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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인의 관계심리학] 뭉게뭉게 Q&A (3)

연애편 : 분노

by 심리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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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3년째 연애를 하고 있는 남자입니다.

1년 전부터 여자친구에게 자꾸 화를 내게 됩니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닌 일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 상황에서는 불같이 화가 납니다.


그리고 화를 내고 나서도 한동안 그 화가

식지 않아 일상 생활을 할 때도 불쑥불쑥 화가

납니다. 그러다보니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화를 내는 경우가 생깁니다.


여자친구가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거나

논리적으로 틀린 말을 할 때 비꼬고 조롱하듯

말하기도 하구요.


지난 번에는 그런 저의 반응에 여자친구가

울기도 했습니다. 우는 여자친구를 보며 제가

정말 문제가 있구나, 성격이 이상하구나 등등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여자친구의 작은 실수나

무신경한 모습을 볼 때 또 다시 폭발하듯

화가 납니다.


최근에 여자친구와 데이트 후 제 차로 집 앞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아이스 음료와 간식을 먹으면서

이동해서 차 안에는 얼음이 녹아 물이 뚝뚝 흐르는

음료가 남아 있는 일회용 컵과 먹다 만 빵,

부스러기가 있었습니다.


집 앞에 도착해서 여자친구는 본인이 먹던 것도

그냥 두고 내리더군요.


사실 그 전에도 그런 적이 많았는데 제가 그냥

집에 가지고 들어가서 버리곤 했습니다.


근데 그 날은 뭔가 화가 치솟더라구요.

결국 전 내 차가 쓰레기통이나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며 여자친구는

헤어지고 싶으면 그냥 헤어지자고 말을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이러다가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제가 뭔가 비정상적으로 변하고 있는 걸까요?

화를 안 내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우리는 보통 억울하고 부당할 때 화가 납니다.


어떤 상황을 겪었는데, 그 상황이 부당하다고

해석이 될 때 화, 분노와 같은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강한 분노를 자주 표출하는

사람도 있지만 폭발하듯 참을 수 없는 화가 올라와

소리를 지르게 되는 등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대부분 그 동안 많이 참고 지내왔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무엇을 참고 지내셨을까요?


혹시 지금 떠오르는 억울하거나 부당한

상황이 있나요?


보통은 관계에서 균형이 깨졌다고 여겨질 때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관계의 균형이 깨졌다고 여겨지는 상황의 유형은

너무 다양해서 다 열거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관계의 균형이 깨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1. 내가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못 받고 있다고 느낄 때

"나를 존중한다면 쓰레기를 가지고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를 얼마나 무시하면 먹다 남은 음식까지 그대로 두고 내릴까요?"


내가 당연히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받지 못했을 때

우리는 화가 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런 경우 내가 무엇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탐색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꼭, 항상, 언제나, 그래야만 해,

그게 맞잖아' 등의 표현이 들어간다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탐색하고 그게 정말 당연한 일인지,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어느 정도

조절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찰빵님의 '당위성' 원고를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2. 나만 계속 주고 있거나 희생하고 있다고 느낄 때


"음료, 쓰레기 제가 버릴 수도 있어요. 근데 저만 계속 참고 배려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잘 들어갔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구요. 한번 정도는 저희 동네로 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적도 없어요. 예전에는 차 안의 쓰레기 정리하는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왜 나만 이렇게 배려하고 양보하고 치워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만 배려, 양보를 하고 있거나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 관계의 불균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균형에서 오는 부당함이 쌓이다 보면

작은 사건에도 폭발하듯 화가 치밀어 오를 수 있지요.


이런 경우 쌓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가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인지,

얘기를 해도 변화가 없는 것인지,

변화가 없었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했는지

등등 말입니다.


싸움이 되거나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선택한다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심하게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조용하게 쌓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비꼬거나 조롱하거나 여친과의 약속을

잊는 등의 형태로 드러날 수 있으며,

작은 것에도 폭발하듯 화를 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또는

'나만 참으면 되니까' 하는 생각으로

심리적 불편함이 있음에도 말을 꺼내지 않는 분이라면

한번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게 나쁜 것이 될 수 있고

나만 참고 있다는 그 행동과 생각 때문에

헤어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무엇을 먼저 얘기를 해보면 좋을지

오늘부터 연습해 보면 어떨까요?


심도인20210901-5.jpg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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