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력 : 갈등의 불을 끄는 능력

사랑 수업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소방관이 필요한데 심판을 찾는 사람들]

"내가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요. 소리지르게 만든 건 이 사람이에요! 선생님, 원인을 제공한 게 더 나쁜 거죠?"

"제가 홧김에 헤어지자고 하긴 했어요. 그런데 이 인간은 바로 클럽에 가서 부킹을 했으니 더 잘못한 거죠?"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

심판을 봐달라고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제아무리 친밀하게 잘 지내고,

대화력을 엄청나게 키운다 해도.


우리는

신이 아닌 인간인지라

완벽할 수 없어서

갈등은 생길수밖에 없다.



과거 대가족 문화에서는

가족이나 친지들의 온갖 갈등과 다툼을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해결방법을 체득할 수 있었음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가족 구성원 자체가 적어져서

그렇게 배울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음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인간관계 틀은

부모가 전부이거나 그보다 없는 경우도 많음


오죽하면

마음건강 전문가를 찾아와

자신의 관계 갈등에 대한

판정을 내려달라고 하겠나.



그래도 어쨌거나

갈등의 불은 일단 끄고 보자.


좋아하는 사람과의 기본 전제는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니까.


둘 사이에 연결된 사랑이라는 다리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는데,

누가 불씨를 당겼는지

누가 수습에 책임이 있는지 따지다가는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지고 말테니



Q1. 갈등의 불은 어떻게 꺼야 할까?

Q2.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진화법일까?


나는 '사과'를 추천한다.


제대로 된

사과가 이루어져야


갈등이 해소되며

더욱 탄탄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사과를 말리는 사회]

그런데 우리 사회는

사과에 익숙하지 않다.


심지어

"사과하면 지는 거"라고

조장하는 풍조도

만연하다.


죄를 짓고도 음주 상태였다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병력이 있다고 핑계를 대면

형량이 경감되기 일쑤다.


그러니 누가 제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겠는가.



암암리에 퍼진 이 문화는

개인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제가 좀 예민했어요.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말 한마디면

좋게 마무리될 일인데도

죽기 살기로 싸운다.


인생이 뒤바뀔 중대 사안도 아닌데

간단한 사과조차 하지 않아

문제를 키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서

득 볼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사과의 3단계 완성법]

1. 사과의 말 :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자

* 명확한 사과의 말 : 미안해, 잘못했어, 사과할께

* 간단한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과를 한답시고 다른 말을 함


"알았어. 이제 그만 하자"

"내가 잘못했다고 치자"

"그러네! 내가 죽일 놈이네!"


이런 말은

사과가 아니라 선전포고다.

자칫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2. 사과하는 내용 : '무엇을 잘못했는지' 밝히자

* 소리를 질렀는지, 휴대폰을 꺼뒀는지, 막말을 했는지 : 사과할 내용을 사과하는 말의 앞이나 뒤에 붙여서 자연스럽게 언급하자


이 타이밍을 놓치면

"뭘 잘못했는데?"라는

공격을 받고,

어영부영하는 사이

비난이 이어질 수 있다.



3. 앞으로의 대책 : '재발 방지 대책'을 이야기하자

* 다툼과 사과, 화해가 필요한 이유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니까

-> 재발되지 않을 거라는 약속이나 계획이

반드시 뒤따라야 함


* 이때에는 구체적 대안까지 밝히자

"다시는 소리 안 지를께.

화가 나면 일단 밖으로 나가 있을께"

"앞으로는 상의 없이 물건을 사지 않을께.

카드 내역이 당신 문자 메시지로 전송되게 설정할께"


사과를 하려면

대책을 마련한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유의할 점)

1. 사과하면서,

상대방에게 용서해주기를 채근하지 말자

* 다툼이 일어났다는 건 :

둘 사이에 거리가 생긴 것이자

친하지 않은 관계가 된 것

* 사과를 했다지만,

다시 친밀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림


사과했으니

당연히 용서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품는 순간,

힘들게 낸 용기와 행동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중언부언하며 변명하거나,

"내가 사과했으니

너도 사과해줘"라는 식으로

뭔가 요구하는 건

애써 한 사과를 헛되게 한다.



2. 아무리 사과를 잘해도,

상대의 반응이 냉소적일 수도 있다는 점에 대비하자

* 불난 곳에 물을 뿌려 불을 꺼도 잔불과 연기가 남듯, 갈등은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음


사과의 말이

귀로 들어가

머리를 거치고

가슴으로 내려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흥! 말로는 잘도 하지"하는 식의

차가운 반응을 한동안 감수해야 할수도 있음


몹시 민망하고 부끄럽겠지만,

그 순간 억울해하며

감정을 폭발하면 안된다.


"내가 미안하다는데 왜 화 안 풀어!"

따지지 말고

상대방의 냉소가 지나갈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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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수업>

윤홍균 선생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