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고 싶은 아내, 인정받고 싶은 남편
- 암묵적 : 자기의 의사를 밖으로 나타내지 아니한. 또는 그런 것.
친밀한 관계라면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마고 부부치료 이론에 따르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것을 배우자가 채워주길 기대한다고 합니다. 이런 기대에는 분명하게 드러나는 기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암묵적인 기대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던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됩니다.
부모에게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던 사람은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상대를 찾아서 충족감을 느끼며 살면 좋을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 나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배우자의 어떤 면이 좋았는지,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잘 모른 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니 상대방에게 뭘 요구해야 할지도 모른 채 결핍감만 키워갑니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라온 여자는 연애를 할 때 뭐든 나서서 알아보고 결정하는 남자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든든하고 멋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조금은 게으르고 약속을 가끔 잊는 등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든든한 사람이라면 평생을 믿고 같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혼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결혼 후 남자는 갑자기 아이가 된 것 같습니다. 든든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챙겨줘야 하는 남자만 있습니다. 서운함을 넘어서서 속았다는 생각에 화까지 납니다. 바뀌게 하기 위해 달래도 보고 비난도 해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부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온 남자는 자신의 선택을 묵묵히 따라주고 인정해주는 여자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스스로 나서서 뭔가를 먼저 알아보거나 먼저 제안하지 않는 여자의 모습이 소극적으로 보이긴 했으나 그래도 자신을 인정해주고 무한지지를 보내는 여자라면 결혼해서 잘 살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혼 후 여자는 남자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작은 일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으며 지적을 합니다. 가끔은 설명이 없어도 그냥 믿고 넘어가줬으면 좋겠는데, 하나하나 변명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 아내의 행동에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괴감과 좌절감에 더 고통스럽습니다.
위 상황으로 보면, 서로에게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아내는 남편에게 보호를 받고 싶은 기대가 있고,
남편은 아내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암묵적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면 몇 가지 마음에 안 드는 점은 눈 감아 주겠다는 암묵적인 거래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그 당사자 또한 이런 자신의 생각과 기대를 명확하게 알기 어렵기에,
지금 현재 둘 사이에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누구도 보호를 해주는 사람으로만 살 수도, 보호를 받는 사람으로만 살 수도 없습니다.
또한 인정을 받는 사람으로만 살 수도 없고, 인정을 주는 사람으로만 살 수도 없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호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연애 때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보호를 해주는 사람이나 인정을 주는 사람으로만 보이는 것이 가능합니다.하지만 결혼은 함께 한 집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한 입장으로만 지낸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보호를 받고 싶은 사람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일아주길 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은 어떤 마음일지 헤아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인정을 받고 싶은 사람은 고맙다는 말을 듣지 않으면 상대방이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노력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암묵적인 기대를 알면 틀어진 관계 회복에 실마리가 보입니다.
나는 어떤 암묵적인 기대를 갖고 있나요?
먼저 상대방에게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을 생각해 보세요.
거기에 나의 기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