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우리는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지.
부부란 뭘까?
혼인 신고서에 서명하면 부부인 걸까?
통장을 공유하면 부부인 걸까?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큰 과제.
가족이 되고,
서로를 가장 소중히 여기게 되고,
점점 곁에 있는 게 당연해지는 것.
그건 기적이야.
같은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이 있다는 일.
그건
시간 여행이 가능한 것보다
훨씬 대단하고
기적 같은 일상이라고 생각해.
코타츠 안에서
자는 걸 가장 좋아하는 너.
매년 6월까지 코타츠를
그대로 두고 싶어하는 너.
네 얼굴에 남아 있는
코타츠의 카페트 자국.
(코타츠 : 일본에서 쓰이는 일본식 난방기구로,
나무로 만든 탁자에 이불이나 담요 등을 덮은 것)
접시 꺼내기 귀찮다며
날마다 머그잔 위에
토스트를 얹고 먹는 너.
커피에 뜬 빵 부스러기.
무지 신기하게도
같이 감기에 걸리지 않는 우리 둘.
내가 나으면 네가 감기.
네가 나으면 내가 감기.
둘이 함께 먹었던
귤 통조림.
맛있었지.
'내일 먹을 요구르트 사서 와'라는
너의 문자.
'TV가 또 고장났어'라는
너의 문자.
'유통기한 3일 지났는데
먹어도 될까?'라는 너의 문자.
앞으로는
웬만하면 기한 내에 먹도록 해.
퇴근길 전철역에서 딱 마주친
네가 하는 말. "어이!"
귀갓길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바 2개.
집에 도착하기 전에 다 먹어버렸지.
또 내 양말을 신은 너.
남의 양말은 안 신는 게 일반 상식이야.
나는 더 이상 네 옆에 있을 수 없어.
집이 좀 넓게 느껴질 수도 있어.
집에 오면
한동안 서늘함을 느낄지도 몰라.
외로울 수도 있어.
나도 몹시 외로워.
하지만 말이야.
외롭다는 감정은
외로움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닐거야.
외로움은
일단 좋아하는 감정에서 시작된 거고,
그날 만나서 좋아하게 된 일.
서로 가까워진 일.
그게 외로움의 정체야.
그만큼 사랑하게 된 거야.
내가 받아들인 미래는
너를 만나기 위한 미래였어.
마지막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대로
인생을 바꿀 수 있었어.
"잘 잤어?"
"잘 자~"
"다녀왔어~"
"어서 와!"
너와 함께 하는 인생은
내가 선택했던 거야.
언제나 너를 생각하고 있어.
고마워.
부디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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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첫번째 키스
* 감독 : 츠카하라 아유코 / 각본 : 사카모토 유지
* 주연 : 마츠 다카코(칸나) / 마츠무라 호쿠토(카케루)
* 스트리밍 : WAV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