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아가기
안녕하세요! 4월도 벌써 반이 지나가려고 하네요!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가 화창했다가 이렇게 하늘이 맑은데 비가 온다고? 라며 일기예보를 의심할 정도로 하루의 날씨가 다른 봄입니다. 여러분은 봄을 좋아하세요? 저는 봄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봄이 싫다고 해왔던 제가 이번 봄에도 난 봄이 싫어! 라고 생각한 순간, 내가 예전만큼 봄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봄을 싫어한다고 했으니까 봄을 계속 싫다고 해야 나라는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이번 봄에는 그렇게 봄이 예전만큼 싫지 않아요. 이럴수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제가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서 예전만큼이라는 단서를 달았군요. 저 이번 봄에는 싫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으헝헝헝헝! 인정해 버리다니! 갑자기 짱나네요!!
그러나 내가 마음이 바뀐 걸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내년에는 싫어질 수도 있죠. 아닛! 아직까지 내가 봄을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내년에는 이라고 또 조건을 달았군요! 사실, 봄의 변화무쌍한 것이 봄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이게 내가 나이 먹은 것 같아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지금도 싫어요! 계속 봄을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아! 더 정확히는 나이 먹은 티 나는 것이 싫어!!
그런데 봄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것이 나이와 무슨 상관일까요? 어디서 줏어들은 것들이 저도 모르게 저의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입맛이 변해서 짜장면이 더 이상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나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 중 하나가 더 이상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된다거나 나이가 들면 꽃이나 나무가 예뻐보인다거나 등 나이에 따라서 내가 즐겨하던 습관들이, 내가 생각하던 것들이 변해간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어왔는데 내가 마음이 변하니 나이 드는 것과 연결 지은 것입니다.
저는 봄을 싫어하던 제 마음이 변한 것이 싫은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변한다는 것, 내 아이덴티티를 잃는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싫은 것입니다. 그러나 변하는 마음도 제 마음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오늘 함께 할 내용도 생각에 대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줄곧 맞다고 생각한 것들이 있나요? 내 마음이 느끼는 것이 감정이나 태도일 수 있음에도 우리는 생각을 쉽게 떠올립니다. 인간이 생각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감정과 호불호 보다 인지적으로 생각하고 과정을 고민하고 결과를 예상하고 실패를 곱씹어보며 해결을 해 나가는 것이 인간에게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가 그렇게 생겼거든요. 생존을 위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익숙해진 것은 인간이 이만큼 세상을 편리하게 만든 것과 연결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생각은 생각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신념, 미해결된 욕구, 피하고 싶은 감정이 들어있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구별되지만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 안에는 어떤 신념과 욕구, 감정이 들어있나요? 여러분들이 자주하는 생각에 대해 지난 번에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 자신이 자주하는 생각을 하나 골라서 그 생각을 비판단적으로 따라가보세요. 비판단적이라는 것은 내가 그 때 그걸 못해서 그랬지, 내가 그걸 실수했지, 내가 그걸 왜 그렇게 해서는…, 내가 또 그랬네 등 잘잘못을 따져나가는 것입니다. 지금 함께할 생각을 따라가는 작업에서는 그냥 생각을 따라가보세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례
1. 난 나의 개성을 잃으면 안돼!
2. 나의 개성, 아이덴티티를 잃는다는 것은 곧 나의 정체성을 잃는 거야!
3. 내가 정체성을 잃으면 난 평범한 그저 그런 인간이 되는 거야!
4. 난 독보적이어야 하니까!
5. 내가 독보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날 좋아하는 거야.
6. 내가 내 개성을 잃으면 사람들이 날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거야…
7. 사람들이 날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살 때 너무 불편할 거야…
8. 살기 불편해진다는 것은 계속 날 설명하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야.
9. 사람들이 날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일일이 날 설명하고 날 좀 봐 달라고 해야하는 것이 너무 싫어. 사실 너무 걱정돼… 난 나를 잘 설명할 수 없으니까…
10. 그냥 있는 그대로 날 대해줬으면 좋겠으니까… 날 하나하나 설명해야한다는 것은 내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날 내가 증명해야 한다는 거잖아… 수용 받지 못했으니까 내가 날 설명하고 다니는 거잖아…
11. 난 수용 받고 싶었구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위의 사례를 보시니 어떠신가요? 중간 중간 의문이 드시기도 할 것입니다. 아니, 왜 저렇게까지 생각이 뛰어넘지? 마치 뭔가 중간에 빈 것 같은데 저 사례의 사람은 왜…? 만약 이런 의문이 든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저 사례의 주인공만이 가지고 있는 체계적인 생각의 흐름이기 때문에 저 사례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신념, 욕구, 감정과 다른 것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 사례가 중간 중간 이해하기 어려운 생각의 흐름을 보인다고 여길 것입니다.
만약 저 사례의 주인공이 이해가 간다면 사례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비합리적 신념을 읽으시는 분도 가지고 있을 수 있겠죠.
사례처럼 생각을 그대로 따라가 보세요. 그리고 생각을 따라가다가 사례의 11번 처럼 내가 “~~하고 싶었구나” 라는 지점이 나오면 그 마지막 문장을 잘 기억해 두세요. 그리고 그 마지막 문장을 다음과 같이 읽어주세요.
수용 받고 싶었구나.
네 있는 모습 그대로.
그랬구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 볼 것입니다. 저 마지막 문장이 끝이 아닙니다. 마지막 문장을 스스로에게읽어준 후 “그러니까 너 하고 싶은대로 해!” 라고 결론을 내리지 마십시오. 결론을 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 또한 과정이고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나를 있는 그대로 쳐다보는 것입니다. 이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라는 질문은 정말 좋은 질문이지만 바로 답을 낼 수는 없는 질문입니다. 바로 답을 내면 그 말 그대로 할 것입니까? 그건 더욱 문제입니다!! 자신의 말로 결론을 만드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꼭 “~~ 하고 싶었구나. ~~ 였구나. 그랬구나.” 까지 자신에게 말한 후 비판단적으로 생각을 따라간 아주아주 어려운 작업을 한 자신을 뿌듯해 해 주세요. 이걸 제가 사례에서 줄줄 써서 그렇지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걸 혼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런데 해 냈으니 꼭 뿌듯해 해 주세요.
앞으로도 생각에 대해 계속 알아볼 것입니다. 계속 함께 해 나갈 과정들이 있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