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하루
작년 여름에요.
너무너무 좋아서
좋아하는 선배님한테도 선물하고,
"진짜 좋죠!!!!"라며
같이 신나게 수다떨었던
소설책이 있었습니다.
<밝은 밤>
최은영 작가님.
문학동네.
2021.07.23.
밝은 밤 / 출처 : 알라딘
이 세상을 살면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소중히 아껴주는 일이.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소중히 아껴주는 일이.
어려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요새 새삼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가
1년 전에 읽었던
이 책이 다시 떠올랐어요.
그래서 오늘
독자님과 같이 읽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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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어렸을 때 이후로 보지 못했던 할머니를
새로운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칩니다.
몇번의 어색한 만남을 통해
할머니의 엄마(증조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지요.
증조모는 백정의 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자신에게 못되게 굴었던 경험이
너무나 많았고 아팠기 때문에,
새로 만난 친구 새비 아주머니에게
아예 미리 알려주기로 합니다.
증조모는 적당히 식어서
먹기 좋게 된 죽과 김치를
새비 아주머니에게 먹였습니다.
(증조모) 새비는 아시까?
(새비) 뭐를요.
(증조모) 내 아바이가 백정이었단 기요.
새비 아주머니는 증조모를 멀뚱히 쳐다봤습니다.
무슨 뜻으로 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요.
(새비) 아..... 아즈마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구,
아바이 돌아가시고 혼자 밥 벌어
어마이 모시고 살았다구 들어 알았댔어요.
입가에 김칫국물을 묻히고서
천진한 얼굴로 새비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새비) 고생 많았댔어요. 아즈마이. 고생 많았댔어요.
증조모는 그렇게 말하는 새비 아주머니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눈물을 참으며 입을 다물고 앉아 있었습니다.
(새비) 맛이 좋아요, 아즈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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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건이나 특성 때문에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고,
내가 애쓰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칭찬해주는
사람의 한 마디는
텅 비어 있는 데다가
삐걱거리고 덜컹거리기까지 하는
내 에너지 배터리를
급속충전해주는
놀라운 기능이 있지요.
특히
내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을 때,
이렇게 해도 되나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할 때,
소중한 사람이 해주는
응원과 지지의 한 마디는
나를 버티게 해주고
나를 견디게 해주고
나를 일어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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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 아주머니의 남편이 외국으로 떠나고
반년 후에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가뜩이나 새비 아주머니가
기력을 잃고 살도 많이 빠지는데
아기는 아무때나 깨서 목이 쉬어라 울었습니다.
아기가 몇 시간이고 그치지 않고 울던 어느 새벽에,
새비 아주머니는 우는 아기를 멀찍이 눕혀두고
벽에 기대앉아서 두손으로 귀를 막은 채 울고 있었습니다.
증조모는 아기를 안고 달래며
새비 아주머니를 재우고 어깨를 토닥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방앗간에서 얻어온 종이에
새비 아주머니에게 줄 편지를 써내려갔습니다.
새비 아주머니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적고,
그 이유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는 편지였습니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증조모는 몇 번이나 편지를 썼습니다.
(나중에 새비 아주머니는 그 편지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내가 살아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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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 아주머니는
주인공의 할머니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나눠 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정성껏 상을 차렸습니다.
그날 아침 장에 가서 사온 오징어를 찌고
가자미에 밀가루를 묻혀서 튀기듯이 구웠습니다.
잘 익은 김장김치를 꺼내 그릇에 소복하게 담고
보리밥을 지었습니다.
새비 아주머니는 땀을 흘려가며
할머니가 차린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었죠.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몇번이나 할머니를 칭찬했습니다.
새비 아주머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의 노력을 알아보고
애쓴 마음을 도닥여주는 사람.
겨울에 빨래를 하고 있으면
손이 시리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장을 봐오면 다녀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는 사람.
예전처럼 자기 마음을 살피는
새비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니
할머니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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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울컥.
시큰시큰.
훌쩍훌쩍대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렸구요.
그분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눈물나게 다정했던 말들이
기억났습니다.
그리고,
존재만으로 감사한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도 따스하고 상냥한 말들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쫌 많이 낯간지럽고
쫌 많이 쪽팔리고
쫌 많이 민망할지라도요.
오늘
바로
이 순간에
망설이지 말구요.
[COZY SUDA 박정민 대표]
* 박정민 소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