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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Mar 31. 2024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 심리학관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2019.12.31.

시청자 여러분.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947회째를 맞는 올해 마지막 앵커브리핑은 또한 저의 마지막 브리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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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지남철/ 신영복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 신영복의 『담론』(돌베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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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떨리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동그란 나침반 안에 들어 있는 지남철. 그 자석의 끝은 끊임없이 흔들리는데...


그 흔들림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방향을 찾아내기 위한 고뇌의 몸짓이라는 의미... 선배 세대가 남긴 살아감에 대한 통찰은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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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부패와 타락에 이르지만...

끊임없이 움직인다면

어쩌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 올가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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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

역시 끊임없이 움직이며 방황하는 존재들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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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여. 계속 가. 떠나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리니"

- 올가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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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불안정한 것이니,

흔들리고 방황하며 실패할지라도...

그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교황 베네딕토 16세(Benedetto XVI)의 사임 과정을 담은 영화 <두 교황>은 그 움직임의 생존적인 의미를 담아냅니다. 나이 든 교황이 건강 때문에 스마트 워치를 차고 생활하는데, 그가 한동안 움직이지 않을 경우에는 어김없이 알람이 울립니다. "멈추지 마세요. 계속 움직이세요"


그래야 비로소 살아 있는 것이라는 그 냉정한 경고는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에게도, 또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공히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수없이 올바른 목표점을 향해서 끊임없이 떨고 있는 그 나침반처럼, 두려운 듯 떨리며 움직여온 우리의 2019년, 그리고 몇 시간 뒤 만나게 될 새로운 2020년 역시 멈추지 않는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나아가시기를 바라며...


그간의 앵커브리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일랜드 켈트족의 기도문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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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앵커브리핑>

2.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저자)

* 손석희 : 전 JTBC <뉴스룸> 앵커 /

현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 산업사회학부

미디어 전공 객원교수

* 김현정 : 전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작가 /

현 KBS <뉴스9>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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