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대인관계에서의 방어기제
눈을 감고 모른 척해도 분노는 그 자리에.
안녕하세요.
심도인입니다.
추위도 끝나고 선거도 끝나니
새해도 아닌데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방어기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분량 때문에 2번에 나눠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럼 독자님들 포근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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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젠틀맨인 김묵묵 부장.
일도 잘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해서
조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묵묵 부장은 평가철을 맞아
부서원들이 무기명으로 자신에 대해 쓴
평가 내용들을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업무 능력이 좋으신 건 알겠다. 하지만 거절을 잘 못하시는 건지, 시키는 일을 다 받아 오신다. 우리 부서의 인원과 역량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그 일을 다 하느라 우리의 개인 생활을 모두 반납해야 하고 가정이 있는 직원은 가정 불화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누가 봐도 우리 일이 아닌, 유관 부서의 부당한 업무 요청까지 다 들어주신다. 그런 요구를 하는 자체만으로 유관 부서에 화를 내도 모자랄 것 같은 상황인데 말이다.」
그 동안 열심히 일했고 모두에게 친절했던
자신을 부서원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고
김묵묵 부장은 생각했었습니다.
그랬기에 충격과 함께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 왔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일찍 퇴근하고 집에 간
김묵묵 부장은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면서도
평가 생각만 가득합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채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소리를 지릅니다.
아내 : "아니 물 좀 달라고! 내 말 안 들려?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러고 있어! 어휴 진짜 답답해!"
놀란 김묵묵 부장은 묵묵히 물을 따라 줍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딸이 한마디 합니다.
딸 : "엄마 좋게 좋게 말하면 되지, 왜 그렇게 화를 내? 별일도 아닌데. 깜짝 놀랐잖아."
아내 : "너한테 화낸 것도 아닌데 왜 너가 나서? 그냥 밥 먹어."
딸 : "아빠가 그렇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엄마가 너무 화를 내니까 그렇지!"
아내 :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화를 냈냐고! 아빠는 가만 있는데 왜 너가 난리니?"
딸 : "아 몰라 답답해! 그만 먹을래."
아내 : "너 마음대로 해! 괜히 난리야."
다음 날
마음이 더 무거워진 김묵묵 부장은
저녁에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기로 합니다.
근데 약속 시간이 지났지만 다들 오질 않습니다.
연락을 해도 안 받으니 그냥 집에 가야하나
고민이 됩니다.
김묵묵 부장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1시간 정도 지난 후 친구들이 도착합니다.
친구1 : "어후 퇴근하려고 나왔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다시 들어가서 일처리 하느라 조금 늦었네. 정신이 없어서 연락도 못했어."
친구2 : "난 차가 너무 막히더라고. 휴대폰 배터리도 없어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어."
김묵묵 부장 : "그래 그럴 수 있지.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했어. 별일 없이 잘 와서 다행이야."
친구1 : "그래 묵묵이는 화 안낼 줄 알았다니까."
친구2 : "그치 이런 걸로 화내면 묵묵이가 아니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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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방어기제 중 투사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요.
오늘은 '부정(denial)' 이란 방어기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여러 방어기제를 사용합니다.
그 중 '부정'은 일어난 일이나 정도, 생각, 감정 등을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하거나 거부, 회피하는 것을 말합니다.
김묵묵 부장은 어떤 것을 부정하고 있는 걸까요?
네. 분노, 화, 적대감과 같은 감정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부서원들이 보기에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딸이 보기에 엄마가 심하다고 보여지는 상황에서도,
연락없이 1시간을 늦는 친구들을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화나 불편감을 느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도
김묵묵 부장은 화를 표현하지 않습니다.
김묵묵 부장 : "저는 저에게 일을 많이 주는 것은 저의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을 다 할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닙니까? 경험과 실력을 쌓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화나지 않습니다. 집에서의 일도 그래요. 그냥 아내에게 물을 주면 되는 일인데 딸아이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딸아이가 뭔가 다른 일 때문에 아내에게 화가 난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아내가 한 말에 화가 나지 않았거든요. 아내는 그냥 저에게 물을 달라고 얘기한 것일 뿐이니까요. 제가 한번에 못 들어서 조금 짜증이 났나보죠. 친구들도 연락없이 약속에 늦긴 했지만 저는 화나지 않았습니다. 다 사정이 있는거니까요. 화가 나지도 않았지만 실제로 평소에도 저는 화를 잘 내지 않습니다. 화를 한번 내면 폭발적으로 내서 굉장히 공격적이고 위협적이거든요."
분노라는 감정이 나오지 못하도록
'부정'의 방어기제를 쓰고 있는 사람들 중
김묵묵 부장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가 봐도 화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은 화나지 않았다고 하며
화날 상황도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분노라는 감정을 부인하고 억압하고 있으니
한번 화를 낼 때 폭발하듯 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분노를 부정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분노라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나쁜 것, 취약한 것, 모자란 것 등으로 여겨
용납하지 않는 가정이나 문화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그 감정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는 분노를 너무 강렬하고 위험한 감정이라고 여겨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마다 그 이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분노를 '부정'하는 방어기제를 쓰고 있다면
다음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 분노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감정입니다.
우리를 보호해주고 부당함에 맞서게 해줍니다.
또한 진심 어린 소통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2. 내가 눈을 감고 안 보려고 해도,
지금 안 보인다고 해도!
분노는 우리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분노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표출될지
모릅니다. 안 보려고 했기에 조절할 수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3. 내 눈에 안 보일 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입니다
내가 고집스럽게 분노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요.
이것은 내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를 불러 일으키거나
도전을 받게 되거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의 김묵묵 부장은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