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상대성
키가 165cm인 사람은 155cm인 사람이 볼 때
키 큰 사람이지만
175cm인 사람에게는 키가 작은 사람입니다.
물론 통계적으로 큰 키와 작은 키가 있겠지만,
175cm인 사람이 165cm의 사람을 보며
"나보다 크다" 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으로 성격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타고난 기질과 환경과의 콜라보로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성격은 분명 있습니다.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성격도 어느 정도 구분이 됩니다.
하지만 연인이나 부부처럼 1:1 관계 안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상대적으로 성격을 파악하게 되는데,
보통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놓고
상대방의 성격을 판단하게 됩니다.
자신보다 의사 표현이 많지 않은 남편을 보고
소극적이고 소심한 사람이라고 아내는 말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회사에서 다른 직원들에 비해
업무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내기에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듣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남편을 보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배려심 있는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잘 하는 아내를 보고
남편은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원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대소사를 나서서 결정하고 새로운 것들을 제안하기에
희생적이고 책임감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고 누군가는 의지할 수 있는 편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같은 사람을 두고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성격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을 생각하며 대화를 한다면 갈등은 더 깊어지게 됩니다.
"당신은 너무 소심해" 라는 말을 아내에게 들은 남편이 '소심'이라는 단어의 뜻만 떠올리며 "난 소심하지 않아! 내가 뭐가 소심해?" 라고 따진다면 결국 아내의 말 한마디에 발끈하는 소심한 남자가 되는 꼴입니다.
"당신은 너무 자기 중심적이야" 라는 말을 남편에게 들은 아내가 "내가 뭐가 자기 중심적이라는 거야?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한다면 남편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아내가 되어 버려 더 관계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소심하다고 아내가 말했다면,
난 소심하지 않다고 방어하기 보다는
자신의 어떤 모습이 그렇게 보였는지 물어보세요.
할 수 있다면 화내거나 슬퍼하지 않고 말이지요.
마치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물어보듯이 말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가면 됩니다.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아내 : 당신은 너무 소심해.
남편 : 음. 나의 어떤 행동이 그렇게 보였어?
아내 : 아까 마트에서 계산이 잘못된 것 같다고 내가 말했을 때 바로 계산대로 가서 말하지 않고 굳이 물건이랑 영수증을 하나 하나 비교했잖아. 어차피 계산대 가면 거기서 다시 확인할텐데 말이야.
남편 : 아, 그 모습이 소심해 보였구나.
아내 : 그래. 가서 싫은 소리 하기 싫은 거잖아. 나 같으면 바로 달려갔을거야.
남편 : 난 싫은 소리를 하기 싫은 것보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하고 싶었어. 한 번 실수한 마트 직원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 사람에게만 확인을 맡기는 것이 내키지 않았어. 어디서 계산이 틀렸는지 내 눈으로 한 번 확인하고 가서 얘기하고 싶었어.
이 남편은 소심한 걸까요? 신중한 걸까요?
아니면 걱정이 많은 걸까요?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성격을 표현하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절대적인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에피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