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관
안녕하세요? 벌써 8월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뉴스에서 2022년의 60%에 해당하는 날짜가 지났다고 합니다. 하하하하!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요! 지금 저는 어이가 없어서 웃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는 어떤가요? 시간이 빨리 갔나요? 아니면 아직 이것밖에 안 되었어? 라고 느껴지시나요? 저는 한 해가 빨리 가는 것이 싫습니다. 혹시 빨리 갔으면 하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냥 시간이 안 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시간이 안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무 것도 안 해도 되거든요! 후우… 하지만 그럴 일은 없겠죠. 그래서 재미있는 공상은 짧게 하고 현실로 돌아오겠습니다.
현실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단어 자체는 짜증나는군요. 어떤 단어나 개념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감정을 싣습니다. 현실이라는 단어에 “근데 어쩔 수 없잖아?” 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도 그 안에는 감정이 들어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을 보고 싶지 않은 두려움, 하기 싫지만 안 하면 안 된다는 중압감, 여기서 멈추면 진짜 무너질 것 같은 공포, 한 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은 귀찮음에 대한 불편함 등 “어쩔 수 없잖아.” 라는 말에도 감정이 들어갑니다. 저는 현실이 싫어요. 해야할 것 투성이고 짱나는 인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현실을 살고 있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서 웃었고 수박을 다 먹고 또 사 먹고 싶어서 다른 수박을 고르면서 기대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수박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돈 걱정을 했지만 물가가 오른 만큼 좀 더 아껴서 수박을 사 먹었습니다. 비오는 날 회사에 두고 왔던 우산 2개를 집으로 가져오는데 우산이 없는 사람이 비 맞고 가다가 상점의 처마에 잠시 몸을 피하는 모습을 보고 우산 하나를 줬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너무 뿌듯했습니다. 그 분이 순간 저를 보고 놀라면서 반가운 표정을 지었거든요. 찰빵심리 블로그 글을 쓰는 날이 다가오면 이번에 어떻게 이야기를 쉽게 써 나가지? 고민이 되어 미루고 싶다가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을 생각하고 컴퓨터를 켜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글을 쓰게 됩니다. 이렇게 사람들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는 현실에서 잘 살고 싶습니다.
드라마나 만화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뭔가가 변해있거나 엄청 고민하던 일이 아무 쓸모 없게 될 정도의 우주 폭발 같은 재앙이 닥쳐있거나 갑자기 누가 나타나서 나를 자신들의 멤버로 인정한다고 하면서 초능력을 써 보라고 하죠.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어나면 아침이고 숙제를 안 하면 밀리고 밥을 안 먹으면 배고프고 돈을 쓰면 돈이 사라집니다. 길을 가다 누군가 나에게 우산을 줄 수는 있겠지만 갑자기 엄청난 돈이나 초능력 아이템을 주지는 않습니다.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면 너무 좋을텐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현실에 사는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자동으로 짜증나게 되어있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게 내가 원하는대로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짜증나게 됩니다. 그리고 불안이라는 감정은 우리를 생존하게 했지만 그 생존을 위해 너무 많은 알람을 울립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집니다. 그럼에도 계절을 느끼고 음식 맛을 느끼며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다양한 생각을 하고 좋아하는 것이 많은 저는 그 존재 자체가 이유가 되어 내가 왜 살지? 라는 고민은 접어두고 현실을 자각하며 잘 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매우매우매우 그랬으면 좋겠군요.
지난 시간에는 자신만의 욕구 목록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오늘은 만든 욕구 목록을 가지고 욕구를 실현하기 전 작업을 해 볼 것입니다. 이 작업을 위해 이렇게도 긴 사설을 늘어놓았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할 작업은 중요한 만큼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꼭 지켜야 할 지침을 말씀드리곘습니다. 이건 꼭 기억해 주셔야해요. 그렇지 않으면 작업을 하다가 생각만 많아지고 어떤 사람은 자책을 하고 어떤 사람은 화를 내게 됩니다. 이게 평소에 우리가 흔하게 빠지는 함정이 되는데 여러분을 그 함정에 빠지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꼭 지켜서 해 주세요.
그 지침은 바로
“실행할 행동을 적을 때 ‘나도 아는데~’, ‘난 못해’, ‘이걸 해야만 하는데 지금 시간이 없어서…’ 등 판단하지 마십시오. 일반적으로 그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을 적으면서 이건 이래서 못하고 이건 할 생각하니까 너무 하기 싫고 이건 이미 아는데 내가 안 하고 있고 등 사족을 붙이지 마십시오. 그냥 적는 것입니다. 적다보면 “~해야 한다”와 욕구가 강력하게 연합되어 있는 경우 너무너무 생각하기 싫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반드시 하라고 안 했습니다. 강렬하게 싫은 느낌이 나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이야말로 오늘 큰 수확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을 적은 것인데 내적 고통의 핵심에 크게 다가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는다고 할 필요 없으니까 오늘은 그냥 적으십시오. 그럼 순서대로 한 번 해 볼까요?
욕구 목록을 하나하나 작은 종이에 써 주세요. 종이의 제일 윗부분에 적으세요. 여러 개의 욕구를 한 장의 종이에 하나씩 적는 것입니다. 너무 큰 종이에 쓰면 부담감이 들거나 대충 쓰게 되거나 칸을 다 채워지지 않아서 뭔가 마음이 불편하게 되니 A4 용지를 네 등분 낸 정도가 좋겠습니다. 이 때 지난 번에 적은 모든 욕구를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 그 중에서 골라서 하지는 마십시오. 고르면서 이미 또 판단합니다. 그냥 첫번째부터 해 보세요. 사실 다 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제일 윗 부분에 욕구 하나를 적으셨겠죠? 그럼 그 다음 줄에 그 욕구를 실행할 방법을 적어보십시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이고! 제가 가장 먼저 적은 욕구는 허허허 어쨌든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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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 쭈쭈바를 먹고 싶으니까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가서 산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러 나갈 수도 있지만 너무 더우니까 가는 길에 산다.
- 그러나 나는 지금 너무 먹고 싶다.
- 지금 당장 편의점을 간다.
- 편의점을 가려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너무 귀찮다.
- 이렇게 따지면 나는 지금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욕구를 실현하지 못하므로 그냥 이 모양 이 꼴로 나간다. 위에 조끼를 입고 후다닥 다녀올 것이다. 조끼는 겨울용이지만 상관없다. 다른 옷을 갈아입고 속옷을 챙겨입는 것은 너무 귀찮으므로 나는 그냥 아무 조끼가 입을 것이다.
- 아주 귀찮지만 나는 지금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것이다. 쭈쭈바를 여러 개 사서 먹을 생각을 하니 이 정도는 참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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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저렇게 길게 써지지 않을 것입니다. 길지 않아도 좋지만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이 적지는 마십시오. 이번에는 그림 잘 그리고 싶다를 예로 안 좋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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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연습한다.
- 하루에 한 장씩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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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적으면 안 됩니다. 써 놓고 하지 못하게 되어 기분을 더 잡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효능감이 떨어져갑니다. 아이스크림 예시에서 동작을 상상하며 하나씩 적은 것과 비교해 보십시오.
이렇게 적다보면 탁 막히는 욕구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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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로 먹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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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불가능한 것은 깔끔하게 안 된다고 적으십시오. 여기서 주의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불가능하다고 적는 것입니다. 안 좋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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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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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욕구를 실현하는 단계가 많고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잘 된 예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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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다보니 자세가 안 좋아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 그렇다고 의자에 앉는 시간에 목과 등을 똑바로 고정해서 계속 있을 수는 없다. 해 봤는데 너무 힘들었다.
- 운동을 하겠다.
- 그러나 운동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들고 무엇보다 나는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것을 시도했다가가 전부 실패했다.
- 나간 김에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괜히 매일 운동한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나가는 날만 운동하겠다.
- 그리고 옆으로 누워서 핸드폰을 오래 하지 않겠다. 핸드폰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만 오래오래 보게 되는데 지루하더라도 똑바로 누워서 눈 감고 있겠다. 그러다가 잠이 안 오면 핸드폰을 조금 더 보겠다. 그러나 다시 똑바로 누워서 눈 감고 있겠다.
- 걸어다닐 때 어깨와 등을 펴고 걷겠다. 잠깐 생각하다가 또 편한 자세로 돌아가겠지만 그 때마다 펴고 걷겠다. 어휴 또 이러고 걷네 또또! 이렇게 나를 스스로 질책하지 않고 그냥 바로 어깨와 등을 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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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욕구 목록에 있는 욕구들에 대해 그 실현 과정을 적어보세요. 적었다고 당장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적는 것입니다. 적다가 내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멈추지 말고 우선 적으십시오. 적고 나서 계속 작업할 것들이 있으니 우선은 그냥 막 적으세요. 꼭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