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관 / 은비의 마음글방
안녕하세요?
다정한 심리상담사 은비입니다.
여러분은 마음이 힘들 때
무엇을 찾게 되나요?
그것이 사람이든, 장소든
음악이나 미술, 글과 같은 매체나
운동, 산책 등의 특정 활동이든
내 마음을 돌보고 다시 회복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곁에 있으시기를 바랄께요.
제 경우는 마음이 한창 힘들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중 하나는
'마음챙김 명상' 이었어요.
마음챙김 명상은
내가 내 마음의 관찰자가 되어
지금 이 순간 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을
무비판적이고 수용적으로 경험하는 것인데요.
저에게 명상은
'너 지금 마음이 어떠니' 하고
친절하고 따뜻하게 관심을 갖는,
내 마음에 건내는 다정한 안부인사 같아요.
그래서 요즘도 명상어플을 통해서
꾸준히 명상을 하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제가 자주 듣는 명상 오디오 가이드 중에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한 게 있는데
그 명상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오늘은 이 말을 기억하며
우리가 삶에서 겪는 고통, 괴로움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생각해볼까 합니다.
힘든 감정이나 생각이 들 때
우리가 주로 택하는 건 2가지 방식이지요.
첫번째는 고통으로부터 도망가기
좋은 건 취하고 싶고
싫은 건 피하고 싶은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이기도 해요.
하지만 문제는
우리 마음은 무언가로부터 벗어나려 할수록
더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는거예요.
자, 지금부터 1분간 사과를 생각하지 마세요.
라고 하면 어떤가요??
사과 생각이 더 머릿속을 떠나지 않지요?
'취업에 대해 그만 걱정해야지'
'그 사람을 그만 떠올려야지'
하고 다짐할수록
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험
분명히 있으실거예요.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술을 마시고 쇼핑을 하고
수다를 떨거나 몸을 움직이는 등
다른 행동으로 감정을 덮으려 할 때가 있어요.
물론 이 방법들이
모두 효과가 없다는 건 아니예요.
때로는 이렇게 주의를 돌려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게 필요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건강한 방법들을 아는 게
자신을 잘 돌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렇게 해도 좀처럼 달래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내 마음을 괴롭히는 감정이 있다면
회피하고 묻어뒀던 감정들이
불쑥불쑥 적절하지 않은 순간과 대상에
표출이 되어 곤란하다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그 감정을 들여다 보고
관계를 맺어봐야 할 시점일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고통에 맞서 싸우기
고통에 대한 심리적 저항 혹은 투쟁
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우리는 문제 → 해결 이라는 공식을
갖고 살아가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괴로움이나 고통에 대해서도
없애고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곤 하지요.
상담실에서 만난 분들 중에는
타인에게 의존적인 성향을 개선하기 위해
'외로움' 이란 감정을 안 느끼고 싶다고
그게 문제의 해결이라 믿는 분도 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라는 생각때문에 불안한 나머지
열심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갖은 방법으로 삶을 통제해보려 하지만
여전히 끝없이 막연한 불안감과
생각들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분도 있어요.
고통을 유발하는 감정 혹은 생각에
저항하고 실갱이를 벌이는 순간
우리 마음은 전쟁터가 됩니다.
내가 너를 반드시 없애버리겠다고
누가 이기는지 두고 보자고 달려들어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하게 되면
결국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고통을 주는 대상에게
더 몰입해서 쓰는 꼴이 되고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고통에
더욱 좌절스럽고 지치게 될 수 있어요.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우리 내면의 고통에 대해
회피하거나 투쟁하지 않고
혹은 압도되지도 않으며
힘들 때 친구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는 것처럼
내 마음에 그 고통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따뜻하게 함께 있어 주라고 말합니다.
즉 원치 않는 감정, 생각,
기억, 충동, 감각 등에 대해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지금 경험하고 있는 고통을 위해
마음 안에 공간을 마련하는 것
심리적 수용의 자세로
고통과 관계 맺기를 권하고 있어요.
이런 고통에 대한 수용은
우리 마음에 고요함을 가져다 주고
삶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고통들에
덜 휘둘리고 살게 도와주며
나에 대해 따뜻한 연민을 갖게 해서
스스로를 보다 잘 돌볼 힘을 주지요
그리고 내 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잘 앎으로써
내 경험에 대한 진정한 주인으로
더 나아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합니다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힘든 마음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저를 따라
고통을 수용하는 명상을 해보세요.
먼저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해보세요
모든 명상의 기본은
호흡에 주의를 두는 호흡명상입니다.
호흡은 늘 우리가 하는 것이기에
언제든 손쉽게 주의를 둘 수 있기 때문이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기 앞서
몸의 감각을 관찰하는게
좀 더 수월하기 때문이예요.
몇 번의 커다란 심호흡 후에는
자연스러운 내 호흡으로 돌아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동안
가슴과 배가 부풀어 오르고
코로 공기가 들어갔다 나오고
내 몸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일부러 깊은 숨을 쉬려 하거나
잘 쉬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숨을 쉬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면
이제 나에게 다정하게 물어보세요.
지금 마음이 어떠니, 하고.
슬퍼
외로워
답답해
불안해
어떤 감정이든 괜찮습니다.
감정에 이름도 붙여보고
그 감정에 가까이 다가가서
더 깊이 들여다 보기도 하세요.
특정 감정을 느끼는 게
좋거나 싫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감정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 어떤 감정이 있구나,
라는 걸 그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만약 감정에 압도될 것 같거나
감정을 경험하는 게 힘들면
아직 내가 이 감정을 만날 준비가 안 되었구나,
하고 조금 물러 서서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돌려도 괜찮아요.
마주하기가 힘들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도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는 거니까요.
생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에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가만히 지켜보세요.
원래 생각은 생각 자체에 힘이 있어서
쉼없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습성이 있어요.
그런 생각을 객관적 현실로
절대적 진리로 여겨 힘을 실어주지 않고
~한 생각이 드는구나, 하고
거리를 두고 관찰해보세요.
그러면 고통스러운 생각에 지배받지 않고
그 생각을 놔줄 수도 있을거예요.
내 마음에 일어난 일을 잘 들여다봤다면
이제 나에게 한 번 더 다정하게 물어보세요
이 고통과 함께 있어줄 수 있을까
여러분이 진심으로
그래, 라고 스스로에게
대답해주실 수 있기를 바랄께요.
고통을 애써 외면하거나
맞서 싸우려고 하지 말고
나의 고통이 거기에 있다는 걸 알고
기꺼이 내 마음의 방 한 켠을 내어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온전한 수용을 통해 찾아오는
깊고도 벅찬 마음의 평화를
여러분들이 꼭 선물로 받으실 수 있기를 바라며
고통스런 마음이든, 기쁜 마음이든
모든 마음들을 여인숙에 찾아온 손님처럼
환영하고 친절히 대하라고 말하는
심리적 수용을 멋지게 표현한
제가 정말 좋아하는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시를 마지막으로 오늘 글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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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찿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거나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들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잘랄루딘 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