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리학관 Nov 16. 2021

[심리학관 / 박정민의 수다다방] 그건 니 생각이고

명랑한 하루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을

밥 먹으면서 많이 봅니다.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판 짜장면과 탕수육을 선보이는

중국편도 재미있었지만,

미국편에서는 특히

이연복 셰프님과

존박 가수님(지배인 역할)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즐거웠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구조화한 후에,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일을 실행해나가죠.

이렇게 일을 정말 잘하시는

이연복 셰프님과

존박 가수님에게서 보였던

또 하나의 매력적이었던 모습은


상대방의 니즈에 관심을 가지고

상냥하고 다정하게

적절한 언어표현을 하려 애쓰는

“전문가의 매너 있는 태도”였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을

정말 세련된 행동을 통해 노래하는 사람들이

어울려서 화음을 낼 때

얼마나 멋진 모습이 나오는지

감탄하며 구경하곤 했습니다.


흥미롭게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중간에 흘러나온 노래가

갑자기 제 귀를 잡아당겼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일터에서의 아름다운 어울림을

방해하고 깨뜨려버리는

불필요한 훈수,

부적절한 오지랖적 간섭에 대한

가사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

(가수 : 장기하와 얼굴들

작곡 & 작사 : 장기하, 2018)

내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니가 나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걔네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면 니가 걔네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어? 어?

아니잖아 어? 어?


미주알 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장기하와 얼굴들 / 그건 니 생각이고


----


‘그건 니 생각이고’라고

말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설명과 설득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만큼

무례한 간섭과 아는 척이

공격적으로 들어올 때가 있지요.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주로 개인적인 생활이나

가치관, 삶의 목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선호하는 것에 대해


정말 듣고 싶지 않은

훈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터의 이와 같은 문화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모두

많이 경험하고 있지요.

ㅠㅠㅠㅠㅠㅠ)

 

그야말로 함께 일하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대방의 기분만 상하게 하고,

서로의 관계만 악화시키는

무례한 언어표현을 할 바에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말을 하는 것이 맞는가.

하고 싶다면

언제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보여집니다.

Facebook이 알려주는

‘과거의 오늘’을 보니,

2015년에 ‘현대 심리학사’를 읽고

제가 이런 메모를 해놨었네요.


----


 인간의 행위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행위를 그 요소들로 쪼개는

미시적인 분석에 관여하지 말고,


유기체가 자신이 속해있는,

늘 변화하는 세계에 

순응하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그 행위가

유기체의 안녕을 도모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Dewey /

현대심리학사 7장. 구성주의와 기능주의


----


"유기체가 자신이 속해있는,

늘 변화하는 세계에 순응하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 이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최선이 무엇일까를

머리 쥐어뜯을만큼 고민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애쓰고 있지요.

"그 행위가

유기체의 안녕을 도모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글쎄 말입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내가 하고자하는 목표에

도움이 되는가?


진짜 진짜 중요한 이야기지요.

"전 평생 그래왔어요.

저는 원래 그래요.

저는 그것밖에 할줄 몰라요.


그건 전 못해요.

낯간지러워서 못하겠어요.


그런 건 안해요.

별 관심 없어요."


이런 변명으로

대충 때우고

넘어갈 일이 아닌 거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우미노 치카 작가님의 만화 대사를

빌려 말한다면요.

“전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맞나요?”라고

걱정하는 제자를 다독거려서 돌려보낸

교수님이 혼자 창밖을 보며 중얼거립니다.


아이가 아이인 건

어른이 뭐든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야.


나 참.

어른 좀 된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기껏해야 허리나 아프고,

지하철 계단에서 숨이나 차는 정도지.


'허니와 클로버' 7권


----


격렬하게 동의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었지만

나이값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그래도 현명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우리들이

원하는 곳을 바라보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려고

발버둥쳐보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미노 치카 작가님의

또 다른 만화 대사를 볼까요.

사랑하는 제자 A의 연애생활에

오지랖 넘치는 참견을 하려는

선생님의 어깨를 잡고 말리며,

의젓한 제자 B선배는

멋진 훈계를 합니다.


---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과,

반드시 해야 할 말을 아는 것이

어른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3월의 라이온' 11권


---


정말 근사한 말이죠.


제가 일상생활에서

자주자주 떠올리려

노력하는 문장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언어행동과 비언어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

현명한 어른으로서

주위에 다정하고 상냥하게

조력을 해주는 모습을 보이기.

나의 언어와 비언어적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상상해보는 연습하기.

보다 더 현명하고

성숙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보기.

정말정말 어렵지만.

우리 모두 해보고 싶은

꿈이자 목표인 거죠.

현실 생활에서는

말이나 행동이

마음먹고 생각한 대로 잘 안되고

그 행동을 뒷받침해줄 체력까지

점점 더 떨어져가는 것을 느껴서

사실 좌절할 때가 많지만요.

하지만,

각자의 이름을 걸고

어려운 세상을 헤쳐나가며

용감하게 살아가는


모두의 삶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존중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그 마음을 표현해내기 위해

발버둥치고 계신

우리 어른 연습생님들을

있는 힘껏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리학관/박정민의 수다다방]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할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