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리학관 Mar 27. 2023

인과관계를 찾기 전에 "같이 있어주기"  / 더글로리

심리학관

정말 많이 추웠었던 겨울이

드디어! 지나가고

손꼽아 기다리던 봄이 왔습니다!!


먹보 직박구리 녀석은 앵두나무 새순을 콕콕콕 쪼아 먹더군요. ㅠㅠ / 사진 : Monica


초록초록 여리여리한

아기 잎사귀들을 만들어내는

꽃나무들을 보면서

매일매일 두근두근거리는 중입니다. :)


알록달록 봄꽃을 기다리면서 분홍분홍 꽃한복 아가씨를 만들어보았습니다 / 인형제작 & 사진 : Monica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얼어붙게 추운 시간들을

드라마 <더글로리>로

많이 채웠습니다.


3월에 <더글로리> 2부가

오픈하길 손꼽아 기다렸구요,

여러번 반복해서 봤지요. :)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83%!! 2023.03.27


사건의 피해자도

항상 우울하고 비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가고 싶은

반짝거리는 삶이 있다는 것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신

"매맞지만 명랑한 년",

염혜란 배우님을 보면서

마음이 벅차올랐구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가정부 역할을 하셨을 때부터

많이 좋아했던

김정영 배우님(여정의 어머니)이


동은(송혜교 배우님)에게

복수가 끝난 후에도

삶을 살아야 하는 의미를

만들어주셨던 장면에서는

울컥해졌습니다.


그리고

동은이의 복수 조력자,

여정(이도현 배우님)이

상담받는 장면을 보면서는


효과적인 관계적 행동과 공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먼저 말씀드릴 것 :

김은숙 작가님이

그 다음에 나오는

동은이의 공감적 반응을 부각하기 위해

 

상담전문가가

다소 아쉬운 접근을 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많은 상담심리전문가들이

동은이와 같이

다정하고 따뜻한 태도로

효과적인 성장 조력과 지원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꼬옥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


(상담자)

발포비타민이요?

->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표현이 아니라면 이렇게 되묻는 행동은 할말이 없어서 시간을 벌거나, 잘 안 듣고 있었다는 느낌을 주기가 쉽다고 생각됩니다. ㅠㅠ.  또 말하는 입장에서는 '혹시 내가 이상하거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한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


(여정)

네. 물에 발포 비타민을 떨어뜨리면 이렇게 와글와글와글 기포가 올라오잖아요? 전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상담자)

그 소리가 편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 '아, 그건 그래서 그런 거에요'라는 인과관계를 찾기 위한 질문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여정의 이야기에서는 죽지 않고 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잠깐이라도 편안함을 만들어주려 애쓰는 절박한 노력이 짠하게 느껴졌거든요. 여기서 곧바로 "왜?" 라고 묻는 것보다는 여정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어요.


(여정)

쯧.

-> 솔직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 소리가 어떤 기능을 함으로 인해, 나의 어떤 부분을 건드려서 마음이 편해집니다 라고 말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ㅠㅠ.


뭐, 은행나무에 부는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바둑판에 떨어지는 빗소리 같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듣다보면 되게 외롭고 (큰 숨을 들이키고) 뭐, 그렇던데요?

-> 감정 이야기가 나오려다가 (자신의 이야기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지) 여정은 순간 끊어버리고 얼버무립니다. 여정이의 외로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어요!


(상담자)

웃음. 몸은 건강해지고 마음은 외롭네요?

-> 여기서 왜 웃는 걸까요. 우스운 이야기가 아닌데요. 재치있는 유머라고 생각해서 웃는 걸까요. 상대방의 감정 수위에 맞춰 이야기하는 것이 공감이지요. 상대방은 외롭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하고 위로를 한답시고 괜한 농담을 던지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더글로리 5화>


***************


우리도 많은 경우,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대해

머리로 이해하려고 먼저 시도하곤 하지요.


물론

인과관계를 따져서

원인을 없애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방과의 신뢰구축을 해서

과제를 함께 풀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해석보다는 공감이 먼저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똑같은 발포비타민에 대한 주제이고,

비슷한 표현의 대사이지만

위의 상담자가 한 표현과

아래의 동은이가 하는 말은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


(여정이 발포비타민과 물컵을

가져와서 이야기한다)

눈감고 엎드려 봐요.

난 이 소리가 도움이 됐어요.

아주 잠깐은 평화롭죠.


(비타민이 물에 들어간 후

뽀글뽀글 기포소리가 나자

동은이가 말한다)


이런 용도였구나.

마음에 좋은 거였네요.


<더글로리 11화>


*************


마주 앉아

테이블에 같이 엎드려서

비타민 녹는 소리를

함께 들어주는 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기"라는

공감의 행동으로 보여져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내담자의 변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인 '상담 관계'에서

핵심적 요소인

<치료적 현존>이 떠올랐습니다.


*************


실제 고통 중에 있는 내담자에게

상담자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그에게 어떤 반응을 하고

무엇을 하는 것보다

<그와 함께 있는 것(being with)>이다.


내담자와 함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상담자의 태도이며 상태.

상담자가 상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내적인 체험,

내담자에게 일어나는 경험들에 의해


너무 출렁거리지 않고,

너무 급히 서두르지 않고,


오히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듣고,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이다.


내담자가 말하는 어떤 에피소드를 통해

뭔가를 알아내고 느껴보려고

특정 방향으로

상담자의 에너지를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를 위해 내어준

자기 자신의 경험의 장에 떠오르는(emerging)

경험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다.


(p211 & 216 /

상담 및 심리치료의 핵심 원리 /

상담심리학자 유성경 교수님)


*************


다음주에는

<더글로리>에 나온

또 다른 대사를 가지고

두번째 수다를 이어가보겠습니다.  


나에게 의미있는 주위 사람들뿐 아니라


나에게 가장 소중한

내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그 곁에 온전히 같이 있어주는

시간을 만들어보시길

기대합니다. :)


[COZY SUDA 박정민 대표]


* 박정민 코치 소개자료 *


                    

매거진의 이전글 [박정민의 수다다방] “지금“ 나에게 필요한 영양분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