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나만 이렇게 불행해야 해요?

마음 예보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모두가 자기 상처를 호소하는 사회]

"폰을 봐도, 눈을 들어 주변을 봐도

저만 불행한 거 같아요"

"왜 항상 저만 이렇게 억울해야 해요?"

"나만 힘들게 사는 꼴을 언제까지 견디라고요?"


* 진료실에서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러한 좌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수가 부쩍 늘어난 느낌

-> 문제는 이러한 호소를 하는 사람들의 연령이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는, 치료자로서의 체감


* 트라우마(trauma) :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물리적)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


* 사회적 변화 : '트라우마'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었고, 연일 여러 매체에서 트라우마를 다루었으며, 어린 아이들도 트라우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음

-> 이러한 변화의 순기능은 매우 놀라워서, 과거라면 트라우마 증상을 놓쳐서 병을 키웠을 많은 분들이 상담기관과 병원을 찾기 시작했음



[Big Trauma & Small Trauma]

* 트라우마의 정의는 생명의 위협을 조건으로 하는 사건, 즉 '빅 트라우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 전 세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쓰는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기준에서는 빅 트라우마를 진단의 조건으로 봄

-> BUT, 많은 트라우마 전문가들은 '스몰 트라우마', 즉 당장 생명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뇌의 비상 알람을 울리게 할 정도의 타인의 행동(정서적 방임, 무시, 따돌림, 갑질 등)이 반복되는 환경 역시 트라우마 관련 질환과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음


*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갈등 상황을 트라우마로 진단하지는 않음

->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형제나 또래들 사이의 다툼, 가족 내 갈등이나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상황마저 '트라우마'라고 말함

-> 그리고 심지어 자신이 그 트라우마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병원을 찾기도 함



Ex 1) 친구와 놀다가 부딪혀서 다친 것이 아무래도 악의적으로 일어난 일 같다며. 학교폭력으로 같은 반 아이를 신고한 아이와 부모

Ex 2) 학교에서 일상적인 의견 차이로 말싸움을 시작했다가, 상대방이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진단서를 떼겠다는 아이와 부모

Ex 3) 상사가 하기 싫은 업무를 자신에게 배정한 것이 갑질이라며 진단서를 요구하는 회사원


*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차라리 '트라우마 피해자'라는 이름을 악용하는 수준이라면 좋겠건만

-> 많은 수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트라우마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 규정 안에서 제한되고 뒤틀린 삶을 살아감

-> 살면서 느끼는 모든 고통이 이들에게는 '트라우마 피해' 때문이라고 받아들여짐



* 트라우마 관련 질환을 다루는 의료인의 시선에서는

-> 트라우마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상당히 양극화되고 있다고 느낌

(기존의 트라우마 축소 현상)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그냥 묻어두자

(최근의 트라우마 확대 현상) 과도하게 트라우마의 해석 범위를 넓혀, 자신을 트라우마 피해자라는 틀에 가두고, 상대를 가해자로 비난하는 극단적인 현상이 늘고 있음


*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트라우마 피해자'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퍼져나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소셜 미디어

-> 온라인 매체의 특성상 평범한 것들이 시선을 끌지 못하니,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막강한 부귀영화나 최악의 고통에 시달리는 아픔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음


* 그러한 점에서 전 세계에서 소셜 미디어의 발달과 향유가 최상위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더욱 그 위험 지대에 있다고 볼 수 있음

* 소아정신과 의사의 시선에서는 뇌 발달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따라서 그러한 위험에 더욱 취약한 계층인 아동청소년들이 필터 없이, 어른들의 모니터링 없이,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위험한 의도를 가진 어른들이 때로는 조직적으로 쳐놓은 함정과 덫인) 유해 콘텐츠를 포함하는 다양한 미디어 매체의 폭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됨



[우리는 트라우마 너머로 나아갈 수 있을까]

* 많은 사람들이 흔히 어릴 때 상처가 많으면 성장해서도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추정함

-> 하지만 연구결과에서는 그런 편견이 상당히 틀리다는 것을 밝혀냈음(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이 아이들이 30세가 될 때까지 아이들의 발달과 환경의 영향을 추적관찰)

->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3명 중 1명은, 열악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별다른 차이 없이 잘 성장했으며, 매우 뛰어난 성취와 성공을 거둔 아이들도 예상보다 많았음


* 잘 성장하여 뛰어난 성공을 거둔 아이들의 특성

(1) 아이의 회복력(resilience) : 역경, 스트레스, 외상 등 부정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주저앉지 않고 심리적·신체적으로 빠르게 회복하여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거나 더 높이 도약하는 능력을 가짐

(2) 정서적 지지 네트워크 : 성장 과정에서 아이를 믿어주고 지지해준 사람이 존재했음


환경이 아무리 결핍되고,

부모가 질병이나 폭력으로

아이를 잘 보살피지 못해도,


조부모나 친척, 이웃 같이

아이를 아끼며

가까이에서 지지해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장기 동안의 결핍은

성인이 된 후

그 부정적인 영향력을

거의 잃게 된다는 것이

연구결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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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방관과 무관심의 파장.

방치된 트라우마가 만들어내는 어떤 폭력.

* 배승민 선생님 / 트라우마와 폭력치료 전문가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주임교수)


<마음 예보>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 저자 : 글 쓰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 초판 1쇄 발행 :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