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선생님 / 심리학관
부모님, 그렇게 하나하나의 결과를 가지고 아이를 평가하면 아이가 자기를 좋아하기가 어려워요. 대단하다고 평가를 받는 사람도 제대로 못해내는 순간이 많아요. 야구선수는 열 번 중에 세 번만 안타를 쳐도 잘한다고 하잖아요. 손흥민 선수도 공도 제대로 못 차 본 경기도 종종 있어요.
아이가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안 된다 생각한다면 그 아이가 살아가는 시간은 지옥일 수밖에 없지요. 기본적으로 자기를 믿지 못하고 매번 결과로 인정받아야 겨우 사랑받을 수 있다, 살아남을 수 있다 생각하게 되잖아요.
디폴트 값이 '나는 사랑받기엔 어려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잘해내야 겨우 사랑받게 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언제든 무너지기 쉬운 벼랑 끝을 걷는 삶이 되는 거지요. 매 순간 걱정하고, 늘 긴장하는 삶, 그러다 안 풀리면 너무 쉽게 포기하고 스스로를 저주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지요.
생각해 보세요. 얘가 여덟 살 때는 그렇게 안 생각했잖아요. 사람들은 다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잖아요. 그것도 착각이지만 지금처럼 하나하나의 결과에 집착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는 아니었잖아요.
사실 아이들이 좀 크기 전에는 잔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한 편으로는 문제를 풀면서 한 편으로는 검토를 하는 뇌가 아직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았거든요. 그때 아이 조여봐야 불안만 높아질 수 있어요. 불안하면 긴장해 실수가 조금 줄지만 반대로 손해보는 것도 있어요. 그럼 그냥 실수 말고 오늘처럼 완전 망한 실패는 어떻게 하냐고요. 그것도 마찬가지죠.
힘들고 짜증나고 그런데도 의지를 끌어내고 더 집중해 내고. 그건 스스로 자기 마음으로 해내야 하는 거고 그럴 수밖에 없지요. 그렇게 조금씩 강해져 갈 것이라고 봐주세요.
방향만 있다면 속도야 아직은 기다려줘도 돼요.
우리는 더 대충대충 어린 시절을 보냈는 걸요."
(출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천석 선생님 Facebook
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