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아가기
안녕하세요? 언제나 봐도 반갑습니다. 하하하! 여러분들께도 제가 반가웠으면 좋겠어요. 2월이 되었네요. 1월은 잘 보내셨나요? 각자 잘 보낸다는 말의 의미를 다를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잘”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맛있다고 느끼고 보고싶던 친구를 보면 반갑고 계획한 일이 있으면 어느 정도는 마음에 들게 했으며 눈물이 나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눈물 나던 그 때보다 덜 화나고 덜 자책한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당위성의 마지막 사례를 보실 차례입니다. 꽤 긴 기간 당위성이라는 주제로 함께 했어요. 그래서 시원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친밀감과 익숙함에 대해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인 단 하나의 기준은 아니지만 그 시간이 길면 아무래도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니까 여러 감정이 드네요. 당위성은 중요한 주제 중 하나에요. 나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주제에서 말이에요. 아마 다른 주제에서도 불쑥 나타날 것 같군요.
그럼 사례를 보실까요? 고고!
----------------------
사례 8
부모가 되었으면 아이에게 화 내지 말아야지. 내가 잘 해야지. 회사와 육아 전부 잘 해야지. 내가 안 하면 누가 해.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댔어. 힘든 것 힘들다고 하면 뭐가 해결 돼. 괜히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게 내가 잘 하자. 확실하게 시간 관리해서 잘 해내자.
이런! 위 사례 주인공이 곧 어떻게 될지 여러분들은 예상이 되시나요? 시간 관리를 잘 해내며 아이와 잘 지내는 미래가 그려지기도 하지만 실제 상담실에서 위의 사례처럼 오랜 기간 생각하신 분들은 지쳐서 오십니다. 상담자의 말 한마디에도, 그 말이 제 기준에서 너무나도 가벼운 위로였음에도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럴 때는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분은 얼마나 혼자 견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오늘의 주제는 가족과 당위성입니다. 가족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이번 당위성과 같은 시리즈를 선보일 것입니다. 아, 또 제가 난데없이 예고를 하네요! 예고한 것을 다 하려면 글을 얼마나 써야하는가! 저는 글을 계속 쓸 것이니 쓰기는 하겠는데 참 저도 일관성 있게 예고를 해대는군요. 흠흠 민망…
오늘의 주된 주제는 당위성입니다. 그래서 가족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만 당위성과 연결지어서 얘기를 할 것입니다. 가족은 당위성을 빼서는 설명할 수 없는 집단입니다. “~해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가족 모두 하면서 가족 모두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모르는 참 희한한 집단이죠. 그리고 잘 모르는 것에서는 당사자 자신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자녀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서로 목청을 높여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왜 알아주지 않냐며 밖에서는 실제로 행동할 수 없는 큰 소리로 울고 몸싸움을 하고 폭언을 하는 등 한 번 갈등이 폭발하면 정말 그게 터지기도 하는 “공간”이기도 하죠.
위 사례의 주인공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을까요? 회사와 육아를 모두 잘 하고 싶은 욕구라고 대답하신 분이 있다면 잘 얘기하셨습니다. 더 깊은 수준의 욕구가 있을까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입니다. 또 있을까요? 우리 아이가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겠네요. 또 있을까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성장 욕구가 있겠군요. 또 있을까요? 위의 주인공이 하는 말을 잘 보니 가장 깊은 수준의 욕구는, 즉 가장 상위의 욕구는 “우리 잘 살아보자” 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잘 산다는 것은 각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만 다음의 문장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
내 자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큰 위기 없이 잘 사는 것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웃으면서 사는 것
힘든 일이 있어도 잘 털고 일어나서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
서로 사랑하고 그 마음을 알면서 살아가는 것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서로 미워하지 않고 아끼며 사는 것
일도 잘 하고 사랑도 잘 하며 사는 것
--------------------
혹시 다음과 같은 문장이
떠오르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돈을 많이 버는 것
내 자녀가 돈 걱정 없이 사는 것
우리 가족이 인정받고 사는 것
내 자녀가 좋은 직업을 갖는 것
우리 가족이 돈 걱정 없이 사는 것
위의 문장이 떠오르신다면 그건 “수단”에 해당되는 문장들입니다. 분명 욕구지만 상위 욕구가 아닌, 더 상위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러니 무엇을 위해 내 자녀가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 좋은지, 뭘 하기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 더 생각해 보십시오. 혼자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고 답이 진짜 안 나와서 괴롭기까지 한다면 근처 전문가를 찾아가 보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수단을 목적과 혼동해서 살면 꽤 골치 아픈 문제들이 여기 저기서 발생하는데 오늘 다룰 주제를 벗어나므로 이 글에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당위성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가족은 불행합니다. 위태로운 종이집과 같습니다. “~해야 한다”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해야 한다”만 존재하는 가족은 상당히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가족 모두의 성격이자 신념이 되고 이 신념에 위배되는 개성 있는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여기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하며 모두 열심히 감정을 억압하는 역할에 충실한 가족이라 한다면 나중에는 다같이 허무해집니다. 당위성은 적당히 써야 합니다. “~해야 한다”와 “~하고 싶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로 쓰니 어려워 보이시나요? 위 사례의 주인공이 한 말을 균형 맞춘 말로 바꿔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부모가 되었으면 아이에게 화내지 말아야지. 휴우, 근데 화가 난다. : 감정인식
화가 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랬어. 찰빵심리에서 봤지. 그런데 난 왜 이렇게 불편할까? : 자신이 자신을 관찰하는 메타인지를 사용함
마음대로 안 될 때 화가 날 수 있어.
난 지금 무엇이 내 마음대로 안 된 걸까? 잠깐, 내 마음대로 안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내가 이렇게 화가 난 것일까? 아이가 오늘 하기로 한 숙제를 해 놓지 않은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래, 아이가 이렇게 숙제 안 하다가 학습이 뒤쳐지고 나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지 못할까봐 걱정되는구나. 아니?
내가 이렇게 먼 미래까지 순식간에 생각을 하는구나?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는다고 인생이 망하는 것은 아닌데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때 필요한 인내력을 기르지 못할까봐도 걱정되는구나. 아이는 숙제를 스스로 안 할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스스로 모르는 문제를 풀면서 질문도 하고 때로는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멋진 말을 하며 잘 자라고 있는데 내가 유독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하지 않을 때 아이를 쥐 잡듯 잡는구나. 아,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을 못할까봐도 걱정하나보다. 아이가 친구와 주고 받은 편지를 보여줬던 날 나는 아이의 친구관계를 알 수 있었지. 서로 싸우고 나서도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보다 낫네 라며 웃었었는데… 잠깐, 내가 오늘 왜 그렇게 버럭 소리를 질렀지? 아, 나 오늘 피곤하구나. 그래, 내가 오늘 피곤했어. 야근을 며칠 동안 했더니 내가 몸이 많이 피곤했어. 그러다보니 아이가 지난 번과 같은 행동을 해도 내가 같은 반응을 할 수 없었구나.
그래, 사람이 피곤하면
버텨주기(holding)이 잘 안 된댔어.
이것도 찰빵심리에서 봤지. 나는 오늘 왜 그렇게 피곤한데 기어코 아이의 숙제를 함께 하려고 했을까? 배우자에게 부탁할 수도 있고 오늘은 숙제를 얼른 끝내고 푹 쉬는 것을 아이에게 제안해 볼 수도 있었는데… 그래, 내가 참 힘들다는 말을 못하지. 특히 아이 앞에서는 부모가 되어서 힘든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구나. 아무 설명 없이 아이에게 “오늘 힘드니까 얼른 해!” 라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나의 사정을
짧고 명확하게
아이에게 말 해 줄 수는 있는데… 저번에 오랜만에 공원에 가서 놀 때 아이는 몇 바퀴를 뛰며 연을 날리는데 내가 못 따라가니 아이가 그랬지. 혹시 힘드냐고. 그 때 내가 밥을 먹고 바로 뛰니 배가 좀 아프다고 말했을 때 아이는 그럼 좀 쉬자고 했었어. 아이에게 잘 말하면 되는데 내가 불안했구나. 그리고 나 스스로 나를 봐 주지 않았구나. 시간 관리를 잘 하면 될 것이라는
단 한 가지 방법만 쓰려고 했구나.
때로는 내가 계획한대로 시간을 쓸 수 없을 때도 있는데 이럴 때 내가 자책을 심하게 하는구나… 그래, 이제 정리를 해 보자.
---------------
1. 화가 나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2. 화라는 감정 속에 있는
나의 불안을 스스로 알아주자.
3. 불안한 나를 스스로 다독이자.
“괜찮아. 망하지 않아. 그리고 오늘만 날이 아냐.”
4. 나의 신체적인 상태를 무시하지 말자.
그렇다고 힘들어 힘들어 하며 한탄하는 것이 아닌,
소중한 나의 몸에 대한 감각을 잘 알아차리자는 것이다.
5. 내 신체와 감정의 패턴을 알아채자. 나는 피곤하면 마음이 급해지는구나.
6. 나 혼자 일이 되어가는 상황을 정답이라고 단정짓고 아이를 설득하려고만 하지 말자. 내 마음을 잘 전달하고 내가 하고 싶은 방향을 협박이나 유도질문이 아닌, 담백하게 얘기하자. “오늘은 숙제를 빨리 끝내고 푹 쉬는 것이 어떨까? 네 숙제를 함께 하고 싶은데 눈이 가물가물하단다. 우리 함께 후딱 해보자.”
7. 만약 내 제안에 아이가 말로는 대답했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면 아이도 나처럼 피곤하고 영 할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자. 아이가 문제 푸는 원리를 오늘의 숙제를 알아가면 좋겠지만 오늘은 숙제를 다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자. 지난 번에 아이에게 선택하라고 했더니 숙제를 하지 않는 선택을 했고 아이는 숙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계속 숙제를 하지 않을 핑계를 만들어냈었지. 규칙을 알려주는 것은 나의 역할이야. 아직 아이는 어리니까. 그러니 한 문제 풀고 격려하고, 단 과하지 않게 “그렇지!” 정도로 격려하고 숙제를 다 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
8. 그리고 애쓴 나도 내가 안아주자. 아이와 함께 꼬옥 포옹을 해야지. 이렇게 얘기하자고 하면서.
“이야! 다 했다! 숙제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구나! 우리가 해냈어. 네가 해냈단다.”
----------------
위의 단계가 너무 길다고 생각하신다면, 1~2번 해 보면 그 다음부터는 엄청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러나 완전히 내 방식으로 자리잡는 데에는 좀 더 여러 번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치 아이가 1~2번은 내 눈 앞에서 문제를 풀어냈지만 온전히 스스로 풀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요. 그러나 그 연습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균형을 맞춰 생각하는 것이 잘 안 되는 날, 스스로를 자책하고 채찍질 하는 것을 줄이면 필요한 연습과 그 기간은 더 줄어듭니다.
이 글을 보는 분이 만약 부모님이라면 꼭 “~해야 한다”와 “~하고 싶다”를 알아채고 균형을 맞춰 생각해 주세요. 부모님은 이미 어른이라서 누군가 손을 잡고 함께 해 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사실 없는 것은 아닌데 참 많은 일을 혼자 해야 하는 것이 부모라는 역할이죠. 응원합니다. 진심으로요.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가 커서 나와 함께 “~해야 한다”와 “~하고 싶다”라는 말을 균형 맞춰 얘기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해 본 사람은 압니다. 마음 편히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분이 부모님이 아니라면, 자신의 “~해야 한다”와 “~하고 싶다”를 생각하며 해 보세요. 그리고 만약 내 부모가 위와 같이 나에게 해 주지 않았다면 외로웠고 화가 났던 자신을 꼭 한 번 안아주고 꼭 연습해 보세요. 그래도 여전히 외롭고 화가 나서 자신을 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고 실제로 실행하고 싶다면 전문가와 함께 하세요.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전문가와 얘기해 보세요. 어디가 고장 나고 문제가 있어서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 모르는 것을 물어보러 가는 것입니다. 어떻게 균형 맞출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겁니다. 여러 사정으로 여건이 안 된다면 찰빵심리에서 계속 만나요. 그리고 여건이 되었을 때 한 번만이라도 찾아가 보세요.
오늘은 가족과 당위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위에 예시로 쓴 생각의 흐름은 부모와 자녀 사이 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부부 사이에서는 부모-자녀와는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위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례에 대해서는 언젠가 같이 봅시다. 아니? 또 예고를! 예고를 두 번이나 하니 너무 민망해서 제가 너무 좋아하는 심도인의 글을 링크합니다. 꼭 봐보세요. “부부 사이의 대화”라는 소재로 당위성, 기대, 욕구, 감정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위성 주제가 끝이 났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당위성아, 잘 가! 다음에 또 볼 때는 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찾아오렴! 그 때까지 우리도 여유 있어 볼 테니까!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