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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인의 관계심리학] 뭉게뭉게 Q&A (2)

직장편 : 울음

by 심리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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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며칠 전 회사에서

상사에게 업무 보고를 하던 중

상사가 보고서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조금 크게 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있는지

확인은 못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울었다는 거에요.

저는 누가 뭐라고 하면

눈물부터 나는 것 같아요.


이런 제가 너무 싫습니다.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고

아마추어 같은 느낌입니다.


정말 울고 싶지 않은데

그냥 눈물이 왈칵 납니다.


상사도 당황하여

"내가 뭐 어쨌다고 우는거야?

상사가 이 말도 못해?"

하는데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현실의 저는

더 심하게 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왜 이러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안 울 수 있을까요?

A.

보고서를 열심히 작성하셨을텐데

상사에게 지적을 받아서

기분이 좋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열심히 한만큼 실망도 크실 것 같구요.

주변에 동료들이 있었다면

민망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절로 나서 너무

당황스럽기까지 하셨겠어요.

사실 우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울음은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일 뿐,

원인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울음 자체를 억지로 고치거나

참으려고 한다면

언제가 더 심하게 울게 되거나

다른 행동이(예. 화, 침묵, 회피 등)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울음은 의사표현입니다.

아기들을 생각해 보면

불편함이 느껴질 때

모든 의사표현을 울음으로 합니다.


왜 그럴까요?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입니다.

무언가 감정들은 느껴지는데,

그 감정들을 인간의 언어로 바꿀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울음은 원초적인 의사표현 방법이지요.

한 어린 아이가 부모님과 같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넘어지고 나서

하루 종일 울었다고 합니다.


다친 곳도 없는데 하루 종일 우니

부모님은 걱정을 하고 달래다가

나중에는 짜증을 냈습니다.


다친 곳도 없고,

아픈 곳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우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넘어질 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었는데

그게 너무 창피해서 울었더라구요.


무언가 불편하고 싫은 감정이

아이 안에 있는데, 그걸 언어로 바꿔서

표현할 수가 없어서

계속 울기만 한거지요.


부모님이

"혹시 아까 넘어져서 창피했니?"

라고 말하니 그때서야 서서히

울음을 그치고 끄덕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내 안에 있을 때 불편함을 느끼고

때에 따라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그걸 누군가가 알아주거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때서야 안심을 하게 됩니다.


상사 앞에서 님은 왜 울었을까요?

순간적으로 불편하고 힘든 감정이

올라왔을 겁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한가지가 아닙니다.

실망감, 민망함, 당황스러움...


이것들이 똘똘 뭉쳐서

심장을 팍!! 하고 뭉갭니다.

머리도 멍하게 만듭니다.

우는 나를 보며 더 당황스럽고


더 민망하고 더 실망스러워

더 서럽게 울게 됩니다.

서럽게 우는 것은 나를 보고 느끼는

감정 때문입니다.

먼저 이 똘똘 뭉쳐진 여러 감정들을

분리하여 인식하고 명명해 봅니다.

'아, 내가 열심히 했는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니

실망스럽구나.'

'상사가 목소리를 크게 내면

옆에도 들릴텐데 창피하다ㅠㅠ'

그리고 이 감정들을

나의 욕구와 연결해 봅니다.

'실망스러운걸 보니

내가 되게 잘하고 싶었나보다'

'동료들에게 되도록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ㅠㅠ'

그 다음 단계는 이 욕구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는 것인데요,

오늘은 일단 감정과 욕구를

알아채는 것까지만 해봅시다.

감정과 욕구를 알아채는

연습을 계속 하면

처음에는 오래 걸리던 것이

점점 속도가 빨라져서

울음이 나기 전에 알아차려집니다.

(제가 산증인...)


저는 상사의 비판에 눈물이 나려고 할 때

재빠르게

'지금 내 감정이 뭔지 빨리 단어로 생각해'

라고 스스로에게 속으로 말하면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 때 생각이 안나면 나중에라도

생각해 보곤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신기하게도

욕구가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아 나 이 상사에게 되게 잘보이고

싶구나!' 하구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울음이란 행위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울음은 그냥 우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문제가 있고 없고는 우리 스스로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불편감을 느낄 정도로

조절하기 어렵고

상대방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참을 수가

없다면 한번 위와 같이 연습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상사에게 전하는 심도인의 한마디]

많은 관리자들이

부서원들이 울 때

본인이 울렸다고 생각하며

"내가 어쨌다고 우는거야?"

"뭘 잘했다고 우는거야?"

라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관리자 분들도 당황스러워서 하시는

말씀이라는 것 잘 압니다.

후배 사원이 우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50가지 이유도

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관리자 분들이

본인이 울렸다고 생각을 하시지요.

일단 자신을 돌아봤을 때

본인의 언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예. 고성, 욕설, 인격모독)

본인 때문에 운다는 생각은

일단 접으시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주세요.


"열심히 한 거 알아."

"우는 걸 보니 잘하고 싶었구나."

"어디 들어가서 얘기 좀 할까?"

"생각처럼 잘 안되지? 나도 그랬어."

등등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라고 물으신다면

"그래야 부서원이 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고 그게 나의 실적이 되니까요.

그리고 연대감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심리적 본능 중 하나이니

기분도 좋으실 겁니다.

따르고 싶은 멋진 상사가 되는 것은

덤이구요."

라고 답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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