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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인의 관계심리학] 왜 제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요

내 표현 돌아보기

by 심리학관

안녕하세요, 심도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더웠는데

어느 새 이렇게 가을이 왔어요.


2021년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빠른 것 같아 신기하고

남은 시간 동안 뭐든 더 해야할 것 같단

생각에 마음이 살짝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데 옷 잘 챙기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상담실에 있다 보면

관계 갈등을 주제로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우선 최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탐색을 하는데요.


종종

상황도, 내담자의 입장도

상식적인 선에서 다 이해가 되고

관계에 있어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어긋나게 되는 사건들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내담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바로 대화를 어떻게 했는지

탐색합니다.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

조금... 아니 조금 많이...

많이 심하게 세세하게 물어봅니다.


그럼 어떤 분들은

"구체적인 표현까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게 중요한가요?"

라고 질문을 하십니다.


네, 중요합니다.


우리는 언어적/비언어적인 신호를 통해

소통하지만

이 신호들이 마음 그 자체는 아닙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드는 생각과

가장 유사한 단어를 골라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신호를 사용하다 보면

좀 더 익숙하고 습관적인 표현/표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심도인-20211013-2.jpg 습관적으로 짓는 표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편, 우리는 살면서

피하고 싶은 감정이나 상황이 생기곤 합니다.

각각의 이유와 사연은 다 다르지만

(피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식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무엇을 못한다, 어렵다 와 같은

자신의 능력과 관련되어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표현을 못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미안해, 서운해 등

관계와 관련되어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표현을 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위의 상황들을 포함하여

그 외 다른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알게 모르게, 의도했든 아니든

내 생각이나 욕구, 감정 그대로 고스란히

언어로 옮겨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말이 나의 마음,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상담 장면에서는 내담자가 직접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설명해주니 이해가 잘 되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니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황1.


평소 '미안해' 라는 말을 하기 힘든 A.

친구 B와 잡은 약속을 A의 사정으로

약속 시간이 다 되어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약속 장소에 거의 도착해서

황당해하는 B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A는 "기분 풀어" 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B는

'약속도 자기 멋대로 변경하더니 내 기분도 풀어라, 마라 지시하는거야 뭐야. 정작 미안하단 말은 한마디도 없고 말이야.'

라고 생각을 하며 "됐어"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상황2.


회사원 C는 평소 많은 일을 도맡아 하는

책임감 높은 유능한 인재입니다.

상사들도 C를 신뢰하여 일을 많이 맡깁니다.


하지만 C는 힘들다, 못한다, 어렵다,

부담된다 등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어려워합니다.


어느 날 상사가 C에게 새로운 업무를

하라고 시킵니다. C는 하고 있는 일도

너무 많아 힘든 상황이었고,

새로운 업무를 처음부터 배워서 하기에

부담스럽고 잘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C는 이런 자신의 마음을

"그 일을 왜 제가 해야합니까?"

라고 상사에게 표현합니다.


그 말을 들은 상사는

'내가 일을 시키면서 왜 이 일을 시키는지

하나하나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나?

일 좀 잘한다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아주 기고 만장하네?

내가 상사지, 니가 상사냐?

누가 상사인지 느끼게 해줘야겠군.'

라고 생각하며

"시키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할 것인지 뭔 말이 많아?"

라고 말합니다.


심도인-20211013-1.jpg


읽고 보니 어떠신가요?

혹시 떠오르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기분 풀어" 는 "미안해" 가 아닙니다.

"왜 제가 해야합니까?" 는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듭니다. 또 새로운 일을

배워서 시작하는 것이 시기상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됩니다."

와 다릅니다.


이렇게 표현 방법 때문에

또는 피하고 싶은 무언가 때문에

내 말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솔한 대화로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업무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매번은 아니더라도

대화가 잘 안되는 것 같고

오해가 쌓이는 것 같을 때


내가 했던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의도로 얘기했는지 설명해 주세요.


설명을 하려면 먼저

나의 어떤 욕구를 전달하고 싶은지

이해를 해야 하는데,

나의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이

잘 되는 분들도 있을 거고

잘 안되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욕구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룰 예정입니다!


어떤 종류의 관계든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은

정말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한 사람만의 노력이 아닌

두 사람이 같이 함께 노력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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