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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의 마음책방] 내 우울을 이해하고 잘 이별하는 법

구정인의 '기분이 없는 기분'

by 심리학관

'우울해' 라는 말, 자주 쓰시나요?


일이나 관계에서 상처를 받거나

원하던 바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기분이 좋지 않고 감정이 오락가락할 때도

우리는 흔히 '우울하다' 고 말하곤 하지요.


요즘처럼 코로나 시대에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단절과 외로움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감정이 그러하듯이

우울감은 잠시 곁에 머물렀다가

자연스럽게 또 지나가게 마련입니다.

마치 내 마음에 찾아 온 손님처럼 말이예요.


그런데, 어떤 경우는 우울감이

좀처럼 가시지를 않고 오랜 기간 지속되고

삶 자체를 뒤흔들고 할퀼만큼 강력합니다.

즉, 흔히들 '우울증' 이라고 불리는 상태인데요.


오늘은 이런 우울증의 상태와 극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만화책이 있어 소개를 할까해요.


지금 만약 '우울' 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시거나

혹시 내가 우울증이 아닐까, 염려하고 있거나

나의 우울과 잘 이별할 수 있는 법이 궁금하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살펴 볼 책은

구정인 작가의 '기분이 없는 기분' 입니다



기분이없는기분.jpg


우울증: 기분이 없는 기분


이 책의 주인공 혜진은

어느 날 아버지가 고독사로 돌아가셨다는

경찰의 전화 한 통을 받게 됩니다

오랜기간 연을 끊고 지냈던 아버지인지라

혜진은 덤덤하게 장례식 등 사후 처리를 하는데요.


그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서

일을 하고, 아이를 챙기고, 바쁘게 지냈지만

자신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지요.


뭘해도 기쁘거나 즐겁지 않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곤하게 느껴지고

침대에서 일어나는게 점점 더 힘들고

종일 아무 것도 못 하고 누워 있기만 했어요.


혜진은 이런 자신의 상태를

심리상담사와 이야기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기분이 없는 기분이랄까요."


기분이없는기분1.jpg

실제로 우울한 분들을 만나보면

슬프고 괴롭고 힘든 감정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아무 감정없는 텅-비어있음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좋아하던 일들도 흥미가 줄어들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지 않고

세상만사에 무덤덤하고 무심해지며

어떤 감정도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는 상태.


이 책의 상담자의 표현대로라면

"바람 빠진 풍선" 같아지는거지요.


이와 함께 끊임없는 자책과 비난도

우울증이 가진 주요한 증상인데요.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다 내 잘못이지. "


기분이없는기분2.jpg


하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기억할 것은

우울증 상태에서의 자신에 대한 무가치함

과도한 죄책감과 부정적인 생각은

그저 하나의 증상이라는 사실입니다.

전혀 근거가 없고, 객관적이지도 않아요.


따라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줘야 합니다.


" 이런 생각은 우울증이 만들어 내는 증상일뿐이야.

감기에서 나으면 기침이 멈추는 것처럼

우울증이 나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질거야. "


차근차근, 다시 일상으로


이 책은 혜진이 겪는 우울증뿐 아니라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오는지도

차근차근, 공감되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혜진이 어떤 과정을 겪는지 하나씩 이야기해볼께요.


첫 걸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혜진은 남편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말하지요.


내 마음이 이전과 달라, 란 걸 알아차리고

나에게 도움이 필요해, 라고 결심하는 건

모든 마음건강 문제에 있어 의미있는 첫걸음인데요.


그래서 저는 상담실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잘 오셨어요", "용기있는 선택이예요."

라고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격려하곤 해요


고통을 고통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고통을 마주하고

해결해나갈 힘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두번째 걸음, 병원서 진단을 받고 약을 먹습니다.

혜진은 병원에서 우울증 소견이 있다고 들어요

그리고, 의사는 이렇게 말해주지요.


"뇌의 신경전달물질 감소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예요.

의지로 좋아질 수 있는 게 아니예요.

자책하실 필요 없어요.

약 잘 드시면 좋아질 겁니다"



기분이없는기분_difotolife.jpg

photo by difotolife



여전히 우울증 등 마음건강 관련해서는

약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이지요.

하지만 우울증은 자율신경계의 이상이나

호르문 분비의 불균형 등 생리적인 요인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약이 도움이 됩니다.


가끔 "약은 안 먹고 상담만 받으면 안 되나요"

하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여기서 잠깐, 심리상담과 약물치료의 차이에 대해

제가 가진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감기에 걸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만큼

몸이 아프고 증상이 심하면 약을 먹잖아요.

즉각적으로 내 몸 안의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증상을 완화시켜 줄 필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시 감기에 안 걸린단 보장은 없지요.

그건 부지런히 운동하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등

면역력을 높여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어요.


우울증에서 약은 이런 응급처치라면

심리상담은 내가 우울해지는 원인과 패턴을 알고

우울에 잘 대처하도록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 같아요.


그리고, 심리상담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런 작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끌어올려주고 준비시켜주는데

약은 효과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약물치료와 심리상담을 병행하는게

우울증에는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세번째 걸음,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할 때

일상적이고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면 돼요.


잘 먹고, 잘 자기, 잘 씻고, 일단 몸을 움직이기 등

나를 돌보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지요.


혜진은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는 관문에서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머리를 감기 쉽게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부터 해요.


그리고, 매일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

꼬박꼬박 식사를 하고, 카페이나 도서관에 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조금 힘들고, 또 무기력해지더라도

사소하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하면서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붙잡고 있으면

더디지만 반드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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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ongerdesign


네번째 걸음, 스스로를 너그럽게 대합니다.


왜 아직도 나아지지 않는지

주변에 걱정만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만 이렇게 바보같이 아픈 건 아닌지

자책하고 초조해하는 건 우울증에 도움 되지 않아요.


" 나아질 때가 되면 나아지겠지.

아직 나아지지 않은 건

더 충분히 나를 돌보라는 뜻이구나."

라고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더 잘 해주세요.


혜진은 외국 드라마에 나오는

다정한 사람들의 좋은 태도를 배우기도 하고

어서 회복해야한다고 채찍질 하기 보다는

자신을 괴롭히는 일을 줄이려 노력하는데요.


특히, 약을 먹은지 반년이 지났는데

이제 줄일 때가 되지 않았냐는 혜진의 물음에

의사는 우리의 목표는 약을 끊는 게 아니라

'잘 지내는 것' 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우울증에서 빨리 벗어나려 조급함을 내려놓고

다시 건강한 나로 잘 돌아올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다정하고 따뜻하게 보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걸음, 나의 우울을 제대로 이해합니다.


혜진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우울증을 겪는 동안 지속적인 심리상담을 받는데요.

차츰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일상을 되찾으며

자신이 왜 무기력해졌는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돌아보게 되지요.

상담을 통해 혜진은 어쩌면 자신의 우울증은


그리움이든, 슬픔이든 혹은 분노든

아버지에 대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감정이 있고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진정한 애도의 기간을 못 가져서가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여전히 그 감정을 바라보는 건 불안하고 무섭지만

모르는 척 닫아버리면 고장난 데를 고칠 수 없단 걸

혜진은 알고 있기에, 이제 혜진은 나아지겠지요.

자신의 우울을 마주보고 이해하면서 말이죠.

그 과정을 안전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상담자도 있구요.



우울증이 주는 선물



혜진의 이야기는

우울증이 깨끗이 낫고 행복했답니다,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저 조금씩 일상에 발을 내딛으며

흘러가는 삶에 몸을 맡기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요.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어서 와닿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혜진은 이 시간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 성장하겠지요?


우울증은 우리 삶을 무너뜨릴만큼

파괴적이고 재앙적일 수도 있지만

내 몸과 마음을 돌보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그 신호를 잘 알아차리고 이해하다 보면

쌓여있었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고

나를 힘들게 했던 오랜 습관을 끊어내고

삶의 새로운 태도와 가치를 발견하는 등

뜻밖의 선물들을 만날 수도 있을거예요.


그러니, 우울이 찾아왔을 때 달갑지 않더라도

나의 우울을 외면하지 말고 잘 바라봐주세요.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찾아왔을테니까요


잘 들어주고 돌봐주면, 우울의 경험이 끝날 때 즈음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내가 되어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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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Peggy Ma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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