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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인의 관계심리학] 투사(projection)

직장내 대인관계

by 심리학관

[심도인의 관계심리학]

침묵은 마치 빈 스크린 같아서

- 직장내 대인관계에서의 방어기제,

투사(projection)


안녕하세요, 심도인입니다.

새해 인사를 드린게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1월 말이네요. 시간이 참 빨라요.

독자님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방어기제 내용을 준비했습니다.

다른 날에 비해 글이 조금 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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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부하직원 A는 참 거만해요. 가만 보면 누가 상사인지 헷갈린다니까요. 제가 말을 걸기 전에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되면 출근해서 서로 인사도 하고 주말은 어떻게 보냈는지, 눈이 많이 왔는데 출근길은 괜찮았는지 등 스몰토크를 하며 친밀감도 쌓고 자연스럽게 업무 얘기도 할 수 있는건데 한번을 먼저 말을 꺼내는 일이 없어요. 제가 말을 걸면 그제서야 얘기를 꺼내는데요, 짧게 대답하는 정도에요. 그것도 마지못해, 아주 귀찮다는 듯이요. 저라고 뭐 A가 좋아서 이럽니까? 팀장이니까 하는거지.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니 저를 무시하나 싶기도 하구요. 이젠 업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고 질문을 해도 알려주기 싫더라구요. 보아하니 상사고 동료고 다 귀찮고 혼자 일하고 싶은 모양인데, 업무에 자신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요? 그렇게 잘났으면 일도 혼자 다 하지 뭘 물어보나 싶어요. 혼자 알아서 잘해보라고 해요. 알게 뭡니까."



부하직원 A: "저는 수줍음이 많고 말주변도 없어요. 부모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릴 때부터 그랬다고 해요. 마음의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고 제가 봐도 부자연스러워요. 뚝딱거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람들도 저와 대화를 하면 첫인상과 너무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먼저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어요.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죠? 그게 딱 제 얘기에요. 하지만 업무상 모르는 것이 있거나 확인할 것이 있을 때는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꺼내요. 너무 긴장되지만 그래도 일은 제대로 해야하니까요. 그래서 질문하기 전에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해요. 상대방의 반응들을 예상해가며 몇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기도 하고, 고민도 안해보고 질문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고 질문을 해요. 근데 팀장님이 대답을 잘 안해주시는 것 같아요. 귀찮아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실제로 일도 많고 회의도 많으신 분이라 엄청 바빠서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그러다 보니 당장 필요한 업무 얘기인데도 질문하기가 더 어렵고 눈치 보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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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갈등과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에 관한 글을

이전에 한번 쓴 적이 있습니다.

(이전 글 링크입니다 ↓↓↓↓↓)



그 중 '투사(projection)'라는 방어기제는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타인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을 말합니다.

즉, 내 안에 있는 것을 외부에서

오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과연 투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저 포함)

싶을 정도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방어기제입니다.


위 사례에서 보면

팀장은 부하직원 A(이하 A)가

자신을 귀찮게 여기고 있다며

거만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귀찮아 하는 모습이 반복되다 보니

이젠 나를 무시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네요.

계속 이렇게 흘러가다간

언젠가 작은 사건을 계기로

팀장의 쌓였던 불쾌감과 화가

폭발하듯 터져 나올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팀장은 A의 어떤 모습을 보고

자신을 귀찮게 여기는 거만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일까요?


네, 평소에 먼저 말을 걸지 않고

질문에 단답식으로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위와 같이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실눈)


A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입니다!

팀장을 귀찮아 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이야기는 전혀 없고 자신의 수줍음, 말주변 없음,

뚝딱이 같은 모습에 대한 내용만 가득하네요.


팀장은 A가 자신을 귀찮아 한다고 생각하지만

A는 팀장이 자신을 귀찮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팀장의

'자신을 귀찮아하는 듯한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그 '귀찮음'은 누구의 것일까요?


네! 바로 팀장의 마음 안에서 일어난,

팀장의 것입니다. 팀장의 감정과 생각입니다!

팀장 자신의 감정과 생각인데

A의 감정과 생각이라고 여기는

투사(projection)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팀장은 무엇을 방어하기 위해

투사를 쓰고 있는 걸까요?

팀장 마음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네? 팀장 마음 관심 없다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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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본 것처럼 팀장은 일도 많고

참석해야 할 회의도 많습니다.

업무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쁜데

관리자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팀원들에게 일 분배는 잘되고 있는지,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좀 더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관리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두 역할(실무자와 관리자)을 함께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팀장 자리에서 내려와 실무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가끔 팀원들이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할 때

너무 바쁜 나머지

'이런 것도 모르나?'

'이런 것까지 내가 알려줘야 하나?'

'팀원들이 너무 귀찮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에서 혼자 일하고 싶다'

'도망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든 물어보라고

본인이 말했음에도 말입니다.


하지만

'리더라면 반드시 책임감이 높아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팀장은 위의 생각들을

후다닥 의식 밖으로 던져 버립니다.


그리고 그 '귀찮음'이 다시 건드려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 그것을 타인의 감정이라고

'투사'해 버립니다.


A가 팀장을 귀찮아하는 것이 아니라

팀장이 A를 귀찮아하는 것이고,

A가 혼자 일하고 싶어 하기 보다는

팀장이 혼자 일하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리더라면 반드시 책임감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팀장은

팀원들을 귀찮게 여기고

혼자 일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마음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주어진 역할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고,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고,

역량이 안되는데 관리자의 자리에 앉아

사기를 치고 있는 느낌이 들어

불안하고 자책하며 괴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의 것이라며 투사를 합니다.


그렇다면 주로 누구를 대상으로 투사를 할까요?


네! 바로 자기 주장이 없거나 말이 없는 사람,

침묵하는 사람입니다.

부하직원 A처럼요.


침묵하는 사람은 마치 빈 스크린 같아서

타인이 본인의 것들을 다양하게 투사할 수 있습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똑같은 내 모습을 보고

저마다의 이유로 오해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누군가의 투사 대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요.

다양한 오해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수다쟁이가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빈 스크린이 되지 않을 정도로만,

한두마디라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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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인줄도 모르고

A 탓을 한 팀장은 부족한 사람, 나쁜 사람,

잘못한 사람일까요?

투사하고 있다는 것을 직면시키고 질책을 통해

반성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걸까요?


방어는 위협에 대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존 방식으로,

현재 방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팀장은 그만큼 위협적이고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팀장은 과중한 업무와 과도한 책임감으로

번아웃이 왔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책임감과 관련된 역사 깊은 개인적인

사연/사건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리더의 역할을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잘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자신에게 실망하며

좌절감을 겪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이 많이 바빠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는 중에

질문해 오는 누군가를 보며

순간적으로 귀찮다고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인간스러운' 일인데,


이마저도 내 감정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실은 리더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책임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럼 이 팀장은 처벌(질책, 반성 강요)을 받아야 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위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일까요?


네! 위로를 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리더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지만 너무 바빠서

자신의 기대만큼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과 실망감, 자책... 이건 분명 힘든 감정이니

지금은 위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럼 누구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요?

팀장이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 받을 수 있겠지요.

(내용을 알아야 위로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친밀한 사이라

할지라도 이런 팀장의 심리적 기제들을 이해하고

비판이 아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안전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팀장도 투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당장은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하고 빠른 방법은 심리상담입니다.

(이 와중에 홍보를 하는 상담심리사가 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누군가가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면 우리는 힘이 납니다.

힘이 생기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데요, 그럼 더욱 더 힘이 납니다.


그렇게 힘이 차오르면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조금은 새로운 행동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A에게 힘들거나 불편한 점은 없는지,

원하는 것은 없는지 물어볼 수 있구요.


잘하려고 애쓰는 마음에서 나오는 팀장 자신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 사적인 질문이나 억지 농담, 스몰토크 덜 하기)


어떤 분들은 이 단계에서 그 동안 자신이 무리하게

쥐고 있던 업무들을 팀원들에게 나누기도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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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말입니다.

주변에 말이 없거나 속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그 사람의 침묵을 빈 스크린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두렵고 불안하고 당황스러워 만나고 싶지 않고

마냥 피하고 싶은 나의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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