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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인의 관계심리학] 뭉게뭉게 Q&A (1)

직장편 : 웃음

by 심리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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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 상사가 무표정인 제 표정을 지적하며

"왜 안 웃냐",

"넌 웃는게 예쁘다",

"안 웃고 있으면 무섭다",

"여자는 웃는 상이어야 한다",

"넌 우리 부서의 꽃인데 좀 웃어라"

라고 합니다.


웃음이 안 나는데 웃어야 하나요?

직장에서 웃음이 절로 나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요?

제가 사회생활을 못하는 걸까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우선! 마음 같아선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이것 저것 생각하지 말고

어떤 기분이 드는지,

어떻게 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은지

생각해 봅시다.

(저라면 그냥 확 마 그냥…)


자, 그럼 이제 다음의 내용을 보며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봅시다.


(1) 감정노동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감정노동이란

실제적 감정을 속이고 전시적 감정으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노동을 말합니다.


우리는 감정노동이라고 하면

판매직 직원이나 콜센터 직원과 같이

서비스직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상사의 비인격적인 발언에

부정적인 정서를 느끼지만

이것을 숨기고 상사가 수용할만한

정서를 표현하는 것도

일종의 감정노동입니다.


이렇게 감정노동이 지속될 경우

정서적 소진이 높아지고

업무에 대한 의욕과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대충 웃어 넘기거나

상사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발언들을 하는 것을

유연한 대처방식 또는

사회성 있는 모습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내 감정과 전혀 다른 반응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면

그것은 유연한 대처방식이라기 보다는

감정노동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또한, 웃음으로 대처하는 것은

또 다른 무례함을 허용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2) 상사의 불편함은 본인이 해결해야


내가 웃지 않아서 불편한 것은

누구입니까!

네, 상사입니다.


자신의 불편함은 본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상사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함을 없애주기 위해

내가 억지로 웃으며 감정노동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럼 상사는 왜 불편할까요?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그 상사는

관계에 민감한 사람일 것입니다.


관계에 민감한 사람은

타인의 평가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할 수 있거든요.


상대가 나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지,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지,

즉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계속 판단하고

기분이 좋은 것 같은지, 아닌지도

계속 확인하려 합니다.


듣기만 해도 피곤하지요?

네, 당사자에게도 에너지가 많이 드는

피곤한 일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인식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자신이 타인의 감정을

과도하게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이 왜 그러는지 인식을 하고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저렇게 좀 웃으라고 노골적으로

대놓고 얘기하는 상사의 모습을 보니


자신이 지금 뭘하고 있는지,

왜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

본인의 모습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3) 여기서 더 오바하면 성희롱 이슈


반복적으로 웃음을 강요하는 것도

기분 나쁜 일이지만

'여자는 웃는 상이어야 한다',


'넌 우리 부서의 꽃이다' 라는 발언들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좀 웃어라. 여자는 웃는 상이어야

남자에게 인기가 많다. 너가 웃지 않아서

아직 남친이 없는거다' 라고 좀 더 덧붙여

말했다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덧붙이지 않은 저 발언 자체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4) 잠깐 멈춤


상사에 대한 생각을 잠깐 멈추고

나에게 집중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꼭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표정이어서 무섭다는 얘기를

과거에도 들은 적이 있는지,

몇 번이나 있는지 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무표정으로 인해

원치 않은 결과를 얻게 되거나

손해본 적이 있는지도 생각해 봅니다.

(예.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멀어짐,

썸이 깨짐, 동료로부터 내가 본인을

싫어하는 것 같다는 오해 받음 등등)


자, 이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다음은 해볼 수 있는 예시들입니다.


- (침묵)


- (무표정으로) "예."


- "회사만 오면 웃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요."


- "웃고 싶을 때 웃을게요."


- "보기 좋으라고 억지로 웃기 힘들어요."


- "제 웃음은 제가 알아서 하고 싶습니다."


- "아, 부서의 꽃이란 표현은 불편합니다."


- "저 지금 이 정도면 웃고 있는 거에요."


- '상사를 상사가 아닌 '타인 1'로 간주하고 타인의 반복되는 피드백 중 하나로 받아들여 의식적으로 표정을 하나 추가적으로 연습, 필요에 따라 웃음을 지어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 '쭉 지켜보다가 저 얘기가 세번 정도 반복되면 한마디 해야겠다. 일단 한번 했고. 일시, 장소 기록해 둬야지.'


등등

뭐든 좋습니다.


저와 상담을 했던 어떤 분은

"상사에게 조금 미움은 받더라도

감정노동을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한번 허용하고 받아주면

또 어떤 것을 요구할 지 모를 일이구요.


싫은 소리 듣더라도

아닌 건 받아들이지 말아야겠어요."

라고 생각을 정리하고,


결국 상사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웃을 일이 없네요."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순간 주변의 공기가 좀 어색해진 것

같았는데 속은 시원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기분 탓인지

그 상사와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거리를 두니 더 이상 상사가

경계를 넘는 발언을 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편해졌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것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고

그 목적에 맞는 행동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예. 기꺼이 미움 받기,

거리감 감당하기)을 지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며

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상사에게 전하는 심도인의 한마디]

웃지 않은 팀원이 왜 불편하신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자주 타인의 표정에 신경이 쓰이시나요?


관계를 중요시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을 넘는 멘트를 하시면

나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만약, 팀원의 표정이 좋지 않아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지,

일이 잘 안 풀리는지 등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어려움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편하게 말하라고

전달하면 됩니다.


나의 배려와 관심이 상대방에게도

배려와 관심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말이지요.


뭉게뭉게 Q&A란 무엇인가요?

: 상담에서 많이 나오는 관계와 관련된 질문들에 대해 간단하게 답을 드리는 코너

(적고 보니 답이 간단하진 않네요)


뭉게뭉게 Q&A 코너의 주기가 있나요?

: 없습니다. 내킬 때, 사연이 모일 때... 돌아오겠습니다.


▶ 왜 '뭉게뭉게' 인가요?

: 심도인이 답을 주기 위해 구름을 타고 나타나는 모습 표현

: 생각이나 느낌이 잇따라 일어나는 모양(feat. 네이버 국어사전)을 뜻하는 단어로, 생각이나 느낌에 따라 주절주절 답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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