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대인관계에서의 방어기제
눈을 감고 모른 척해도 분노는 그 자리에.
안녕하세요 심도인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네요!
지난 글에 추위와 선거가 끝났다고 썼는데
어느새 더위가 조금씩 느껴지는 4월 말이 되었어요.
오늘은 지난 시간 '부정' 이라는
방어기제 글에서 이어지는
[눈을 감고 모른 척해도 분노는 그 자리에 - 직장내 대인관계에서의 방어기제, 부정(denial)] 2편입니다.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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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김묵묵 부장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묵묵 부장: "사실 저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습니다. 제가 화를 잘 내지 않고 갈등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을요. 선후배와 가족들에게 비슷한 피드백을 듣다보니 제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하는 대처에는 그 나름에 이유가 다 있었어요. 상황마다 왜 내가 화를 내지 않는지, 부정적인 의견을 내지 않는지 설명할 수 있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설명하는 것 조차 다 저의 방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들이 저의 공허함을 더 키운다는 생각도 듭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었는데 이게 공허한 마음이 들 때 드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전 더 이상 공허한 마음으로 이 남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전 이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의 김묵묵 부장님,
정말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셨네요.
내가 다루기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분노, 갈등),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부정)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요.
하지만 이런 통찰만으로
변화나 문제해결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분들은 심리상담 과정에 참여하면
알아서, 저절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마치 헬스 PT를 등록하면 알아서 살이 빠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처럼요 ← 이건 제가 그랬습ㄴ...)
또 다른 분들은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의 이유와 그 역사를 알게 된 후,
그럼 뭐가 달라지냐고,
과거는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과거를 바꾸기 위해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나의 대처 방식을 알고
그것이 가지고 있었던 적응적인 모습과 유익함,
그런 대처 방식(방어기제 포함)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과거 상황을 이해함과 동시에
이제는 그 대처 방식을 고집함으로써
겪게 되는 어려움을 알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해서
시도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상담 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나의 현재 대처를 알아차리셨다면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아래과 같습니다.
1. 결심
2. 선택
3.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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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심 - 결심은 '오뚝이' 처럼
나의 방어기제를 인지한 후
우리는 ‘되뇌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위에서 김묵묵 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더 이상 공허한 마음으로
이 남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 말을 좀 더 결심하는 문장으로 바꿔봅니다.
"난 이제 이전과 같은 대처 방식만을 사용하지 않고 좀 더 충만한 내 인생을 위해 새로운 방식을 써보겠어!”
“나는 그걸 원하고 있고
지금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때야!"
“예전에는 그 방식이 필요하고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은 나나 관계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굳이 그 방식으로만 대처할 이유가 없어.”
이런 결심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계속 되뇔 필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되뇔수록 결심은 더욱 단단해 질 것입니다.
2. 선택 - 선택은 '문간에 발 들이기' 처럼
다음은 ‘순간의 작은 선택’입니다.
분노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동조하거나
웃어 넘기는 방식들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나 판단과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이전과는 다른 대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선택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것이 나에게 괴로움을 준다고 해도요.
어쩌면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완전한 변화'가 아닌
'약간의 변화'를 선택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무표정으로] “……”
(웃는 것 대신에)
"혹시 제 생각을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이 일을 저희에게 요청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이 일이 우리 부서 담당이 아니라서
바로 대답을 드리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우리 부서 일이 아닙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대신에)
"당신이 답답해서 소리를 치는 것 같은데
나도 갑작스러워서 좀 당황스럽네."
("나에게 소리치지 마! 기분 나빠!" 대신에)
이와 같이 스스로 약간의 안전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마치... 아메리카노에서 카페라떼로
아예 종목을 변신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유를 한두스푼 넣어서 화이트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를 하는 당사자의
마음이 아주 많이 불편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왜냐구요?
그럼 반복 연습을 포기하게 되거든요.
(새로운 시도이니 어느 정도는 편치 않을 수 있습니다)
3. 도전 - 도전은 나와의 '2인 3각' 처럼
다음으로는 ‘반복적인 도전’입니다.
사실 저는 내담자의 한번의 도전으로도
감동받아 벅차오르는 상담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심리상담사들이 그럴 것입니다)
변화를 위한 도전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뒷목과 어깨가 긴장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저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부정적인 감정을 눌러왔다면
그 방어기제를 완화시키거나 해체시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보려고 해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럴 땐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
그 감정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근데 시도를 하려했으나 실패를 했다는 것은
시도를 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
즉 분노, 화, 갈등에 접촉을 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고 해도
잘 되지 않은 것을 새롭게 경험했으니
그것도 분명 새로운 시도의 일부이자 과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담 과정이 아니니 이 글에서는
위에 쓴 것과 같은
힘들고 어려운 중간 과정들은 뛰어넘고!
‘반복적인’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대처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렇게 매순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같이
에너지를 쓴다면 다른 곳에 쓰일 에너지를
가져와서 쓰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의도적인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조금이라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번에 이뤄지는 학습이 없는 것처럼
이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새 그 대처를 하는데 있어
쓰이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번의 도전조차 어려운 일인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러 번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내담자분들은 연습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분노와 갈등이 유발되는 상황이 생길 때
조용히 속으로 한숨을 쉬며 긴장하기 보다는
‘드디어 연습해 볼 기회가 왔다!’
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상황을 반기는 마음이 드는 일은
흔하지는 않습니다.
방어기제로 겨우 막아 놓았던 고통을 마주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고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대처 방식의 시도는 어려운 일이 맞으니
하기 싫은 마음이 들거나 잘 안된다고 해서
자책하지 마시고
그럼에도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스스로 위로하고 응원하며
주변에도 위로와 응원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조금 덜 지칠 수 있고
반복적으로 도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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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회에 걸쳐
(1회와 2회 사이에 텀은 좀 길었지만 진심을 다해)
방어기제 중 부정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