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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빵심리] 욕구가 좌절된다면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안녕하세요? 와! 이제는 완전히 가을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찰빵심리를 보고 반가워하셨으면 좋겠어요. 일교차가 커지고 건조해졌으니 건강에 유념해야 할 시기가 온 것입니다. 만약 계절이 바뀌면서 눈에 띄게 컨디션이 안 좋아지신 분들이 있다면 힘내시라고 응원을 보냅니다. 계절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니 잘 버티면서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며 이 계절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욕구 목록에 있는 욕구들에 대해 그 실현 과정을 적어보았습니다. 적었다고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었죠. 그냥 써 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안 써 보셨다면 지난 글을 읽고 오세요. 그리고 한 줄이라도 써 보시고 이 글을 읽으시길 강력 권장드립니다. 그냥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지금 뭔가를 쓸 환경이면 써 보십시오. 휴대폰의 메모장에 쓰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왕이면 손으로 한 자씩 써 보세요. 태블릿도 좋고 종이도 좋습니다. 이렇게 직접 느리게 써 보는 것을 권하는 이유는,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면 우리 인간은 너무나도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회피, 합리화를 사용합니다. 욕구를 적고 그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 과정을 적으면서 그 순간 ‘이건 좀 내가 하기 귀찮겠다.’ 라던가, ‘이미 내가 알고 있어.’ 라는 생각을 하며 행동 과정을 축소해서 적거나 아예 실현을 위한 행동을 적지 않거나 심지어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욕구임에도 미리 포기해 버리고 자신이 좌절하는 것도 모른 채 좌절하게 됩니다. 그러나 느리게 적으면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어서 불편한 마음이 들지만 이 작은 불편함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버티는 마음, holding하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그러니 꼭 한 자씩 써 보세요. 쓰기만 할 뿐 지키기 않아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니 꼭 보세요.


어떤 욕구를 적으셨나요? 그리고 그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으로 어떤 행동들은 적으셨나요?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나온 예시 중 하나입니다.


[예시]

영어 논문을 술술 읽고 싶다.


- 읽어야 하는 영어 지문이 있으면 가볍게 읽어본다.

- 한줄 읽었는데 내가 봐도 해석이 매끄럽지 못하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니 개떡같이 해석해서 뉘앙스만 알아먹고 정확한 뜻은 모르는, 너무나도 익숙한 드러운 기분이 든다.


원래는 여기까지 하고 포기하지만! 이번에 찰빵심리에서 실현까지 가능하게 할 행동을 쪼개서 쓰랬으니까 더 쓴다!


- 드러운 기분이 들지만 피하지 않고 파파고 번역을 돌려보았다. 역시… 엉망으로 해석했군!

- 해석한 지문 중 한 문장은 제대로 본다. 음… 관계대명사가 나오니 내가 정말 어려워하는군. 아무리 스피킹이나 리스닝이다 해도 영어는 독해군. 특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독해다!

- 하루에 30분씩 유튜브로 공부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 먹고 안 한 적이 벌써 수백번이지. 그럼 이 행동은 삭제하자. 흐음… 매일 뭔가를 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워. 그렇다면 지금 내가 관계대명사가 나온 문장이 막혔으니까 관계대명사가 나오는 문장만 내가 영어를 읽을 때 한 줄씩 제대로 분석해서 읽자.

-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공부한다고 사 놓은 토익책이 있으니 여기서 하나씩만 보자. 매일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또 내가 까먹고 좌절할텐데… 그래, 이번 주말에 약속도 없고 시간이 난다. 그럼 반드시 그 책에서 관게대명사가 나오는 문장 몇 개를 보자. 하나 할 때 제대로 하자. 그리고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읽자. 단어를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나니까 말이야. 이번 주말에 토익책에서 관계대명사 나오는 문장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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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루고 싶은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을 잘게 자르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쓴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쓴 욕구를 한 번 봐 보세요.


영어 논문을 술술 읽고 싶다


이 욕구를 다시 읽어보면서 이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나의 감정을 예상해 보세요. 이 때 아, 짜증나! 아 싫어! 아 몰라! 이렇게 감정을 쏟아내지 마시고 천천히 감정을 단어로 끌어내세요. 생각만해도 답답하고 한숨나올 정도로 쏟아내지 마시고 단어로 써 보세요.


영어 논문을 나만 못 읽고 있을까봐 창피해...


“창피함”

감정 단어를 쓰셨으면 그 단어를 계속 봐 보세요. 마음에서 말로 설명이 잘 되지 않는 불편함이 느껴질 것입니다. 잠시 가만히 있어보세요. 창피함이라는 단어를 작게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그리고 그 창피함을 느끼는 지금의 나에게 이렇게 꼭 말해주세요. 이건 속으로 말해도 됩니다. 왜냐하면 소리내서 말하면 좀 쪽팔릴 것입니다. 인간은 너무나도 지능이 높아서 스스로 소리내어 위로하면 또 창피해지는 희한한 습성이 있거든요. 그러나 또 창피해지지 않는 분이나, 스스로 위로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은 소리 내어서 말하고 거기다가 나를 쓰다듬으면서 하세요. 머리나 팔을 쓰다듬으면서요.


“괜찮아”

괜찮아라고 창피함이라는 단어 옆에 써 주세요.


진짜 괜찮으니까 괜찮다고 하시라는 겁니다. 무턱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하는 위로가 아닙니다. 창피함을 느껴도 정말 괜찮으니까 괜찮다고 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괜찮지 않은 것은 따로 있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때리고 정해진 약속을 어겨놓고 남탓을 하고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진 사람이 미워서 돌려서 까는 행동이 괜찮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음과 동시에 제가 예시로 든 괜찮지 않은 행동들을 하고 싶어서 욕구에다가 적으셨겠습니까?


"지나가는 사람 면상을 때리고 싶다"

이렇게 욕구를 적지는 않으셨을 것 아닙니까.


공부를 잘 하고 싶다, 살을 빼고 싶다, 말을 잘 하고 싶다, 발표할 때 떨지 않고 싶다,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싶다, 복숭아를 사 먹고 싶다, 옷을 사고 싶다, 푹 자고 싶다 이런 욕구들을 적으셨을 것 아닙니까. 아니면 힘든 기억을 잊고 싶다, 감정을 조절하고 싶다, 울지 않고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 라고 썼을 수도 있겠죠.


나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까지 적었지만 결국 내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서 그 욕구를 실현하지 못했을 때 느껴질 감정을 예상해 보세요. 화가 나도, 슬퍼도, 좌절감에 내가 너무 싫어져도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기회는 또 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지금까지의 행동과 다른 행동을 했을 때 그 때가 바로 새로운 패턴의 시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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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d


한 번 욕구 실현을 위한 행동을 하고 또 예전의 방법으로 회피하고 자책해도 괜찮습니다. 다시 또 하면 됩니다. 카페트를 만들 때 처음 시작을 견고하게 하면 올이 잘 풀리지 않아요. 그래서 어렵고 시간이 더 걸립니다. 매듭을 짓는 시작은 원래 시간이 좀 걸립니다. 시도하지 않는 자신에게 화내고 자책하니 시작이 되겠습니까? 혼나는 것은 남이 해도, 내가 해도 무섭습니다. 그러니 자책하기보다 시도하지 않는 것이 지능이 높은 인간이 선택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책이 두려워 미루기만 하면 미루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인간은 또 빡쳐갑니다. 그러면 화내기에 가장 만만한 상대인 자신에게 화를 내게 되고 이것이 자책이 됩니다.


그러니 오늘은 꼭 욕구를 쓰고 그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의 감정을 예상해 보고 괜찮다고 써 주세요. 그리고 작은 행동을 하나 해 보세요. 오늘 안 했어도 괜찮아요. 내일 안 해도 괜찮아요. 그러나 어느 순간 힘을 내어 하나의 작은 행동을 했을 때 이 세상이 구원받을 것처럼 크게 기뻐하며 자신의 변화를 환영해 주세요. 저는 이미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으니 여러분 자신만 스스로 응원하면 됩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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