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의 수다다방 / 심리학관
지난 주말에 정말 멋진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작가님 에세이
2022.08.19.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출처 : 알라딘
하하호호 웃다가
홀짝훌쩍 울다가
순식간에 읽어버렸네요.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듯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심윤경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아서
곧바로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랑 <설이>를
"기가 막히다" 감동하며 읽고,
다른 소설들도 주루룩 주문했습니다.
(사랑이 채우다, 사랑이 달리다, 이현의 연애,
영원한 유산, 달의 제단..)
두근두근 기대되는 새 책들이
쌓여 있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으니까요!!
새 책! 랄랄랄랄 / 출처 : Unsplash
심윤경 작가님은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뭘까'를
열심히 고민하시다가,
자신을 길러주셨던 할머니를 기억하면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시더군요.
*****************
아이에게 무언가 잘해주려 애쓰다가
오히려 평화를 깨뜨리고
불만과 다툼의 늪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
무언가 힘써 좋은 것을 해줄 필요가 없었다.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면 족했다.
가장 중요한 사랑은
아이의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p6)
*****************
작가님의 할머님이 보여주신
표정과 말투, 언어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훌쩍거리며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상담심리학자들이
많이 좋아하는 이론들 중의 하나인
<인본주의적 심리치료 이론 :
인간중심치료(person-centered therapy>가
떠올랐습니다.
인간중심치료를 발전시킨
Rogers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발현하여
좀더 가치있는 존재로 성장하려는 선천적인 성향,
즉 실현 경향성(actualization tendency)을 지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리치료를 할 때 상담자의 역할은
내담자의 삶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향을 지시하기보다
내담자의 실현 경향성이 촉진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지요.
그러한 조건만 주어지면
내담자는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내면적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
- 마음의 치유와 성장으로 가는 길 /
권석만 교수님 / 2012.08)
인간은 자신을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내면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 출처 : Unsplash
내담자의 성장을 촉진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상담자는 세가지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1)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 수용(acceptance)
(2) 공감적 이해(empathetic understanding)
(3) 진실성(genuineness) & 일치성(congruence)
심윤경 작가님의 할머님은
인간중심치료를 하는 상담자가 지녀야 하는
세가지 태도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고 계시더라구요.
우리도
할머님의 말씀을
같이 견학해볼까요 ^^
****************
"착한 사람이 왜 그러나"
"예쁜 사람, 왜 그러나."
그것이 생떼의 최종 단계에서
할머니가 꺼내는 마지막 한탄이었다.
어린 시절 부렸던 생떼에 대해서
지금껏 나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어쨌거나 최종적으로
나는 예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p77)
---------
할머니는 내가 자라는 온갖 비뚤빼뚤한 모습을
모두 '예쁘다'고 요약했고,
분투하는 모습은 '장하다'고 했다. (p78-79)
"장혀"
할머니의 짧고 단순한 말은
그동안 내가 보내야 했던 고된 시간과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고통들,
그리고 뜻대로 되지 않는 쓰라림을
견디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씀이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p157-158)
할머니가 안된다고 했는데 몰래 저질러놓고
꼼짝없이 들키는 일들이 흔히 있었다.
혼나겠다 싶어서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을 때,
할머니가 하는 말씀이 "뒤얐어"(됐어, 괜찮아)였다.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베푼 넉넉한 관용들은
나의 내면에 매우 선명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었다.
많은 잘못들을 저지른 것에 대해
심하게 야단맞거나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 않았는데
분명히 반사회적이거나 기회주의적인
어떤 방향으로 자라지는 않았다.
오히려 할머니가 베푼 관용은
나에게 심리적인 안전판이 되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p106, 109)
--------
"워쩌"
할머니가 "워쩌"라고 말하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에 온기가 퍼진다.
내가 곤경에 처했다고 해서 할머니는
두팔 걷고 나서서 도와주는 일도 없었다.
그저 함께 속상한 얼굴로
"워쩌"라고만 했다.
그런데 할머니의 그 말이
상처난 마음에 반창고가 되어주었다.
마음을 가득 채웠던 속상함이
감당할 만하게 작아지면서
그저 뒷주머니에 쓱 집어넣고
다시 무언가를 해볼 만한 기분이 되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p115-116)
"그려" "안 뒤야" (그래 & 안돼)
할머니는 YES와 NO가 분명한 분이었다.
되는 것은 된다고 하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된다고 해놓고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나중에 야단을 친다든지
말을 바꾸는 일은 없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p103)
--------
"몰러" (몰라)
아이가 나에게 무언가를 물으면,
나는 무엇이든 척척 대답을 내놓아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부모인 나는 지식이나 경험에서
우월하고 현명해야만 했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마치 네이버 지식인이나 알파고인 것처럼
아이에게 대답을 했고,
그것이 옳다고 우겼으며
밤에는 이불을 발로 찼다.
실은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뭐든지 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할머니를
여전히 사랑하고 좋아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몰라"라고 대답해보았다.
놀랍게도 아이는 그 대답을 듣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 / p111)
따뜻하고 명확한 애정표현을 통해 인간을 성장시키기 / 출처 : Unsplash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를 읽으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리고 내 자신에게
상냥하고 다정한 애정을 전해주는,
그리고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할머니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COZY SUDA 박정민 대표]
* 박정민 코치 소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