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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인의 관계심리학] 친밀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과 심리적으로 가까워지는 방법

by 심리학관

아주 오래전 인터넷에서

‘새학기 친구와 친해지는 방법’ 이란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친구에게

‘새콤달콤(카라멜 이름)’을 주며

“먹을래?”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새콤달콤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방법이 너무 귀엽기도 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저 글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근데 이것은 단지 귀엽기만 한 글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친밀감 형성의 핵심을

볼 수 있는데요.

가깝고 편한 느낌, 친밀감.

여러분은 누구와 어떨 때 친밀감을 느끼시나요?


한 집에 같이 살고 있어도

우리는 남보다 못한 관계라고

말하는 부부가 있는 반면,

해외에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가

가장 친밀한 대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잠깐 생각해봐도

꼭 같이 옆에 있어야지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금방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 때 친밀감을 느낄까요?

바로 개인적인 것들을 공유할 때입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개인적인 것들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개인적인 것들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의 경험, 느낌, 감정, 희망, 걱정거리 등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내 안에 확실히 존재하고 있는 그것들을

공유하는 것이지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각자의 몸과 마음을 갖고

분리된 채 살아가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같이 먹고 있는 이 음식 맛이

상대방에게는 어떻게 느껴지는지,

같이 보고 있는 TV 개그 프로가 재미있는지 없는지,

영화를 보며 감동을 받고 있는지 없는지,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있다면

어느 부분에서 그런지 등등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자신만의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친밀감이 쌓여가지요.


친밀감이 없다면,

다시 말해서

서로의 생각과 경험, 느낌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피상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관계에서 친밀감을 쌓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

특히 가족에게서 친밀감을 느낄 수 없다면

(그렇게 지내는 가족들이 많이 있지요)

무언가 쓸쓸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기 마련입니다.


저희 아빠는 유난히 말씀이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참 답답해 하는데요,

옛날부터 엄마가 아빠에게 많이 했던 말이

“좋으면 좋다, 맛있으면 맛있다 말을 좀 해라!”

였습니다.


저는 어릴 때 엄마가 그런 얘기를 하면

두 분이 싸우는 것 같아 보여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은데

엄마가 저런 말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엄마가 친밀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구나 하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빠가 기분이 좋으셨는지

퇴근 길에 라디오에서 재미있는 개그를 들었다며

웃으며 그것을 그대로 얘기해주셨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약간의 말장난이 들어간 소위 ‘아재개그’ 라고

불리는 것들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분위기는 너무 썰렁했죠.

근데 저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벅차오르는 기분 같기도 했었구요.

그 날 자려고 누워서도

그 감정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그 뒤에도 그 감정이 무엇인지

한참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생긴 기쁨이었습니다.

‘아, 아빠는 저런 류의 개그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말입니다.


그런 아빠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는데,

그건 아빠가 썰렁한 개그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참 오랫동안 아빠가 뭘 좋아하시는지 몰랐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의 것들을 서로에게

얼마나 공유할 수 있을까요?


즉, 얼마나 더 친밀해질 수 있을까요?

나만 알고 있어도 상관없는 나의 것들이지만

지금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다면,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사람이 있다면

더 많은 것들을 표현해보고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굳이 감정을 말로 표현해야 하나요?”

“왜 그렇게 쓸데 없는 것들을 물어보는지 가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밥만 잘 먹으면 되는거지, 꼭 맛있다, 맛없다를 서로 얘기하면서 먹어야 하나요?”

“학교 다녀온 것, 회사 다녀온 것 다 뻔히 아는데, 오늘 뭐했는지 물어볼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하고 회사에서는 일했겠지요.”


문장만으로 봤을 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잠깐 듭니다.

효율적,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하지만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살기 위해

무엇을 희생시키고

무엇을 얻지 못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네, 바로 친밀감입니다.


사는데 친밀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럼 과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웃기고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웃기지 않단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하더라도)

가족에게 카톡으로 보내 보고,

얼굴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문자로 나의 감정도 표현해 봅니다.


친구와 오늘 마신 커피 맛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

미래의 꿈과 두려움에 대해서도 나눠봅니다.

그러면서 친밀감이 쌓이고

조금 더 특별한 관계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사실 새콤달콤 자체를 주는 것보다

“너도 새콤달콤 좋아해?”

“넌 무슨 맛 좋아해?”

“그럼 마이쮸도 좋아해?”

라며 그것을 주며 나누는

서로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친밀감이 만들어 지는 것이겠지요.

(새콤달콤과 마이쮸는 마이 달라...)


후에 그 친구가 혼자 마트에 갔을 때

네가 떠올라서 샀다며 새콤달콤을 건넨다면

친밀감은 한층 업그레이드 되겠네요.

(우정 관계가 체결되었습니다)


말 나온김에 오늘 가까운 사람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감정, 경험, 맛 등을

함께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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