전에 E에게 연락을 했었어. 그냥 우리가 만난다는 것을 얘기해줘야 할 것 같더라고. 나한테 서운해하는 것 같았는데 좀 미안하더라. 내가 진작 같이 만나는 자리라도 만들었어야 했나 싶고. 내가 무심했어."
D : “무슨 말이야? 나와 E 사이의 일인데 니가 왜 나서서 자리를 만들어? 그리고 뭘 미안해 해. 뭐 그렇게 큰 일이라고. 나와 E는 아무 문제 없어. 오늘 자리도 지가 나오고 싶었으면 나왔겠지. 걔가 날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긴 하지만 난 아무렇지 않아.”
B : “아! 나는 D와 E가 연락 안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어. 그래서 E한테 오늘 약속 장소까지 어떻게 이동할 거냐고 어제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안 나온다길래 왜 안 나오냐고 물었더니 약속 장소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리고 미세먼지도 많아서 집에 있고 싶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 좀 서운했지만 그건 생각하지 말고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끼리라도 재밌게 놀아야겠다 했어.”
C : “아, 나 갑자기 배 아픈 것 같아. 왜 이러지? 화장실 갔다올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충격적인 일을 겪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고 균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대부분 무의식적으로)으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것을 방어 또는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방어기제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개인마다 주로 쓰는 방어기제가 다를 수 있고
한 개 이상의 방어기제를 쓰기도 합니다.
위의 친구들의 대화에서 보면
A는 자기비난
(또는 자기전향, turning against the self)라는
방어기제를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향한 부정적인 감정을
자기에게로 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D나 E를 탓하지 않고
자신을 탓하는 것이지요.
B는 억제(suppression)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정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회피하진 않지만
그것에 집중하지 않지 않기로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위해 조절하는 것이지요.
C는 신체화(somatization)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느낌이나 불편한 상황이 닥칠 때
신체적 증상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D는 부정(denial)과 투사(projectio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정은 불편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느낌과 생각을 부인하는 것이고
(“아무 문제 없어”)
투사는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타인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E를 싫어하는데 아니라 E가 나를 싫어하는거야”)
E는 합리화(rationalizatio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나 감정을
본인의 논리로 그럴 듯하게 정당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유명한 예시로 ‘여우와 신 포도’가 있지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되거나 나쁜 것이 아닙니다.
나를 보호해주고 안전한 느낌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유연하고 적응적으로 사용하는가 입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관계를 희생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나를 희생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며
균형있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의 방어기제를 이해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
타인 입장에서는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거든요.
나를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 상대방에게 연민의 마음이 생깁니다.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며
보호받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방어기제는 어떤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