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도인의 관계심리학
[심도인의 관계심리학] “대부분 모른다. 알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기대하는 바가 있으면 말을 하자!” - 합의되지 않은 기대의 함정(2/2-직장편)
안녕하세요, 심도인입니다.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년은 제 삶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던 해였는데요,
그럼에도 그 변화들이 생생하게 잘 와닿지
않는 기분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전반적으로
성취감과 활력감이 덜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2022년은 좀 더 생생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저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독자님들도 새해 원하시는 바
다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내용은 지난 시간 글이었던
[합의되지 않은 기대의 함정(1/2-부부편)]에
이어 직장편입니다.
지난 시간, 부부 예시를 통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갖고 있는 기대가
어떻게 관계 갈등을 야기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역할을 다시 협상하며
정립해 나가는지 그 과정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가지고 있었던 기대를 살펴보고
이 기대들을 언어로 표현해보는 과정은
관계 갈등을 다루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첫 아이를 낳은 부부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역할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한쪽의 일방적인 기대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일은
부부뿐만 아니라 직장내 대인관계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다음 사례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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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심도인 상담실에
입사한지 1년이 채 안된 사원이 찾아옵니다.
사원: 이제 좀 있으면 입사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무엇을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딱히 배운 것도 없는 것 같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요. 상사나 선배님은 너무 바빠 보여서 물어보기도 눈치 보이고요. 다른 팀 동기는 선배가 옆에 앉아서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숙제도 내준다는데 저희 부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심도인: 입사한지 곧 1년인데 일을 배운 것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고 느끼시는군요. 다른 팀 동기는 선배가 하나하나 가르쳐준다는데.
사원: 네. 그리고 일을 시키면서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말을 안해줘요. 납기 날짜를 알려주지 않으니 최대한 빨리 해서 제출할 수 밖에요.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야근을 해야하는 날들이 많아서 개인 일정을 잡을 수 없어요. 적어도 언제까지 해야하는지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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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날,
이번에는 같은 부서 팀장이
심도인 상담실에 찾아옵니다.
팀장: 최근 1년 사이에 저희 부서에 신입사원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MZ세대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개인주의가 강하고 권위주의를 거부한다고 나와있더라구요. 간섭이나 통제, 불합리에 있어 부당함을 표현하는 것이 거침없다고 하구요. 우리 때와는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자율성을 보장해 주려고 합니다. 상하관계가 아니라 함께 협력하는 관계라고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합니다.
심도인: 네, 부서에 신입사원이 늘어 MZ세대들에 대해 찾아보고 그에 맞는 방법들을 적용해 보려고 하시는군요.
팀장: 네. 그런데 그 자율이란 것을 어디까지 보장해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가 대하고 있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긴 하는데요... 가끔... 아니 자주 헷갈립니다. 그래도 여기는 직장인데 압박감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회사에서 직급 명칭을 없애고 직원은 모두 평등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얘기해도 현실적으로 봤을 때 상하 관계는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은 신입이지만 곧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동기들과 결국은 고과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할텐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등등 많은 생각들이 듭니다. 아, 얘기하고 나니 답은 아직 모르겠지만 헷갈리는 부분이 정리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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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위의 예시처럼 같은 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각각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상담은 상담 내용뿐만 아니라
방문 여부까지 모두 다 엄격하게
비밀보장이 되기 때문에
같은 부서에서 온다고 할지라도
누가 상담을 받는지 절대 알리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일한 상황을 두고
서로 얼마나 다른 기대를 가지고
다르게 해석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특히 직장은 위계(직급)가 있어
개개인의 특성(성격, 대처방식 등)을 이해하기 전에
오해와 합의되지 않은 기대를
갖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요.
상사라면
-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야지
- 우리 부서 업무를 다 꿰뚫고 있어야지
-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려줘야지
부하직원이라면
-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해야지
- 먼저 인사를 해야지
- 모르거나 확실치 않은게 있으면 먼저 물어봐야지
위 사례에서 보면
사원은 상사-부하 관계에서
교사-학생의 관계처럼
상사가 지도해주고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상사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은 상사-부하 관계에서
권위와 위계를 벗어나
평등과 협력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부하직원을 위해
옳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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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대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아
관계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들을
직장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기대를 점검하기에 앞서
각자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타인의 욕구와 감정을 추측하고
그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는 동안
업무는 산으로 가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기대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럼 이런 대화는 언제 해야 할까요?
사실 언제든 대화는 가능하고
목적에 따라 기회는 만들 수 있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갈등이 일어난 그 시점입니다.
갈등이 일어났거나 곧 일어날 것 같을 때가
서로 가지고 있던 기대를 얘기해 보고
합의점을 찾아 수정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혹시 지금 글을 읽으시면서
내가 먼저 대화를 하자고 제안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나요?
그렇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와 상대를 주종관계나
가해자-피해자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 책임을 져야할 몫이 있는
책임자로 볼 수 있다면
누구든 먼저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